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신이는 하루 수련회를 다녀왔습니다.
평소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질 않았다 하여
학교에 나가 한참을 느티나무 아래 앉아 몇몇 녀석들의 글라이드 날리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7시가 가까워지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 평화로웠습니다.
보통은 이런 경우 젊은 아낙^^들이 학교 정문 앞에 웅성거리며 모여 있기 마련인데 말이죠.
의아해 하며 다시 집에 돌아가보니
수련회를 다녀와서 곧바로 벽장속에서 잠자고 있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벽장 속에서 녀석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짝사랑하는 여자 아이와 마음껏 노는 꿈?
오늘 아침에
교신이는 수련회를 가는데 가방이 마땅한 것이 없어서
평소 학교 가방을 전부 비우고 갈아입을 옷이랑 간식 그리고 필기도구를 챙겨 넣으라 하였습니다.
지지부진하게 허둥되는 꼴이 안되보여 녀석을 도와주려 방에 들어갔습니다.
준비물들을 넣어 너무 빵빵해진 녀석의 가방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탈탈 털기 시작했습니다.
피리가 두개나 나오고 온갖 허접한 신문지쪼가리며, 학종이가 한 웅큼이나 나오고 덩치 큰 만화 책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것까지 가지고 갈 참이었느냐며 나무라고 가방의 다른 작은 주머니들을 뒤지는데
가방 앞쪽 지퍼가 있는 주머니에서 몇 개의 이상한 것이 튀어나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 작은 편지 ...
옆에 있던 충신이가 '이거 뭐야?' 하는 제 소리에 눈을 번뜩이며 달려들고
옷을 주워 입고 있던 교신이 경악하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제 손에 있는 것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건 오래전 꺼야~
충신이의 놀림에 변명하듯이 그 카드와 편지를 가로채 들고 교신이는 방을 나가며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는 가방 깊숙히 손을 넣어 치우는 중에
녀석이 낚아 채간 그것들 말고도 또 다른 물건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손에 쥐어지는 작고 딱딱한 물체들...
보석과 사탕 ...!!!!!
그것은 네모난 종이에 정성스레 위 아래로 나란히 테이프로 붙여 놓은 보석과 사탕이었습니다.
하트모양의 에머랄드 빛 플라스틱 보석 밑에는 김교신이란 자기 이름이 적여 있었고
예쁜 반짝이 포장으로 되어 있는 사탕 밑에는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첫 사랑...^^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초딩 1학년때 첫 짝꿍이 녀석에겐 첫사랑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짝이 바뀌게 되고 나서부터 그녀는...아비를 닮아 소심한 교신이의 짝사랑이 되어 버렸지요.
벌써 2년이나 지나 3학년인데
lsm...그녀는 이 녀석이 저를 이리도 좋아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요?
보석과 사탕을 한참 재미있게 들여다 보다가
문득
그런 면에서 유능하지 못해서
그녀와 이 녀석을 잘 사귀게 도와 주지 못하는 것이 영 미안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
교신이는
수련회에 가서 배를 타고 놀았고 그것은 겨우 10분 정도여서 아쉬웠고 자기는 정신없이 가야 했기 때문에 깜빡 잊고(그럴 수밖에 없었겠지요?^^) 샌달을 신지 않았기 때문에 배를 탈 때 신발을 벗어야 했다고
그리고 초를 만들었다며 에머랄드^^ 빛 작은 양초를 내 놓았습니다.
그녀에 대하여 묻고 싶어 입이 간질거렸지만^^
워낙 노여움을 잘타는 녀석이라
또 눈이 벌개지며 그렁그렁 눈물을 흘려댈까봐 ... 꾹 참았습니다.
...
흠...
먼 나중에
혹 녀석의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이 글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은 가끔 꺼내 읽으며... 킬킬거릴 것 같습니다.^^
못된 아버지이죠?^^
-
알 수 없는 사용자2008.04.26 13:53 신고
음.. 저의 아련한 풋사랑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글 이군요^^
답글
7살때, 유치원에서 2살인가 어린 인형같았던 여자아이를 좋아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하는데..
정의의 용사닷!! 하면서 그아이 주변에서 그아이 주위를 아무도 얼씬 못하게 했던 기억정도까지만 납니다.^^
그담으로 여인네를 좋아했다고 할만한 것이.. 초등학교 6학년때에..
그냥 예뻐서였던 것 같은데.. 잠깐 살짝 좋아 했었던 것도 같고.. ^^;;
그러다가.. 오랜 공백기끝에..
중3 즈음부터 이성에 대해서 관심을 쭉 가지다가..
중3 겨울방학 즈음부터.. 교회의 2살 어린 여동생에게..
마음을 열면서부터.. 음.. 콩꺼풀 잔뜩씌운 지독한 첫사랑이 시작되었었군요^^;;
마음을 열게되었었던 첫 계기가, 현모양처로 딱일꺼라고 추측한 것이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저 자신이 키운 상상의 세계에 갖혀서,
사랑이란 감정에 폭~ 빠졌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스럽기에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랑스럽도록 대상을 미화해 놓고, 자기 감정에 도취되는 것이죠^^
아련한 추억이 있는 이성에 대한 풋풋한 감정들은.. 요정도 군여~ ^^
당시의 저보다 교신이가 정신 성숙도가 훨 높은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1학년에서 4,5학년까지는, 이성개념이 거진 없었던 저에 비해서.. ^^ -
미소가 절로 날 만큼 사랑스럽군요.
답글
저는 아이들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여자친구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 느끼지 못했답니다.
한얼이는 힘든 과정을 거친 다음 학원이나 게임 동아리등을 통해서 주로 누나들과
친분을 쌓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에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군요.
한빛이는 아직까지는 여자친구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교회가 아니면 별로 만날 기회가 없기도 하고 초딩때는 도통 남자아이들끼리만 어울렸구요.
아마 충신이랑 교신이는 아빠를 닮지 않은 것 같네요. ㅎㅎㅎ
요즘이야 굳이 남녀 구분없이 잘들 지내는 것 같아 보이던데
교신이가 느끼는 첫사랑이 아마 오래오래 추억이 되겠지요?
날씨가 추워져서 수련회가 고생이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잘 자라길 항상 기원하겠습니다.-
주방보조2008.04.27 02:59
예...녀석들이 저를 닮지 않았지요.
휴...따지자면 다섯 녀석이 모조리 저를 닮지 않았잖아요?
마눌 닮은 딸도 원경이 정도?
다 어디로부터 왔지...그러며 낄낄거리는 게 우리 부부지요.
그래서 좀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과거 경험을 좀 비추어 적용하면 좋을텐데...말이죠. 예측불허^^
한얼이랑 한빛이는...혹 엄마로 충분히 여성에 대한 감정이 채워진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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