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호> 독자중 한분의 ...글 2001년 07월 21일 제 칼럼의 독자 한분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분의 동의를 얻고...싣습니다. ...
폐결핵으로 한쪽 폐 절제술을 받은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슴 전체가 온통 염증이 생겨 매일같이 식염수로 세척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을 처음 본 것은 지난 주
토요일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광우병 환자 수술을 필두로 너무나 많은 응급수술 때문에 한사람도 pm off를 받지 못하고 저도 이분 수술을
도우러 갔었습니다.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는 우리 병원에는 전국에서 문제 있는 환자는 모두 오나봐. 광우병환자도
그렇고... 라는 말이 나왔고 제 말을 받아 chief resident도 우리는 다른 병원에서 문제 일으킨 환자 모두 받는 쓰레기통 같아.
하고 말했습니다. 그 환자가 전신마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죠. 아차 싶었지만 곧 바쁜 일 때문에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전 환자의 수술이 예정보다 늦게 끝나서 그분은 수술실 복도에서 몹시 긴 시간을 홀로 있어야 했습니다. 볼일을 보려고 바쁘게 복도를
나서는 순간 그분의 앙상한 얼굴에서 유난히 드러나 보이는 큰 눈이 몹시 기다림에 지친 후의 애처로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
보았습니다.
순간
"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앞의 환자가 늦게 끝나서요" 등등의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왠지 무서운 말을 들을 것도
같고 원래 다정한 말은 쑥스러워서 잘 못하는 성격 탓으로 망설이는 동안 환자가 수술실로 들어왔습니다.
세척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었고 수술이 끝난 후 기구들을 정리하러 밖으로 나와있는데
**씨 **씨 ! 다급하게 환자 이름을 여러번 부르다가
circulating! 마취과 선생님 불러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곧이어 눈앞에 전개된 상황은 심장 massage를 하는 주치의와 심장의 rhythm이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monitor, 다급한 전화벨
소리 - fellow의 지시대로 기관내 삽관을 하고 suction-
환자가 회복된 후,
이대로 이 환자가 죽었다면 아까 나는 환자에게 다정한 말로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란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사랑하는 작은언니를 생각나게 하는, 오랜 세월 결핵과 싸운 흔적이 있는 애처로운 사람. . . 그리고 집에 와
접한 하나님의 말씀 - 병들었을 때에 돌아보았고... 너희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라 -
다시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 말씀을 벽에 붙였습니다.
이 말씀을 정말 실천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하는 일을 천시하던 내가 부끄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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