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종...뼈암
이것이 그 녀석을 데리고 간 병명입니다.
5년전 그녀석이 고 1때 찾아와서...이십여차례의 수술을 비롯한 치료
밀고 밀리는 긴 싸움이 끝이 났습니다.
내 친구 부부는
그 녀석이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을까.
키 크고 잘생긴 헌헌 장부
국화꽃에 둘러 쌓여 웃고 있는 그녀석의 모습이 ...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제 속은 울고 싶은데 울음은 나오질 않고
친구도 덤덤한 얼굴로 눈물을 가슴에 묻은 채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친구의 아내는 눈이 다 짖무를 정도로 울고 또 울어 ... 이 슬픔 앞에 감히 울지 못하는 자들의 눈물까지 다 흘려 내고 있었습니다.
...
부활절 하루 전날
소식을 듣고 달려 가
부활절 새벽을 그곳에서 맞았습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는 것은 그 순서가 없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병들고 늙어 자식들 앞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인데
먼저 자식을 앞서 보내는 그 마음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슬픔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부활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 날이 부활절이라서가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죽음을 넘어서는 길이 거기 있음을 확인해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릎꿇고 기도하였을 뿐
눈물로 그 모든 슬픔을 쏟아내고 있는 내 오래된 친구의 아내에겐 단 한마디의 단어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녀가 단 한번도 그 통곡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떠난자를 잘 보살펴 주시기를...
그리고
남은 자들의 슬픔을 잘 위로해 주시기를...기도했습니다.
...
부활절 저녁에도 그곳에 가서 두어시간 친구들과 싱겁게 앉아 있다 돌아왔습니다.
늦은 시간
전철역으로 부터 비내리는 길을 한참 걸어
모두 잠든 집
문을 따고 들어가니
충신이의 방이 열려 있고
불이 켜진채 녀석은 엄마의 자궁속에서처럼 몸을 잔뜩 꾸부리고 깊이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도대체 칭찬을 모른다"
"우리집이 북한같은 독재국가다"
"우리에겐 자유가 없고, 아버지는 독재자다"
동생들을 앉혀놓고 성토해 대었다는 정보를 듣고 ... 노발대발하며 미운 맘이 가득했는데
피곤한 표정으로 잠든 녀석의 얼굴을 보니...미안함과 고마움이 불현듯 내 마음 한자리에 자리잡았음을 느꼈습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
부활의 소망이 없다면...죽음은 절망이며 끝이며 허무일 뿐입니다.
죽음...
그 보다 더 강한 부활의 능력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있음을...경탄 합니다.
아들을 잃은 친구의 가정에
그 슬픔이 부활의 소망으로 누그러지길...다시 간절히 빌어 봅니다.
-
저도 어제 고대 안암 병원 장례식장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동행했던 한 선생님이 한 말들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딸에 대한 기대가 어긋난 후 깨달았다며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라고 말하며, 젊은 날엔 언제나 떠나는 입장이었다고...어머니를 두고 유학을 떠나는... 첫번째 결혼에서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떠나 보내는 입장에 서게 되었노라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떠날 올 때 1/2은 떠나온 춘천을 생각했지만, 1/2은 다가올 서울 생활에 설레지만
답글
남겨진 자는 그렇지 않다고... 결국 "역사도 남겨진 자들이 떠나간 자들의 뒷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그 선생님의 여동생은 오래전에 사고로 죽은 저의 대학 과 선배인데, 절 볼 때마다 동생을 떠올리며 "후배야"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 떠난 자들의 후회.... 그저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사람들...
그냥...위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비밀댓글] -
한 번 보지도 못한 아이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슬픔이라기보다는 겸허함이 앞서네요.
답글
가슴 한 구석으로부터 밀려드는 엄마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아프기도 합니다.
그 긴 시간들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도 한 가닥의 희망을 안고 버티었을텐데
이제 하나님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갔을 가족들 그리고 하나님 곁으로 돌아가서
진심으로 위로를 받으며 영원한 안식을 맞을 아이...
제3자라는 이유로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종양이 있다는, 악성인지 양성인지 검사를 해보아야 안다는,
최악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남편의 말이
아주 오래 전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승리한 자는 말이 많은 법이라고 저는 그동안 참 무던하게도 떠들어 댔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명복을 빌며 남은 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
봄날의 우울을 뜯어내보려 오랜만에 마실댕기는데,
답글
여기서 참 슬픈 이야기를 만나...
가슴 속에서 찰랑대던 울음이 모처럼 끌어올려지네요.
에구야~~...
슬픔을 당한 가족에겐 정말 할 말이 없구...
충신이는 날카로운 판단력과 불굴의 용기를 갖춘 재목인 것 같습니다.
이제 충신이에게 더 많은 발언권과 선택권과 기회를 주심이... -
부활의 소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답글
예상 못한 이별은 늘 아픔이며 ㅅ러움이겠죠.
육신의 생명이 있는 동안 자녀와의 영원한 이별은 특히나 더....
애도를 표하며 아들을 앞서 보낸 친구 부부가
피할 수 없는 아픔의 길을 잘 견뎌 주시길 빌 뿐입니다.
자녀들..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도 감사이지요. -
전 ..
답글
요즘 토막 살해된 아이들 생각이...
병들어 죽은 아이도 서러운데..
유괴, 살해, 끔직한 죽음을 당한
그 부모 심정은 어떨까...
아이 손톱을 짧게 잘라 아파해도
속 상한데 ...
건강하게 아이들을 잘 기르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소망이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주방보조2008.03.26 23:15
그렇네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렇지
토막살해된 아이들 부모 마음은 훨씬 더 기가 막히겠지요.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함정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 우리는 앞 길을 전혀 알지 못하니...
-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석과 사탕 (0) | 2008.04.25 |
---|---|
살곶이에서 낙천정까지... (0) | 2008.04.16 |
텐포족(TEN-FOUR족)이 되다... (0) | 2008.03.21 |
꽃보다 예쁜...^^ (0) | 2008.03.18 |
떼돈벌다...^^ (0) | 2008.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