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믿음] 좇음(從)과 따름(追) | 2001년 07월 31일 |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 라"(마가복음 8:34) 요즘은 "좇다"는 말보다는 "따르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인터넷의 야후 국어 사전에 보면 "좇다"는 "따르다"와 거의 같은 말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또 연세대 한국어 사 전에는 아예 "좇다"가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대 국어에서 별로 쓰이지 않기 때 문입니다. 하지만 16세기까지만 해도 "좇다"와 "따르다"는 뜻이 조금 달랐습니다. "좇다"와 "따 르다"의 뜻 차이는 한자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주요 한자 학습서 (千字文, 類合, 訓蒙字會, 新增類合)를 보면 종(從)자는 "좇을 종"으로 추(追)자는 "따 를 추"라고 풀려 있습니다. 좇을 종(從)자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따라가되 앞사람이 가면 뒷사람도 가고, 앞 사람이 서면 뒷사람도 선다"는 뜻입니다. 앞사람을 모범(模範)삼아 자신의 모든 행동 을 조심스럽게 맞추어간다는 것이지요. 따를 추(追)자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따라가는 모습(人人)이 없는 대신, 큰 무리 혹은 연대급의 군대를 가리키는 ( )자가 있습니다. 이 한가지 모양 차이 때문 에 뜻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좇음"이 "한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충실히 본받아 가는 것"이라면 "따름"은 "무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것"일 뿐입니다. 따름과 좇음의 주체가 개인인가 무리인가의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중세 후기 국어에서는 이 차이점이 사라집니다) "좇음은 인격적인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따름" 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면 "좇다"와 "따르다"가 마구 섞여 쓰이는 경향이 생깁니다만, 성경 번 역자들은 나름대로 이를 구별하려고 애쓴 흔적이 있습니다. 예컨대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그물을 버려 두고 좇으니라(막 1:18; 마 4:20)"고 되어 있는데, 이는 "인격 적인 따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또 다음의 구절에는 "좇다"와 "따르다"는 말이 나란히 쓰여서 그 두 낱말의 뜻 차이 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 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막 8:34; 눅 9:23). 당시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무리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렇게 나를 계속 따라 다니려면, 아 예 나 같은 사람이 되어라"는 뜻이라고 봅니다. 예수님처럼 되는 방법이 바로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 님께서 먼저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자기 신분을 부인하고 십자 가의 극형을 받으신 것입니다. 그걸 "배우며 따라가는 것"이 바로 예수님을 "좇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받는 대접에 자꾸 서운한 느낌이 들면 "내가 아직 멀었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아무리 제 분(分)에 모자라는 대접을 받아도 섭섭해지지 말아야 "예수님을 좇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마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주, 알바니에서 조정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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