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세상에 대하여

그래도, 금수원 강제진압은 더 고민해야 한다(미주뉴조)

주방보조 2014. 5. 20. 15:38

꽃 놀이패 쥔 금수원
강제진압은 진상규명 물거품 만들 가능성 커
2014년 05월 17일 (토) 14:35:10 양재영 ( 메일보내기 )( newsnjoy

   
 
  ▲ 구원파 금수원 입구에 걸린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플래카드. 사진제공 서울신문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지 평론가였던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가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것은 지나간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을 귀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작년 4월 17일 텍사스 비료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20년 만에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일명 ‘다윗파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1993년 4월 19일 작년 폭발 사고가 일어났던 텍사스 웨이코의 비료 공장 자리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발생한 참극이었다.

당시 ‘다윗파’라는 광신적 종교 집단이 인질을 잡고 경찰과 51일간 대치하다, 미국 연방경찰이 진압작전을 전개하자 자신들의 건물을 방화, 신도 80명(어른 53명, 어린이 25명, 태아 2명)이 불에 탄 체 주검으로 발견되었던 당시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다윗파’ 교주인 데이비드 코레시가 이끄는 일당들은 연방정부의 사법, 조세권 등을 거부하며 독자생활을 하다 공권력과 대립하고 되었고, 무기와 폭발물을 잔뜩 쌓아놓은 채 연방요원들과 무장 대치극을 벌이다 화재에 의해 몰살되었다. '웨이코 학살(Waco massacre)' 이라고도 불렸던 이 사건은 ‘집단자살극’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대체로 과도한 공권력의 횡포로 인해 발생한 ‘집단살상극’이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 다윗파 사건을 다룬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캡처 화면  
 
잘못된 역사의 데쟈뷰

20여 년 전의 이 사건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지금 ‘금수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금수원에 1,000 여명의 신도들이 인간 바리케이드를 친 채 찬송가를 부르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반면, 검찰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채 조만간 강제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유병언은 검찰 소환 출석시한인 16일 오전 10시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는 1,00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앞으로 있을 검찰의 강제 진압에 대비해 세를 불리며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홍보담당 조계웅씨는 금수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검찰 뿐 아니라 국세청,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의 초강도 수사를 받는 등 종교탄압을 받고 있다”라며,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종교시설인 금수원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저항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금수원에 모인 구원파 신도들은 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오대양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고 주장하며,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플래카드를 금수원 입구 철문에 걸어두고 ‘표적탄압’에 대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웨이코’와 ‘금수원’의 오버랩

‘오대양 사건’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구원파 일당들의 집단 자살 사건으로, 지난 87년 8월29일 경기도 용인시 오대양 공장 터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직원, 가족 등 32명이 이곳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오대양교 박순자 교주의 지시에 다른 집단 자살’로 결론을 내렸던 ‘오대양 사건’은 이후 외부인에 의한 타살 가능성과 함께 집단 변사의 배후에 전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민속공예품 제작업체 ‘오대양’ 대표로 알려진 박순자는 유 전 회장의 무역회사인 삼우트레이딩의 사채모집책이었으며, 300여명으로부터 200억 여 원의 사채를 빌린 후 갚지 못해 총무 등 3명을 암매장 살해 후 집단 자살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 오대양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  
 
금수원에 모여든 1,000여명의 신도들과 검찰의 대치 국면이 20여 년 전 미국 텍사스 웨이코에서 벌어진 비극적 참극과 오버랩 되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의 소산일까?

텍사스 웨이코의 ‘다윗파’ 신도들이 자신들을 조여오던 공권력에 맞서 결사항전을 외치던 모습이나, 지금 금수원에서 ‘표적탄압’이라며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외치는 구원파 신도들의 모습에서 20년의 시간을 두고 반복되고 있는 '종교적 광신에 의한 집단 자살(Cult Suicide)‘의 가능성이 느껴져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

미국에는 현재 약 700~5,000개 정도의 종교적 사교집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한국에도 약 1,000여 집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들 사교집단에 의한 ‘광신적 집단행동’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사회적 골칫거리이자 본질을 밝힐 수 없는 종교적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92년 ‘영생교 사건’, 94년 ‘태양의 사원 집단자살사건’, 95년 ‘일본 오움진리교 사건’ 97년 ‘미국 천국의 문 집단자살사건’ 등 끊이지 않는 사교집단에 의한 광신적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것들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들의 숱한 연구와 조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집단 자살이 결정되고’, ‘왜 수많은 신도들이 이 참극에 순수하게 동참했는지’는 아직도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나간 역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지금 금수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치상황이 끔찍한 종교적 비극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세월호의 실종자도 모두 발견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또 다른 참사의 발생은 온 나라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위기로 몰아갈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할 온전한 아픔은 고스란히 맥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상상하기도 싫은 건 강제 진압이 이루어질 경우 역설적으로 청해진 해운에 대한 조사는 실종되고 무능한 대처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현정부의 실책 마저도 잠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유병언측은 공권력의 강제 진압과 저항하는 신도들의 '순교적 행동'을 상상하며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치든 진압이든 결코 금수원에게는 불리하지 않은 심지어 정부에도 여론 전환의 국면을 줄 수 있는 삼 중의 꽃놀이패인 셈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다. 그러므로 강압적 공권력 진입은 재고해야 한다. 공권력 진입은 유병언 일가를 소환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와는 별개로, 그들에게 사회적, 정서적 면책과 ‘오대양’ 사건 때처럼 구원파와 함께 그 일가들이 재건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칼 마르크스는 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이번 사건만큼은 어이없는 비극적 역사의 반복으로 종결되지 않고, 모두 다 수긍할 수 있는 희극의 역사가 반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린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보며 좀더 지혜롭고 슬기로운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양재영 기자 / <미주뉴스앤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