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섯이라서 사실 참 행복합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비디오라도 빌려볼 참이면...뿌듯하지요^^
그런데
오늘은(벌써 어제가 되었군요)
예외적인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살곶이다리까지 오랜만에 자전거를 한시간여 타고 저녁 8시경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큰 딸 둘을 새집으로 공부하라 보내고
저녁을 막 차려먹고 있는 중에...전화가 왔습니다.
아내가 푹 한숨을 쉬면서...전화받는 폼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제가 대신 받았지요
충신이의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전날 놀이터에서 충신이가 주먹만한 돌을 던져서 친구의 눈 바로 위를 맞추었고 9바늘이나 꿰메는 사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놀라고 걱정되고 화도나고...그 아이의 집전화번호를 받아들고...전화를 넣었습니다.
대여섯번이나 자식을 잘못키워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고...20만원을 봉투에 넣어 그 친구집으로 충신이를 끌고 즉시 갔습니다.
이 사건은 피아노도 치지않고 공부도 하지않고 개학부터 내내 나가 놀더니...내놓은 작품입니다.
다행히...다친아이의 부모가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아이의 다친부분도 눈썹위라서 그리 크게 흉터가 나지는 않을 것같았습니다.
제 뒤를 터덜터덜 따라오는 눈물젖은 충신이의 모습을 뒤돌아보면서...
이 녀석의 아비 말듣지 않음을 섭섭해 하고...속상해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를 안돈시키고
큰 딸들 데리러 새집으로 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실이는 방에서 어슬렁거리며 나오고 진실이는 뭔가를 하다가 슬쩍 눈치를 보며 치우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시간 넘게...둘이 앉아서 한 일은 만화를 그리고 구경하고 빈둥거리는 것이 전부 다였던 것입니다.
갑자기
모든 일이 다 귀찮아졌습니다.
자식이라는 것...
그들이 잘되기를...기대하는 것조차..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이 되게 만드는지요.
다섯권이나되는 만화노트를 진실이에게 집어 던지고...
너희들 맘대로 하고 살라고...하고
엎드려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진실이는 잠간 울듯하고...말고(속으로 정말 잘되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요...)
나실이는 엉엉 울면서 잘못을 빌었습니다.
빨리 나가 집으로 돌아가라고...하고 기도하고 있는데...문앞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나실이는 주저앉아 있고 진실이는 서서 나실이를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나실이 왈...용서해주기 전에는 못일어난다...그리고 아빠랑 같이 가겠다...
용서해줄테니 그냥 먼저 가라고 했지요...
...
집에 와 보니
"아빠 제가 정말 나쁜 짓을 했구나 하고 이제야 진짜 깨달았어요"라는
나실이의 편지가 제 책상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
아이들이 엇나가는 것...
사랑하고 기대하고 잘되기를 소망함에도...제 멋대로 가는 것
그래서 슬프고...무거운 십자가가 되는 것
어떠했어도 용서하지 않을 수 없고...다시 기대하지 않을 수 없고...제 멋대로 살도록 버려둘 수 없는...십자가...
...
한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주님말씀을 다시 한번 의미있게 살펴본 날이 되었습니다.
...
충신이 일도...그 아이가 눈이나 뇌를 다치지 않고 그정도로 그친 것을 감사하고
진실이나 나실이에게 일말의 ...회개하는 빛이 보임도 감사하고...
나의 십자가가...사랑의 십자가임을 또한 감사하는...것으로...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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