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오른쪽 두피를 중심으로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길게는 30초 짧게는 1초 간헐적으로 찔러오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진실과 나실 둘을 대동하고 한강에 나갔는데도
주일오후엔 진실 나실 넘버1님 대동하고 클래식500의 투썸플레이스?에 가서 케익조각을 먹고 커피도 마셨어도 조금도 신바람이 나질 않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을만큼 쉬지 않고 머리를 후벼파듯 찔러대는 통에
월요일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오른쪽 임파선염이 심하여 두통이 계속 되는 것이라면서 2주간은 아플 것이라고 하고 항생제와 진통제등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약을 먹어도 즉각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껏 보통은 타이레놀 한알 먹으면 눈녹듯 사라지던 두통이었는데 이번 녀석은 좀 많이 독한 놈인듯...아니면 그만큼 면역력이 떨어진 탓이거나...
마눌님은 구석에서 지저분하게 꾸부리고 자서 걸린 병이라 하고
진실이는 아버지 평소 자세가 나쁘더니 신경계에 문제가 생긴듯 하다 하고
나실이는 아픈 사람 좀 괴롭히지 말라고 하고
원경이는 전화 걸어 위로해주고
충신이는 말도 없고 얼굴도 안 보이므로 스트레스를 덜어준 반면
교신이는 요리로써 아픈 아버지를 돌봐드리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습니다. 물론 이놈 스스로 해낸 생각은 아니고 일본 친구의 조언을 듣고서 말입니다.
교신이는 엄카사용허가를 받은후
이마트에 가서 양배추, 빵가루, 돼지고기 다진것,감자, 양파 등등을 사서
아버지 어머니 저녁에 맛있는 요리 드시러 오세요. 처음 하는 것이지만 친구말이 무지 맛 있는 거래요. 하면 되겠지요. 별거 있겠어요? 호기롭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다 되어 집에 나타난 교신, 정말 정성을 다했는데 깜빡 하는 바람에 실패했어요. 바닥을 다 태웠네요. 3시간이나 걸렸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어제 화요일 저녁의 일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읽은 타임지들을, 요즘 아무데도 못가는 신세가 된 김중위 영어공부하라고 부쳐주러 교신이와 함께 우체국에 가면서
아버지를 위한 요리 한 번 더 해보라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그럴까요? 하고 묻더니 집에서 양파 하나를 가져가며 저녁7시까지 오시면 그 요리를 다시 해 놓겠다고 하였습니다.
7시가 좀 지난 시간에
저와 마눌님과 나실이가 함께 새집 교신이에게 저녁을 대접받기 위해 갔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케첩냄새가 집안 가득하였고 커다란 냄비 안엔 양베추로 투박하게 쌓여 있는 길쭉하고 둥근 덩어리들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교신이가
한 덩어리를 먼저 접시에 담아 제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보기와는 달리...맛 있었습니다.
옆에서 하나를 꺼내 먹던 나실이가 진심으로 감탄을 하였습니다. 이거 진실언니가 정말 좋아할 음식인데!! 원경이에게 자랑도 해야겠어...호호호 하며 좋아했고
새집 오기전 너구리 한마리를 드신 마눌님도 한 덩어리를 순삭해 버리셨습니다.
밥을 같이 해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던데요...라는 녀석의 말에
저는 두번째 덩어리와 밥을 함께 접시에 담고 자잘한 국물을 소스뿌리듯 그 위에 얹어 먹었습니다.
아파서 운동을 못하니 혈당이 300으로 치솟아 있었지만
막내아들이 나를 위해 만든 요리인데 맛조차 좋으니 삼갈 수가 없었습니다.
비싸고 맛있게 고급음식을 먹은 느낌이야. 진실이의 계란찜과 쌍벽을 이루겠는걸...
제가 해 줄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녀석에게 던졌습니다.
요즘 눈이 더욱 침침해져서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틀림없이 행복한 웃음을 초딩3학년때처럼 얼굴에 피워내고 있었겠지요.
그래도 저 큰 냄비속 요리를 이삼일은 더 먹어야할 듯 합니다. 아직 반도 더 남았거든요.
저 냄비가 비워지는 날,
나의 두통도 사라지기를...
막내 아들에게 첫번째 좋은 음식을 대접받은 즐거움을 힘입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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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전에 저는 왼쪽 두피 뒤부터 목..그리고
답글
왼쪽 뺨아래..통증과 함께 부스럼이 띠를 이루며
급속히 번졌는데...대상포진이라더군요.
이주일 동안 항생제 먹고 연고 바르고 나았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병...사고.. 참 골고루 다양하게 겪습니다요..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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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1님께서 병원에 계시니까 잘 알아서 하시겠지요.
답글
어디든 아프면 힘들지만 두통은 더더욱 견디기 힘든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늘 건강에 유의하고 계시지만 무엇보다도 미루지 않고
제때에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평소에 관리를 잘하시지만 조금도 방심하시지 말고 건강을 잘 지켜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평소에 고혈압이면서도 방심하고 있었고, 신경쓰이던차에
근처에 영상의학과가 있어서 MRI MRA 검사를 받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답니다.
분당서울대 병원에서 뇌혈관조형검사까지 마친 결과 후뇌동맥의 65%.57%의 협착이 이루어지고 있었더군요.
약물치료를 하고 있고, 2개월 후 다시 CT를 찍게 된다는군요.
물론 지금으로서는 일상생활에 불편은 없고, 보험회사 다니는 덕분에 진단금이 효자노릇을 하니 다행이네요 ㅎㅎ
지난번 기도 부탁드렸던 생명수님께서는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진행중이시고,
의료진도 놀랄 만큼 나이지고 있다니 감사한 일이고 꼭! 완치되기를 바라구요.
나이를 먹으면서 잘 관리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비밀댓글]-
주방보조2020.03.13 05:05
뇌는 정말 탈이 나서는 안 되는 분야입니다. 미리 문제점을 찾으셨으니 참 다행입니다.
나이가 들면 이전엔 경험해보지 못한 장애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듯 합니다.
저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기본으로 깔고 50부터는 노안에 오십견 그리고 이번에 대상포진까지 겪고 있으니 나이값을 제대로 하며 살고 있는 것이지요.^^
생명수님을 위해서 여전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치료에 진전이 있다니 감사한 일입니다.
건강하게 오래살기...너무 오래 살 생각은 없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고...노력합시다. ^^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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