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종교인들의 지나친 전도 활동에 문제를 느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를 결성, 일명 '전도 퇴치 카드'를 만들었다. 명함 만한 크기의 이 카드에는 길거리 전도자에게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길거리 전도 퇴치 카드가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학내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FreeThinkers)가 제작한 이 카드는 전도를 목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명함만 한 크기의 카드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경향신문> 등은 "대학가에서 기독교 등 일부 종교 신자들의 전도 활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대학생들이 '무신론 동아리'를 결성하고 전도 거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기독교는 지나친 전도 활동의 주체로 지목되어 집중적으로 비난받았다. 누리꾼들은 "기독교가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해라", "기독교도들의 광신적인 행태에 대한 반발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프리싱커스는 길거리에서 강압적으로 전도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결성한 동아리로 반기독교 단체가 아니었다. 프리싱커스 창립 회원이자 초대 회장인 이 아무개 학생(공과대학)은 자신들을 반기독교 단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창립 배경은 기독교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안상홍증인회 하나님의교회'와 국내 증산도 계통의 '대순진리회'의 길거리 전도가 원인이었다.

이 씨는 낙성대에 있는 하나님의교회 전도자들이 설문 조사를 빌미로 학생들을 꾀어 자신들의 홍보 영상을 보게 했다고 했다. 나중에 이것이 설문 조사가 아님을 깨달은 학생들은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대순진리회도 "조상님에게 문제가 있어 해결해야 한다"며 학생들을 유인해 헌금을 요구하는 등 피해를 줬다고 했다.

   
▲ 하나님의교회와 대순진리회 등의 강압적인 전도 행태에 문제를 느낀 학생들이 2012년 1월 프리싱커스를 결성했다. 처음 '서울대학교의행동하는합리주의자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나, 나중에 '프리싱커스'로 바꿨다. (서울대 프리싱커스 페이스북 갈무리)

이런 단체들의 길거리 전도가 문제라고 느낀 학생들은 2012년 1월 프리싱커스를 결성했다. 처음에는 '서울대학교의행동하는합리주의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으나, 카이스트의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와 연대하면서 동아리 이름을 프리싱커스로 바꿨다.

서울대 프리싱커스는 학내 기독교 선교 단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이 씨는 특별한 반감은 없지만, 기독교 동아리가 전체 동아리의 15%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동아리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마다 교리가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한 종교 안에 그렇게 많은 단체가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개신교 동아리가 동성애와 같은 특정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성애를 지지하는 한 동아리의 대자보를 개신교 선교 단체의 학생이 훼손한 일이 있었는데, 자신의 주관적인 믿음 때문에 다른 동아리 활동에 피해를 주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이 씨는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개신교인들의 연합 기구인 서울대기독인연합(서기연)은 프리싱커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알려 왔다. 서기연 홍민기 대표는 프리싱커스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며, 이들과 만나 기독교에 관한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