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조정희칼럼

[이름]일본사람이 미국을 "베이고꾸"(米國)라고 부르게

주방보조 2004. 2. 7. 16:09
<제25호> [이름] 일본사람이 미국을 "베이고꾸"(米國)라고 부르게 된 까닭 2001년 08월 14일
일본 사람들은 왜 미국을 米國이라고 씁니까?  역시 발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말
이 정착된 과정은 중국의 그것과 약간 다릅니다.  

일본 사람들은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오메리카"(United States  of  America:
USA)를 가리킬 때, 카다카나와 한자를  섞어서 "アメリカ合衆國"라고 쓰거나 아니면
한자로만 "亞米利加合衆國"이라고 씁니다.  어느 경우나 발음은 "아메리카가슈우고꾸"
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중국사람들과는 달리 아메리카(America)의 첫 음절인 약모음 '아'(A)를
음차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亞米利加)가 되었습니다.  이때  미(米)는
"메"(me)로 발음된다는 점에 일단 주의를 해 두십시다.

일본 사람들도 "아메리카가슈우고쿠"의  줄임말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의  국(國)을
뽑은 것은 중국과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과는 달리 첫  글자가 아니라 두 번째 글자
메(米)를 뽑았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카가슈우고쿠"의 축약어는 米國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때 메(米)는 "베이"(bei)로 발음이 바뀌는 점에 다시 한번 주의를 기울여 주
십시오.  그래서 이젠 "메고꾸"가 아니라 "베이고꾸"입니다.  

어째서 두 번째 글자입니까?  아무래도 "아메리카"의 첫 자음인  "미음"소리(혹은, 엠
(m)소리)를 무시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America"의  "A-"발음은 약모음이어서
대표 소리값으로 내세우기에는 모자랍니다.  그것이 바로 아메리카(亞米利加)의 두 번
째 글자인 미(米)를 뽑은 음운론적인 이유인 듯 싶습니다.  

의미론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America"의 한자어  음차를 "亞米利加"로 정한 이상,
첫 글자 아(亞)를 고집했다면  혼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亞)는 아시아(Asia)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국(亞國)의 뜻은 "아시아의 나라"가  되어 버립니다.  서양 나
라인 미국을 가리키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米國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일 것입
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필이면 쌀 미(米)자였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본 한자  중
에서도 메(me)소리를 가진 글자가 여럿 있었을 것입니다.  일본 한자는 그 발음이 보
통 예닐곱 개씩 되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서 굳이 쌀 미(米)자를 선택한 데에는 어
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쌀 미(米)자를
선택함으로써  두 가지 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첫째는 발음이 변한다는 점입니다.  미(米)자는 다른 자와 합자되어서 사용되면  발음
이 베이(bei)로 바뀝니다.  그래서 축약형 米國의 발음도  더 이상 "메고꾸"가 아니라
"베이고꾸"입니다.  "America"의 첫 자음인 "미음"(엠(m) 소리)조차 사라져 버립니다.

이점은 대단히 이상합니다.  사실상 미(米)자가 메(me)로 발음되는 것은 오로지 음차
어 亞米利加에서 뿐입니다.  심지어 미국의 다른  이름인 北米合衆國조차도 호쿠베이
가슈고꾸(hokubeigasshuukoku)로 읽힙니다.  다시말해 亞米利加의 경우만 빼면  米자
는 거의 예외없이 베이(bei)로 읽힌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미음(m)발음이 일본 한자어에서는 비읍(b)으로 읽히는 예가 있다는 것
이 사실이라면 일본 사람들이 쌀 미(米)자를 선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합니다.  아메리
카의 "메" 발음이 "베이"로 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동음이의어의 문제입니다.  "베이고꾸"라는 말은 "米國"의 발음이기도 하지만,
쌀을 가리키는 미곡(米穀)의 발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맥락없이 발음만 보면  "미
국"과 "쌀"은 구분이 안됩니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말들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
만, 새 말을 만들어 내면서 이런 예측가능한  혼란을 피하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
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메이꿔"에 '아름다울 미(美)'자를 쓴 것은  "이왕이면 기분좋게  해주
지 뭐"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메이(mei-3)로  발음되는 한자어들을 모두
찾아보았더니, 아름다울 미(美)와 언제나 매(每)자 딱 두 개 밖에 없었습니다.  매(每)
자를 써도 음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다른 음운론적인 이유
가 있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면, "에이, 기왕이면 기분 좋게 해  주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
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의 중국어 이름의 뜻은 "아름다움(美)과 부유함(利)과 강
성함(堅)이 모두 합쳐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미국을 위해  대단한 복
(福)을 빌어준 셈이지요.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미국을 복빌어 줄 생각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더 정확할 지도
모르는 한자들을 제치고 굳이 쌀 미(米)자를 썼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미국을 "베이고꾸(米國)"라고 부르기로 한 일본 사
람들은 "메이꿔(美國)"이라고 부르기로 한 중국 사람들에  비해서 마음이 좀 좁은 것
같습니다.  

이름으로라도 선심 좀 쓰면 어때서.....

알바니에서, 조정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