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아침 일찍
원경이와 교신이 손을 잡고
등에는 무거운 배낭을 매고 급하게 2호선 건대역을 향했습니다.
배낭에는 중간 크기 김치통에 맛없는 점심식사가 반쯤 차 있고, 옥수수수염차와 맹물 한 병, 그리고 사탕이니 과자니 하는 시시한 것들과 비닐 돗자리 한 개가 들어 있었지요. 물론 성능 좋잖은 캠코더와 디카도 함께요.
2호선 건대역엔 수많은 학부형 학생들이 마침 출근 시간과 겹치는 때라...입구에서 북적북적, 차 안에서 복작복작...내릴 땐 박작박작...^^
종합운동장 역에서 내려 우루르 8번 출구로 나가 실내체육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아이들 다니는 초등학교 대 운동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는 한강 뚝섬 공원 운동장에서 했었는데
이번에 교장 선생님이 바뀌고 좀 고급스럽게 준비한 것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것을 무척 싫어 합니다.
어릴 때 국민학교 시절 제일 싫어 하던 것이 바로 이런 운동회였으며 학예회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
요 한달 정도 오며 가며 눈에 보이던 아이들 운동회 준비가...'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까'에서부터 '공부는 안 가르치고 저런 것으로 아이들을 들볶나'까지...눈에 시게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아이들이 운동회를 좋아하고 ...아버지가 꼭 같이 가야한다고 우겨대니...끌려갈 밖에요.
...
평면인 일반 운동장보다
잠실 실내 체육관은 입체적이어서 일단 구경하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없으니 먼지가 적고 햇빛이 없으니 그늘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마이크 소리가 깨끗하여 울리는 소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전달이 뚜렸하여 진행에 차질이 없었습니다.
교통문제와 비용문제를 제한다면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운동회를 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 같았습니다.
...
교신이가 속한 2학년은 까만 쫄바지에 까만 티를 입고 몇개의 장식을 붙인 후 인디언 춤을 추었고
원경이네 6학년 여학생들은 한복을 준비하고 부채춤을 추었습니다.
특별히 교신이는 저학년 릴레이 선수로 달렸습니다.
인디언 춤은 귀여웠고
부채춤은 멋졌다...너무 식상한가요?
그러나 진실로 그랬습니다.
한달여 땀흘린 만큼... 볼만했습니다.
저학년 릴레이에서 교신이는 한참 뒤진 것을 많이 만회하였고...교신이네 청군이 승리하였습니다, 정말 간발의 차로...
그리고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학년별 개인 경기로 장애물 달리기가 있었는데...원경이와 교신이 둘 다 7명 중 2등을 하여 아쉬워 했지요.
...
점심이 조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직 물만 먹으면 된다는 원경이의 강력한 어필때문입니다.^^
과자와 음료수를 더 사자는 말에 반대하고...닭튀김이나 과일도 마다했거든요.
간단히 김치에 비엔나소시지를 잘라 넣고 밥을 넣어 볶은 것만 준비하고 다른 먹거리는 진짜 간단했죠.
...
돌아올 때는
한강 길을 걸어서 청담동 토끼굴로 나가 7호선을 타고 뚝섬 유원지역에 내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했지만
식구들 모두 모여 30분짜리 캠코더 영상을 보며 즐거워 하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원경이와 교신이를 찾아내는 재미...를 만끽하며...
-
-
책상에 앉아 하는 공부가 아닌 일이라면
답글
저는 무조건 좋았었는데...
지금은 실내체육관에서 하는군요.
흙먼지 풀풀 날리는 운동장.
그리고 지독한 소음이 되어 귀를 아프게 하던 마이크.
지나 버린 모든 것은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는데
실내체육관 것두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하는 운동회는
조금은 낯선 이미지이네요.
어쨌든 운동회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쩜님의 생각이 바뀌고
식구들이 즐거우셨다면 다행이네요. -
-
서울 사람의 정서와 시골 사람의 정서가 다르더군요.
답글
서울에서 자랐던 저는 나의 운동회도 귀찮던 사람였는데
경북에서 30년 가량을 살면서
자기 아이들의 운동회도 아니고
우리집 아이들의 운동회를 따라오는 이웃들의
정서가 무척 당황스럽더군요.
뿐 아니라 자기 자녀들의 운동회에도 꼭오라고 초대를 하는거에요.
그저 빈 인사말이련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시골 국민학교 운동회는 동네 잔치더라니까요.
가을 운동회....몇번 몇번 치루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다 자라서
어미 품을 떠나게 되더군요. -
그렇게라도 대운동회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답글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라고 해도 학년을 나눠서 하는 정도,
어린이 날을 앞두고 달리기 정도 하는 소운동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추억할 만한 일들이 없기도 하려니와
그래도 운동회가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행사이니까요.
아빠가 준비한 간략한 점심이 원경이의 다이어트 의지인게지요?
아직 어린 아이가 그만큼 의지가 있다는 건 알찬 미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실은 저는 어려서 저 부채춤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만.
저는 여성스러운 쪽은 아니었거든요. 가사, 미술도 그랬었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원경이랑 교신이를 보면 어느 새
꽤 많은 인연이 되었구나...실감납니다.
오늘은 바깥 운동회 하기에 좋은 날씨같습니다.
아이들은 중간고사에 찌들어 가는 소리가 들리지만요.-
주방보조2007.10.04 23:10
대운동회는 2년에 한번씩 하다더군요.
소운동회는 그 사이 해에 하고...그것은 그냥 학년별로 하구요
원경이는 부채춤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 에미를 닮아서 여성스러운가 봅니다. ㅎㅎ
간단한 점심은 원경이의 다이어트 의지라기보다는
선생님이 신신당부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실내체육관에서는 어떤 것도 못먹게 되어 있어...간략할수록 위험도가 떨어지므로 부탁했고 원경이는 범생이이므로 그대로 하라고 제게 압력을 넣었고...저는 잔뜩 차리기 버거운데 잘되었다 하고 간단명료하게 준비했지요^^
요즘 우리집도 두 딸들의 신음소리가 높아만 갑니다^^ 시험에 빠져...
-
-
요즘은 운동회를 실내 체육관에서 하는군요. 와...
답글
저는 초등학교 다닐적의 가을 운동회 행사를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뭐 운동을 별로 못해서 경기에서 우승을 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서도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청군 백군 머리에 띠 매고 응원하고 어른들도 신나게 함께
즐기고 뛰고 웃는 그 분위기가 말이지요.
비록 조촐한 점심이였다고는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김치 볶음밥이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
^^
답글
저도 운동회 학예회 이런거 너무 싫어 했는데...
아이들 운동회도 싫어했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운동회
땡볕에 아래 아이들 혹사 시키고 ..
말 안듣는 아이들한테
선생님은 화나서...
마이크로 욕하는 소리도 들리고...
모든게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네요.
6학년 여학생의 부채춤은 어느 학교나 똑같은거 같고.
2학년 교신이 인디언 춤 귀여웠을것 같아요.
앞으로 4년 정도는 운동회 구경이 남아 있네요.
부럽습니다.
^^
'칠스트레일리아 > 다섯아이키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통사고... (0) | 2007.10.12 |
---|---|
원경이의 일기...대운동회 (0) | 2007.10.11 |
진실아...사랑해... (0) | 2007.09.14 |
두 친구... (0) | 2007.09.05 |
심야극장에서 미스터빈의 홀리데이를 보다... (0) | 2007.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