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세상에 대하여

세면대 수도 바꾸기...

주방보조 2005. 8. 3. 07:19
어제 오전중에 막내가 물장난을 하던 중
이 아파트가 지어지고 지금까지 몇년전부터 망가진채 이리저리 손을 봐 겨우 명맥을 지탱해 오던 수도꼭지가 드디어 그 명줄을 다했습니다.
고치려고 뜯어본 결과 더 이상은 저의 빛나는 천재성^^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저녁을 먹고 아이들 셋을 대동하여 이마트로 갔습니다.
수도 꼭지 뭉치를 2만9천원에 사고 변기시트도 제일 싼 것으로 하나 사고
불고기감 등 먹거리 좀 사고...돌아왔습니다.

옷을 훌렁 벗고^^
화장실에 들어앉아 교체작업을 시작한 것이 자정가까웠는데
한시간 반 정도 용을 쓰고 한 일이라고는 변기시트 갈면서 낙스로 청소하고...세면대 수도 파이프 떼어낸 것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옛 수도꼭지가 그곳에 17년을 붙어 있었는데
그게 쉽게 떨어지겠습니까?

망치 빼고(오밤중에 탕탕 거릴 수는 없으므로) 온갖 도구를 다 동원해 보았지만 세면대 밑에 고정시킨 너트를 제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어머 새로 갈았네?'하는 명랑한 마눌님의 칭찬을 받기는 다 틀렸고^^
혹시나 해서
자전거 체인에 뿌리는 기름을 칙칙 뿌리는 것으로 작업을 종료했습니다.

...

아침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는데
가늘고 긴 쇠막대를 너트 손잡이에 대고...망치질을 함으로서
결국 17년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크하하^^

그것도 결코 쉽지않았습니다 한시간 정도는 걸렸으니까요.

그리고
설명서를 따라 세면대에 새 수도꼭지를 설치했지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망치질로 고정너트가 조금씩 움직이기 전까지는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를 부를까 하는 유혹을 엄청나게 받았지만  
아직 녕감이 아니라는 자존심을 걸고 해내고 말았습니다^^

...

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새로 시작하는 일보다

이미 오랫동안 굳어진 체계를 치워내는 일이 얼마나 엄청나게 어려운가 깨달았습니다. 

세면대가 그렇거니와

우리 자신의 의식속에, 사회의 온갖 고정관념속에, 민족의 전통속에, 나라의 체계속에..얼마나 많은 녹슨 너트들이 꼭 조이고 앉아 변화를 거부하는 지 말입니다.

저희집 세면대는 망치질로 해결되었지만
다른 것들은 어떻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야 할끼...요.
답은 모르고
"별 주제넘는 생각을 다 하고 있네"...라고 제 속에서 갈아치워야 할 낡은 잡것이  소리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