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어톤먼트...

주방보조 2008. 3. 10. 16:11

주일 예배를 마친 후

마눌님은 저와 이마트 동행을 윽박질렀습니다.

진실이 외투를 한벌 보아두었는데 같이 가자는 것입니다.

저는 딸들에게 엄마와 동참하기를 구걸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게 마눌님 옷 쇼핑하는 것 따라다니는 것은 거의 고문이라는 것 예전에 터득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 딸 중 하나 붙여 드리는 것으로 대신 하려 하였지요^^

 

당사자인 진실이는

전날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치과 치료 견적이 자그만치 400만원이나 나오는 바람에...충격을 먹었는지, 아니면 염치가 없어서인지...피곤하다며 자러 들어가고   

나실이는 고3이 되고 요즘 우울증에 걸렸는지 슬그머니 지 방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공부하는 척하고

원경이마져 잠간 눈치를 살피더니...언니들과 함께 있는 것이 편하겠다는 개인주의^^적 결정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 아빠 두 분 데이트 잘 하세요"하며 돌아섰지요. 마치 자신이 인심 꽤나 쓰는 양...

그러니

마눌님이 제일 만만한  저를 끌고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동네 이마트가 좋은 것은

식당들이 즐비하고 2층엔 롯데시네마 극장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마트 가는 길에 마눌님에게 한마디 권했습니다.

"여보 우리 아이들에게 버림을 받았으니...한덩안 뜸했던 영화나 한편 때립시다."

"그럴까요?"

죽이 잘 맞지요?^^

 

이런 즉흥적인 결정이 좋은 결말을 맞으려면

1.좋은 영화가 2.제일 빠른 시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은근히 염려하며 상영목록을 살폈더니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는 문구가 붙어 있는 어톤먼트...(atonement...보상 속죄)라는 영화가 시간도 맞고 마눌님에게도 맞는 멜로물로 보였습니다. 어찌 광고 한 페이지 보고 다 알 수 있겠습니까마는...

 

 

...

 

몇 장면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이미 좋은 서비스 (http://blog.daum.net/sh-1238)에서 며칠전 그 감상문을 읽은 적이 있는 것임을 알아챘습니다.

 

 

어린 사춘기 소녀의 치기가 만들어 낸 비극...전쟁이 그것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그리고 속죄...

 

...

 

현실이 그렇지

인생이란 것이 한번 꼬이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지

소설로 아무리 아름답게 역전을 꿈꾼다 해도 그것이 속죄가 될 수 없는 것

그저...진정으로 그런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사랑을 간직하고 있었다면 그것으로 아름다운 것이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다면 ... 그것으로 또한 가치있는 것이리라...

 

서로 사랑하는 이들의 비극적 죽음...그 결말에 대하여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영화 후...

 

마눌님의 옷 쇼핑은 시작되었고

진실이 옷 사기전 워밍업처럼...교신이 옷 사는 곳 리틀브랜? 앞에서, 영화보며 먹던 강냉이 한 알씩 씹으며 한참을 서성인 후

실컷자고 일어나 마눌 전화 받고 찾아온 진실에게...

바통을 넘겨준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괜찮은 영화를 보았다는...여운은...

 

텔레비젼 앞에 길게 누워 킬킬거리는 두 아들놈들을 보는 순간까지...이어졌습니다.^^ 

 

 

 

 

  • 청랑2008.03.10 22:43 신고

    좋은 일 하셨군요~ ^^

    답글
    • 주방보조2008.03.11 08:00

      ㅎㅎ...좋은 영화를 보여드렸으니...좋은 일 한 셈이긴 하네요^^

  • 김순옥2008.03.10 23:28 신고

    한빛이도 치과 검진 과정에서 미세해서 보이지 않던 충치 두 개가 발견되어
    저렴한 기본 가격으로 치료를 받았답니다.
    물론 굳이 교정을 하려고 하면 견적이 몇 백쯤 나오겠지만
    의사선생님은 할 필요가 있나? 하시더군요.
    돈이 없어 나설 수 없는 엄마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만
    그 약발이 언제까지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이 제일 싫어 하는 게 쇼핑하는데 동행하는 거라고 하지요?
    꽤 오래전에는 백화점에서 제 옷을 사준다고도 했고
    맘에 들지 않는 옷을 사오기도 했었는데 그것도 까마득한 오래전,
    그나마 행복한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맏딸을 향한 엄마의 정성된 마음을 항상 읽게 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08.03.11 08:05

      치과를 다른 곳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없지 않은 듯 해서요. 치과도 의료보험이 좀 많이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옷고르는 것...기다리는 일은 정말 제겐 너무 힘든 일이지요^^ 그만큼 옷 고르는 일이 마눌님에겐 행복한 시간이란 말도 되고...ㅎ

  • 나우2008.03.10 23:56 신고

    잠실대교 너머 건대입구에 있는 이마트에 두어 번 가보았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마주칠 수도 ^^
    저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08.03.11 08:09

      우연히 마주친다면 아는 체 해 주십시오^^
      저 사는 아파트에서 어떤 이가 저를 블로그에서 글을 봤다면서 알아보고 인사하는 일도 있었지요.

      음...
      착한 사람은 언제나 속죄하며 사는 쪽을 택하겠지요. 다 잊고 당당하게 사는 이들은 별로 착한 이들이 아닐 것이구요.
      그러나 지나치지 않기를... [비밀댓글]

  • 나우2008.03.12 11:50 신고

    괜찮습니다. 아무리 지나쳐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잘못한 게 많아서요. 그리고 착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속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핑계로 제대로 속죄 조차 못하고 있는... 정말 죄송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지... 마음을 다 담아내지 못합니다. [비밀댓글]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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