상계동에 집이 한채 있습니다.
결혼후 8년만에 거금^^의 빚을 지고 17평짜리 아파트를 힘겹게 구했었습니다.
막내가 태어나고...더 이상 그 공간이 우리를 용납하지 않아...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나왔지만 그 집을 팔지 못하는 것은 늙어서 둘만 남으면 그곳이 딱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때문이기도 하고...고생하며 처음 산 집이라 특별히 애착이 가기도 하는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5년동안 사시던 분이
갑자기 심장병이 심해져... 이사를 가시겠다는 바람에
전세비를 빼드리려고...두 아이와 함께 집이 있는 마들역 근처 주공11단지에 다녀왔습니다.
일이 끝난 시간이 오전 11시였는데요
옛동네 온김에
수락산 등산이나 하고 가자는 제 제안에
충신이는 싫다고 하였지만
원경이는 좋다고 하여
2;1로...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 수락산 등반을 하였습니다.
날도 좋고
마침 쉬는 날이라 등반하는이들이 꽤 되었습니다.
물한병 사 들고 아이스크림 손에 든 두 녀석을 이끌고
쉬엄 쉬엄 올라가는데
처음엔 가기 싫어 늘어지던 충신이가 중턱을 지나자 결국은 추월하여 가장 빠르게 올랐습니다.
저는 ...나이가 마음을 잡아 잡수셨구요.
마음은 원이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 걸요. 아니 5학년 녀석에게 뒤쳐지다니...
오랜만에 수락산 등성이에 올라 보니...
멋없이 번듯번듯 서있는 아파트들도 그렇고...(저희가 애지중지하는 아파트도 포함^^)
겨우 30분 산행에 지쳐 떨어진 제 모습도 그렇고...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뜰뜨름함이 느껴졌습니다.
...
낡은 아파트들...시큰거리는 무릎관절...손에 들고 가기도 버거워진 [성채]라는 책...헉헉대는 숨소리...어느새 저만큼 커버린 아들...당겨오는 종아리...자꾸 흘러내리는 바지...날렵한 원경이...겨드랑이를 흐르는 축축한 땀...
...
산을 내려와 12단지 상가에 있는 중국집에서
2천원짜리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원경이는 삼천원짜리 간자장)
그리고 무언지 허전하여 마들역앞에서 맘씨좋은 아저씨의 붕어빵도 보태 먹고
전철에서 흔들리며 한참을 졸다...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시 30분...이더군요^^
허허^^
그냥 아무것도 변함이 없는 것같이
마음이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언제 상계동에 갔으며 또 언제 수락산에 갔다왔지?하고 까마득한 척 하면서... ~~~
at 2005-03-01 (tue)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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