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텐포족(TEN-FOUR족)이 되다...

주방보조 2008. 3. 21. 01:01

진실이는

치과에 들렀다가 시간이 있으므로 

책을 사기 위해 잠실 교보문고에 저와 함께 가고 싶다 하였고

저는

그리로 만보걷기를 할겸(집까지 왕복 약 1만천보)

오랜만에 책도 구경할 겸 휴대용 돋보기를 준비하고 기꺼이 맏딸의 책방 나들이에 동참하였습니다.

 

언제 이리 번듯한 책방이 잠실역과 붙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건대글방이나 강변역 두란노서점등 작은 규모의 책방이나, 인터넷으로만 책을 구하다가 

가까운 곳에 큰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괜히 기분 좋고...재미있었습니다.

 

깨끗하고...산뜻한 매장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진실이의 책사는 것도 거들고, 관심있는 분야^^의 책들도 기웃기웃 뽑아 살피고, 여기저기 앉아있거나 서 있거나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구경도 하였지요^^

 

...

 

그러다가 예전엔 미쳐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했던 특이한 것을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매장 가장자리에 있는 긴 의자들에서나

매장 가운데 있는 책읽는 방에나

 

제 또래쯤 되어보이거나 저보다 좀 연배가 높아 보이는 남자분들이 꽤 많이 앉아 계시더란 말입니다.  

책읽는 중년의 사내는 뭔가 그 가슴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있어 보이는 법이지요.

비록 멋진 개인 서재에서 중후 한 책장을 배경으로 가끔 돋보기를 치 올려가며 하는 독서가 아니라 해도

젊은 이들과 어울려 나란히 앉아 책익는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존경스러웠습니다.

 

...

 

그런데 그 분들이

그 유명한 텐포(TEN-FOUR)족이란 사실을 인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요즘 대형서점엔 5-60대 남자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장에 나가지 않고 거기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고...그들의 별명이 텐포족이라고 한데요" 하던 며칠전 아내의 말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진실이의 재수 학원을 찾아다니다 

부동산 아주머니에게 거지 취급을 받은 적이 있는 저로서는 너무나 당연히

그것이 깨달아 지는 순간...텐포족 가운데 존재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딸과 함께 책방 나들이를 한 것이지만

그 시간 대형서점을 서성이는 50대의 존재감이란 ... 음 ...

 

속좁은 저는

이거 대형서점 가까운 곳에 생겼다고 책방 나들이를 즐길 처지가 이미 아니로군.

인터넷이나 뒤적이며 책을 사봐야 할 것같아.

그리도 중후하게 보이던 책방의 장년들이 왜 그리 초라하게 바뀌어 보이는지.

어쨌든 참 안됐군.

이런 상념들이 진실이의 책들을 결제하고 잠실 교보문고를 나서는 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무슨 족이라고 이름붙여 폄하하는 사회적 편견에 동참하는 순간

속물적 생각에 지배를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이겠지요.

 

...

 

그러나

텐포족...

그래도 이들은 ... 멋있는 중년임에 틀림없다 생각합니다.

 

책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 '학생같은'  인생은...그것이 어리든 늙었든, 직장이 번듯하든 직장이 없든, 책을 사든 읽기만 하든...다 가치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들과 저 자신^^을 순간 가엾게 여겼던 저의 어리석음에 ... 꿀밤을 한대 쥐어 박았습니다^^

 

 

 

 

  • 봄빛2008.03.21 04:25 신고

    그래요.
    툭하면 무신무슨 족이라고 폄하성있는 이름을 갖다 부치는 부분이 내심 못마땅 하네요.
    다른 사람의 시각이 뭔 대수이겠습니까?
    나라는 개체가 얼마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느냐가 문제지..

    답글
    • 주방보조2008.03.21 07:49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렇게 정리해 놓은 것도 있네요^^
      거의 부정적인 것들이구요.


      1) 오렌지족(orange족)
      서울 강남 압구정동, 청담동 부근을 중심으로 20대~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부모가 벌어오는 엄청난 수입에서 자신들의 용돈으로 수백, 수천만원을 받아서 쓰면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명품을 입고 들고 다니고, 비싼 술을 마시고... 그리고 다음달이
      되면 또 용돈을 그만큼 받아서...같은 생활을 했던...'야타'족의 기원이기도 한 사람들을
      일컬어 오렌지족이라 했다.
      즉 부모재산으로 특별한 직업없이 외제차 몰면서 외국유학을 놀러갔다오고...
      호의호식하는 문란하고 무분별한 젊은이들을 말함.
      2)딩크족(DINK : DOUBLE INCOME, NO KIDS)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고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
      3)듀크족(DEWK : Dual Employeed, With Kids)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이는 꼭 갖는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
      4)갤러리족(gallery족)
      주인의식없이 구경꾼처럼 회사가 하는 대로 따라가는 직장인들을 일컫는 신조어
      5)프리터족('free'와 'arbeit'의 합성어.일본의 신조어 : FREETER)
      직업을 정하지 않고 2~3개의 겹치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
      6) 좀비족(ZOMBI족)
      대기업이나 거대한 조직 내에서 무사안일에 빠져 주체성 없는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7)여피족(Yuppie : 족젊은(young), 도시화(urban), 전문직(professional)의
      세 머리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말)
      신세대 가운데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전문직에 종사하여 연 3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일군(一群)의 젊은이들.
      8)웹시족(WEB + 미시족)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얻거나 쇼핑을 즐기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젊은 주부들을 말함
      9)체인지족(CHANGE족)
      남편과 아내의 역할 바꾼 사람들. 부인이 밖에서 일하고 남편이 집에서 가사일하는 부부를 일컬음.
      10)텐포족(TEN-FOUR족)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장에 나가지 않고 대형서점 등에서 죽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함.
      주로 50대~60대 나이의 사람들이 직업이 없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일컬음.
      11)황태족
      황당하게 퇴직당했다는 사람들. 황당하게 퇴직인데 황태랑 발음이 비슷하여 황태족이라 일컬음.
      12)생태족
      해고 대신 타 부서로 전출당한 사람들.
      13)알밴 명태족
      퇴직금을 두둑히 받은 명예 퇴직한 사람들
      14) 플리퍼족(FLIPPER족)
      TV 채널을 1분에 두 세

  • 나우2008.03.21 08:34 신고

    제가 2~3일에 한 번씩 가는 곳이네요^^ 집이 5단지 정문에서 제일 가까운 동이거든요. 교보 옆 마트가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가게입니다. 비싸긴 하지만...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8.03.21 14:16

      백화점에 종합 놀이터에 큰 책방에 한강공원까지 ...없는 것이 없는 곳인데
      가깝고 싼 가게가 없단 말이군요. ^^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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