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눈물의 짜짜로니...

주방보조 2008. 4. 30. 13:59

이번주는 교신이 뺀 아이들 모두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다섯녀석 중

교신이는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진실이는 일단 학교가 너무 멀고 대학생 시험이라는 것이 시간맞춰 아침에 정열된 것이 아니므로

해당사항이 없었고

 

나머지 세 녀석

그러니까 고3인 나실, 중3인 충신 그리고 중1인 원경의 점심이 문제였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시험치는 녀석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하여...외식을 시켜주기로 하였습니다.

 

월요일은 나실이의 성화로 감자탕집에 가서 뼈찜이라는 것을 먹었는데...얼마나 배가 부른지 다시는 감자탕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게 먹었습니다. 밥을 시키지 말 것을...

 

화요일은 제가 우리동네 자주 가던 S식당의 돼지불백을 먹으러 가자하였습니다. 저는 돼지불백보다는 그냥 막 몇 그릇이든 퍼 먹을 수 있는 해장국이 좋아서 가자하였는데...유감스럽게도 가격도 5500원으로 올랐고 해장국의 맛도 영 밍밍해진 듯하여...투덜투덜...

 

그리고

수요일은 원경이와 순대국을 먹으러 가자 의기투합이 되었는데

우리 착한 원경인 오빠가 순대국을 싫어하니 어쩌냐고 걱정까지 해주었다는 거 아닙니까?  

 

수요일은 충신과 원경은 시험이 끝나는 날이었고

둘 다 모두 시험 끝난 후 친구들과 놀겠다 하여 허락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볼 일을 막 마치고 있던 12시쯤 되었을 때

나실이가 배가 무지 고프다며 점심 먹으러 가자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동생들 걱정이 되어 좀 기다리기를 청했으나...이 둘째 녀석의 우격다짐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동생들은 틀림없이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 팔려서 늦게 나타나거나 아니면 집에서 이미 점심을 먹고 사라졌을 것이다고...

 

그래도 못미더워 나실이와 함께 집에 가보니 ...과연 충신이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찌게에 밥 한 공기 뚝딱하고 간 흔적.

그래 충신이는 됐고...원경이는?

요즘 원경이는 약속시간을 한 두 시간쯤 보통 어겨요. 그리고 현주나 헤정이하고 놀텐데 걔네집 가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겠죠. 빨랑 가요 배고파요...

녀석이 고3 아닙니까? 일각의 시간이 아까운 녀석이라 할 수 없이 우리 둘만 순대국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저는 계속 순대국집 앞을 살피며 원경이가 올지도 모른다고 하였지만 ...

나실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하며 감히...내기까지 하자 하였습니다. 500원 내기.

12시30분까지 집에 돌아왔으면 제가 이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실이가 이기는 내기. 

 

...

 

순대국을 맛있게 먹고 나실이 대동하여 가락공판장에서 장을 좀 보아가지고...나실이는 새집으로 보내고 저는 헌집^^으로 장본 것을 두려고 돌아왔습니다.

 

짜잔~~~^^

 

원경이가

가스렌지에 냄비를 올려놓고

짜짜로니 한 봉지를 들고 울며 저를 째려보고 서 있었습니다. 소요산에서 보여주었던 그 표정보다 열배는 무서운 ...

 

허걱...

 

친구와 두시간 놀고 ...흑흑...12시에 새집에 갔다가 문이 잠겨서...흑흑... 집에 오니 아무도 없고...흑흑...꺼이꺼이...

 

간발의 시간 차...무엇이라 달래야 할지...나실이 탓만 했지요. 그리고 혼자만 따로 사주겠다는 약속도 하고...

그래도 이 울음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짜짜로니를 비벼 다 먹을 때까지 ...

 

고개를 푹 숙인 채... 원경이는 한 맺힌 눈물의 짜짜로니를 먹었던 것입니다.ㅠㅠ

 

...

 

그래 오늘따라 순대국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불길하게...^^

 

 

 

 

  • 김순옥2008.05.01 08:36 신고

    한빛이는 내일까지 시험이랍니다.
    첫날 시험은 기대를 벗어났고
    두번째 날은 본인은 그런대로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한 개를 틀려도 그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서 질책부터 하는 엄마가 마땅치 않다는군요.
    언제쯤 한얼이처럼 눈 밖으로 벗어나서 엄마까지 시험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요즘은 늘 그런 생각이 앞섭니다.
    그러니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시는 요리왕님께서는 어떠실지....
    그 와중에도 외식을 해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신다니 대단하시네요.
    중학생이 되어 처음 있는 원경이에게 시험이 끝난 자유함이 어땠을지 가늠이 됩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슬펐을지...원경이의 눈물과 슬픔이 전달되어 옵니다.
    나실이의 긴장감도 하루하루 더할 것 같구요.
    저희집은 아주 드물게 짜파게티를 끓어 먹는데 맛없는 중국집의 자장면보다는 맛있어요.

    저도 내일이면 해방감을 맛보며 무엇을 할 것인가 벌써부터 설렙니다 ㅎㅎㅎ

    답글
    • 주방보조2008.05.01 10:14

      원경이는 첫 시험을 그런대로 치룬 것 같습니다.

      평균 85점은 넘었다니^^
      어제 답을 맞춰놓은 시험지를 살펴보앗는데... 억울해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략 틀릴문제를 틀린 것같았습니다. 자기 반에 올백을 맞은 아이가 한명 있다 하더군요.

      충신이는 요즘 잘난척 중이구요^^....공부 못하는 녀석들이 조금 성적이 오르면 하는 ... 의기양양.

  • malmiama2008.05.01 12:24 신고

    시험..그렇군요. 정민이는 지난 주에 시험이 끝났고 형민이는 알아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실이에 이어 올핸,나실이가 열심히 공부하는 해겠습니다.
    우리집엔 고 3 이 4년 째군요.(두 녀석 다 재수하다보니..^^)

    요즘,육개장..우거지탕...등등 냉동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먹습니다.
    (배송비 제외하면 개당 1,800원인데..사먹는 거 보다 낫습니다. 둘이 먹을 양이고..)

    어제는 제가 얻어다 준 유기농 콩나물로 형민이가 애써 국을 끓여 놨던데..(버렸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콩나물 무침을 해놓고 우거지탕을 끓여놓고..
    밥해서 한공기 퍼서 랩으로 씌워놓고...김과 밑반찬 몇 개 놓고...
    음~~디저트로 오렌지를 잘라 접시에 담아 랩씌워 상위에 놓고 출근했습니다.
    (수저도 놨습니다.)

    엄마가 집에 안계시니...녀석들이 기특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살림 말고도...ㅎ
    문 열어 보면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라든지...한 번 부르면 곧바로 일어난다든지..

    아빠와의 대화가 훨씬 신속하고 부드럽고...따땃해졌다는..^^

    답글
    • 주방보조2008.05.02 01:33

      고생이 많으시군요^^

      ㅎㅎ...고생하는 동지애로 3부자가 똘똘 뭉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형민이와 나실이...올해 꼭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 원이2008.05.02 01:25 신고

    짜파게티는 면을 끓인 후 물을 따라 버릴 때, 적당량의 물은 남겨야 하거든요.
    원경이가 남기는 물의 양을 잘 재었는지... 저는 그게 마음에 걸리네요. ㅠㅠ

    그리고 충신이가 성적이 조금 올랐다는 기쁜 소식에 저도 함께 의기양양...!!!
    (이내 우리 애들 성적이 생각나 다시 침울....-_-)

    답글
    • 주방보조2008.05.02 01:40

      눈물이 좀 들어가서 ... 더 맛있지 않았을까요?^^

      충신이는 오늘 제가 대전에 다녀오는 동안 하루종일 피아노 치고 컴퓨터 하고 방방뜨며 잘 놀았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심 판의 날이 오면 알게 되갔지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