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유원지역 근처 지하 뷔페식당(페밀리레스토랑 후디?)에서
생애 첫 알바를 시작한 충신이가 2일만에 알바에서 짤렸습니다.
첫날부터 힘들다는 불평부터 쏟아내길래 12시간 일이 고되기는 하겠지만 다들 그렇게 돈을 버는 것이니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사장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일도 부지런히 하시는 분인데
자기 가 데려간 여자동창이 9일까지만 할 것같다고 하니 일찍 이야기만 하면 괜찮다고 하셨다고
자기는 17일까지만 하고 그만 둔다고 말 하겠다 하여....
그렇게 하지말라고 여러번에 걸쳐 간곡하게 말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일 막 시작한 알바생이 할 만한 말이 아니며, 혹 더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니 정 그만 두겠으면
고용주에게 일주일 전 쯤 말해도 되는 일이라고
어떤 사람이 일이 많아서 알바를 쓰는데, 일 시작하자마자 며칠만 하고 그만두겠다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당장 다른 사람 구하여 다음날 그만 두라 할 수 있다고
그리고 다른 일에 비해 일이 너무 힘들고 욕이 나오고 운운하길래,
감사할 줄 모르면 다 표가 나기마련이라고 그러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으나 계속 투덜투덜...들은척 만척,
아내에게 들은 말인데, 알바 두번째 날인 토요일에도 일 나가는 충신이에게 17일 그만두겠다는 말 성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더니
알았어요 하고는 그럼 월요일에 하지요....참 고집스럽게 그러고 나갔다더니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날...17일까지만 할 것이라고 말 했으며 ...
주일 밤에 그곳을 소개해준 우식이라는 친구를 통하여 해고 통지를 전달 받고 진짜...월요일부터는 나가지 않아도 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처음이니 본인은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틀림없이 미숙한 것도 많았을 것이고, 둘쨋날 아침부터 일찍 불쑥 돈을 달라한 것도 사장으로서는 영 마땅치 않았을 것입니다.
금 토 이틀을 일하고
주일 저녁까지 기분좋게 자기 교회에 가서 '돌아온 고3들'과 놀다가 들어와, 밤 11시쯤에 그 소식을 듣고 잠자던 저를 깨워 '저 알바에서 짤렸어요'하며 분노에 벌벌 떠는 녀석에게
방으로 들어오라 하여
네가 반성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몇가지 조목조목 따져주고 ...스스로 더 생각하고 찾아보라 했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 들을수록 화가 더 난다면서 나가버렸습니다. 다른 알바나 찾아보겠다면서...
5만원을 받고 너무 대견해 하고 기뻐하던 아들놈의 모습을 본 터라, 당혹하고 노엽고 낙담한 얼굴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순진하여서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나오는 대로 생각없이 말해버리고, 표정관리도 잘 못하는 어리석은 녀석이라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좀 영리하여,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할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이 냉혹한 세상에서는
마음씨 좋게 대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그 속마음과 다른 것인지...
괜찮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괜찮지 않은 수도 있는 것인지 ...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이가 보기에 잘했다고 평가받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인지...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남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서러운 일인지...
이번 기회에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만 한다면
정말 멋진 첫 알바의 추억이 될 것이고 ...녀석의 인생에 큰 교육이 될텐데 말입니다.
...
아래는...짤렸다는 말 듣기 바로 직전까지의 충신의 2일간의 기록입니다.
-
충신이 참 고생 많았을 겁니다.
답글
아버지 입장에서 가르칠 것도 못마땅한 것도 계시겠지만
우리 쌍둥이 아들 경우에 비쳐보더라도
알바란... 정말 끔찍한 것입니다.
얼마나 열악하고 불공평한지...
이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청춘들에 대한 악질적인 대우...
개선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2011.12.05 21:50 신고
답글
아무리
걱정스런 밉살스러운 내용으로 글을 주셔도,
아버님의 염려에 공감하면서도,
... 근데도 이상하게 충신이가 이쁘네요.
짜식~, '고용계약서' 얘길 했군요.
뼝아리가 겁없이 말입니다.^^*
글고 무엇보다... "아빠랑 밥먹고싶다 진짜..."
이 말이 찡하게 와닿는데요?
지치고 피곤한 몸,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세파에서 끌어올려진 말 아니겠습니까?
충신이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힘의 근원, 삶의 원천~
크~~~~ "아빠랑 밥먹고싶다 진짜..."
진실이가 "아부지"하고 부르는 거~
저도 '아버지'가 아니라 '아부지'라고 불렀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말이 바른 말인줄 알았답니다.
'아빠'라고는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구요.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아부지라고 부르는 스스로를 훌륭하게 생각하던 오만한 아이였습니다. ^^*-
주방보조2011.12.06 12:31
충신이가
마음 착한 부분에선 저보다 세갑절은 훌륭하답니다.
그 사장도 금방 용서하고...그저 좀 속상했다는 정도죠.
저같으면...이를 박박 갈면서 온갖상상을 하면서 열흘은 족히 신음하고 있었을텐데...ㅎㅎ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둘겨 패도 금방 풀어버리거든요. 저는 오랫동안 속상한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저보고 아빠 뒤끝 짱...이라면 감탄하곤 합니다.
린님처럼
저도 아버지를 아빠라고 한번도 못불렀어요. 아버님이라고 했지요. 누님이 아빠 아빠 거리면 속으로 참 경망스럽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ㅎㅎ
린님도 뒤끝 짱...은 아니신가요? 저랑 많이 닮은 듯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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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충신이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지 않아 보여요.
답글
어떤 형태로든 경험이 되었을 것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시행착오 과정이겠지요.
무슨 일이든 다 할 것 같으면서도 학생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편안했던가를 깨달아 가겠지요.
예전에도 늘 그랬듯이 충신이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각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15일 수술을 앞두고 병원 가는 일이 많고 한얼이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답니다.
저희들이 다할 수 있는 최선은 없네요.
그냥 믿음이 가든 안 가든 의사들이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자격은 없지만 기도해 주세요.
[비밀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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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2011.12.07 19:10
년간 경제성장이 최소 5%를 넘어야 고용이 증가한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경제성장은 둔화되었고, 게다가 그나마 있는 성장분도 대기업이 독식하여 고용으로 연계시키지 않고 있으니
20대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요.
50대는 창업 또는 일용직 취업이 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딸들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데, 확실히 한국의 고용환경보다는 한 수 위인 것같아 보이더군요. 물론 ㄷ거기서도 한국인들은 부당한 임금착취를 하고 있는 듯 했지만요.
우리나라 20대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국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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