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나의 새로운 별명들...

주방보조 2019. 6. 3. 13:50

어릴적 나의 별명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삐리...가 그 중 하나였고 원파리, 투파리...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생김새에서부터 나온 별명들이 나타났다.

새까만 피부와 월남전이 맞물려

키수상(이건 선생님이 직접 하사하신 국민학교 4학년때의 별명이다. 아직도 그 월남수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깜치

그리고 더 나아가 까깜치, 왜냐하면 전학한 학급에서 가장 까만 녀석이 깜치였으므로 그보다 더까맣다고...

힘이 세서 붙은 별명은

삼손

박박 깍은 머리가 닮았다고

율브리너

그리고 아주 짧지만 공부를 조금 할 때 하루 종일 자리에서 안 일어난다고(실은 두 번은 일어났었다.)

괴물

고집이 독재자들만큼 세다고

총통

 

그렇게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리는 일이 더 많던 초중고시절은 지나가고 

스스로 아웃사이더 라고 칭하며 다니던 대학시절엔 스스로 붙인 그 아웃사이더란 별명말고는 없었다. 

이후 

별명 상실의 오랜 세월을 지냈다.

 

그동안 

그냥 "아버지"...가 가장 많이 불려진 별명이다. 

그냥 아버지 노릇만 하였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다

아버지 노릇 30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갑자기 별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좁얼큰...어깨가 오십견을 앓고 나서(늙어가는 현상이겠지만) 좀 줄어든 탓인지 얼굴이 커 보인다고

혼수상태...날마다 축 처져 의식불명인듯 누워있다고

통닭구이...누워서 운동한다고 팔다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전기구이 통닭 그것을 닮았다고

잔소리꾼...쓸데없이 참견하는 일이 지나치게 많다고

 

물론 어릴적처럼 마구 불러대는 별명은 아니다. 그리고 4글자로 편집한 것은 기록을 기억하기 좋게 하려는 나의 고의적 의도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 것과 같다고 했던가.

출생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같이

그리로 수렴해 가며 죽음을 맞는 것일까?

 

그래서

그동안 참 오랫동안 붙여지지 않던 별명들이 어린 시절처럼 다시 붙여지는 것은 아닐까?

 

ㅎㅎ...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나의 손자 손녀들이 

내 무릎에 억지로 앉았다가

잠시도 못참고 나의 새로운 별명을 부르며 자기들 엄마에게 달려가는 그 날 

거기서 붙여지는 별명이 내 마지막 별명이 될 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냄새할아버지'야...!!

 

 

 

 

 

 

 

  • malmiama2019.06.04 06:38 신고

    그래도
    유쾌하게 자알 늙고 계신 중입니다.ㅎㅎ
    좀 씁쓸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답글
    • 주방보조2019.06.04 07:22

      요즘은 지속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버스타고 여행다닐 용기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버스타고 여행다니는 일이 없었지만, 버스타고 여행다닐 용기만은 있었거든요. ㅎㅎ
      몸은 많이 회복되셨습니까?

    • malmiama2019.06.04 10:29 신고

      아직 입원 중입니다..
      내킨김에 글 올려야겠군요. 폰으로 더듬 더듬 ㅋㅇㅋ

  • 들풀2019.06.04 08:20 신고

    맞아요.
    말장로님 말씀처럼
    유쾌하게 잘 늙어가고 계십니다.
    참고로
    집에서 저의 별명은
    갈고리입니다
    명예롭지 못한ㅈ별명이죠

    답글
    • 주방보조2019.06.05 00:28

      갈고리...장막을 칠 때 빼 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지요. 갈고리가 잘 걸려야 천막이 팽팽해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메우 좋은 별명입니다. 게다가 갈보리하고도 글자가 닮았고...^^

  • 김순옥2019.06.04 09:07 신고

    별명이 많다는 건 그만큼 주변사람들로부터 관심이 많다는 것 아닐까요?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저도 어려서는 까맣다는 것으로 숯통가마치(전라도식 가물치).
    중학교 때에는 다마네기(양파).
    고등학교 때에는 고양이(남녀공학에서 워낙 곁을 주지 않아서).
    저희 아이들은 순할순을 악할악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을 했던 것같구요.ㅎㅎ

    진실이랑 나실이가 빨리 손주를 안겨드렸으면 좋겠네요.
    남편을 보면 에너지가 10배 이상은 나타나는 것 같아요.

    다정하고 멋진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대할게요.

    답글
    • 주방보조2019.06.05 00:39

      공부못하고 지각대장이고 옷허름하고 돌아보면 좋은 의미의 관심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충신이가 저하고 같은 과인셈이지요.^^
      나이들어 좋은 별명이 자리잡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황희정승이나 ㅔ갈공명같은...ㅎㅎ

      사실 살아서 손자손녀 볼 수 있을까...기대난망이올습니다. ㅜㅜ

  • 시골마을 주민2019.06.10 00:46 신고

    베트남 전쟁때 전투 기사를 읽은 기억들이 몇편 생각납니다. 안케패스 전투, 따빈동 전투, 케산 전투, 테트(구정공세), 북폭 등. 구엔카오키 수상은 공군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미군이 월맹지역 북폭을 할 때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여 북폭에 참가하였다는 기사가 기억납니다. 약체인 월남군에서 키장군은 비교적 영웅적인 군인이었던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구글검색을 통해 사진을 찾았습니다. 옛날에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975년 월남이 패망하며 미국으로 망명하여 생활하다가 2004년 고국인 베트남을 방문하였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http://www.sisaweek.com/news/curationView.html?idxno=68843,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ndo_china&logNo=40125360680&proxyReferer=http%3A%2F%2Fwww.google.co.kr%2Furl%3Fsa%3Dt%26rct%3Dj%26q%3D%26esrc%3Ds%26source%3Dweb%26cd%3D2%26ved%3D2ahUKEwiqrMPF3tziAhXDG6YKHYwDCNoQFjABegQIARAB%26url%3Dhttp%253A%252F%252Fm.blog.naver.com%252Findo_china%252F40125360680%26usg%3DAOvVaw1RsQXUvqYhsfMfwWuuiTNS

    답글
    • 주방보조2019.06.10 10:10

      아...감사합니다.^^ 어릴적 좀 마르고 까맣던 시절에 닮았다 할 수도 있엇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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