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호> 식판깔개 하나 때문에... 2002년 09월 14일
지난주부터
1학년인 원경이도 학교급식을 시작했습니다.
수저...물통...젖은 손수건...은 준비를 해서 보냈는데
식판깔개가 문제였습니다.
가락공판장에도...엘지수퍼에도...문방구에도 그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골목시장이나 이마트에 가서 사줘야지...하면서 어느새 두 주간이 흘렀습니다.
다른 녀석같으면...그냥 잊어버리고 말거나...포기해버렸을텐데
진드기같은 이 세째딸은 날이면 날마다 저를 졸라대었습니다.
어제는 자전거타고 이마트 가자고...자기들과 자전거타기를 행복해하는 아빠의 약점^^을 파고들었습니다.
둔하기 이를데없는 아빠이지만...이 진드기 아가씨의 요구를 더이상 외면하기 힘들었습니다.
한강의 자전거 길을 따라 가다가...성수동 굴다리 앞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원경이와 손잡고...이마트까지 걸어갔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여러녀석과 함께 하는 것은 보다 즐겁고...단 둘이만 함께 하는 것은 보다 더 정겹습니다.
식판깔개를 찾으면서...타일이 떨어진 싱크대 벽면을 칠할 페인트와 롤러도 사고...슬리퍼도 하나 사고...욕실 구석에 세워두는 사단 수납대도 샀습니다.
직원들의 없다...모른다...들은 적도 없다...등등의 영양가없는 대답을 뒤로 하고(이름이 달라서 그랬겠지요...식판깔개가 아니라 식탁매트이더군요^^))...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마트 2층을 샅샅이 뒤져...쟁반들이 주르르 진열된 맨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식판깔개를 발견하여 흰 장미꽃 무늬가 있는 것 하나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
계산대앞에 서서야...허거걱! 제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실이에게 전화하여...지갑을 가져오라하고...우리는 정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
그리고...진실이가 늦어서 미안한 얼굴을 하고 왔고
그리고...원경이의 쫄바지를 하나 사야했고^^...
그리고...산 것들을 박스에 담아 ...자전거 뒤에 싣고 돌아왔습니다.
...
식판깔개 하나 때문에...다섯시간 가까이...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는 거 아닙니까^^
중노동이었지^^만...좋았습니다.
저는 원경이와 둘이 하이킹^^을 해서 좋았고
원경이는 고대하던 식판깔개를 얻어서 좋았고
진실이는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하나 얻어먹어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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