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의 첫 알바 시작과 끝...

주방보조 2011. 12. 5. 01:12

뚝섬유원지역 근처 지하 뷔페식당(페밀리레스토랑 후디?)에서

생애 첫 알바를 시작한 충신이가 2일만에 알바에서 짤렸습니다.

첫날부터 힘들다는 불평부터 쏟아내길래 12시간 일이 고되기는 하겠지만 다들 그렇게 돈을 버는 것이니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

사장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일도 부지런히 하시는 분인데

자기 가 데려간 여자동창이 9일까지만 할 것같다고 하니 일찍 이야기만 하면 괜찮다고 하셨다고

자기는 17일까지만 하고 그만 둔다고 말 하겠다 하여....

그렇게 하지말라고 여러번에 걸쳐 간곡하게 말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일 막 시작한 알바생이 할 만한 말이 아니며, 혹 더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니 정 그만 두겠으면

고용주에게 일주일 전 쯤 말해도 되는 일이라고

어떤 사람이 일이 많아서 알바를 쓰는데, 일 시작하자마자 며칠만 하고 그만두겠다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당장 다른 사람 구하여 다음날 그만 두라 할 수 있다고

그리고 다른 일에 비해 일이 너무 힘들고 욕이 나오고 운운하길래,

감사할 줄 모르면 다 표가 나기마련이라고 그러지 말라고 거듭 경고했으나 계속 투덜투덜...들은척 만척,

 

아내에게 들은 말인데, 알바 두번째 날인 토요일에도 일 나가는 충신이에게 17일 그만두겠다는 말 성급하게 하지 말라고 했더니

알았어요 하고는 그럼 월요일에 하지요....참 고집스럽게 그러고 나갔다더니

결국은 참지 못하고 그날...17일까지만 할 것이라고 말 했으며 ...

주일 밤에 그곳을 소개해준 우식이라는 친구를 통하여 해고 통지를 전달 받고 진짜...월요일부터는 나가지 않아도 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처음이니 본인은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틀림없이 미숙한 것도 많았을 것이고, 둘쨋날 아침부터 일찍 불쑥 돈을 달라한 것도 사장으로서는 영 마땅치 않았을 것입니다.

 

금 토 이틀을 일하고

주일 저녁까지 기분좋게 자기 교회에 가서 '돌아온 고3들'과 놀다가 들어와, 밤 11시쯤에 그 소식을 듣고 잠자던 저를 깨워 '저 알바에서 짤렸어요'하며 분노에 벌벌 떠는 녀석에게

방으로 들어오라 하여

네가 반성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녀석에게 들은 이야기만으로도 몇가지 조목조목 따져주고 ...스스로 더 생각하고 찾아보라 했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 들을수록 화가 더 난다면서 나가버렸습니다. 다른 알바나 찾아보겠다면서...

 

5만원을 받고 너무 대견해 하고 기뻐하던 아들놈의 모습을 본 터라, 당혹하고 노엽고 낙담한 얼굴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순진하여서 무엇이든지 있는 그대로, 나오는 대로 생각없이 말해버리고, 표정관리도 잘 못하는 어리석은 녀석이라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좀 영리하여,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할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이 냉혹한 세상에서는

마음씨 좋게 대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그 속마음과 다른 것인지...

괜찮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괜찮지 않은 수도 있는 것인지 ...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이가 보기에 잘했다고 평가받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인지...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남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서러운 일인지...

이번 기회에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기만 한다면

정말 멋진 첫 알바의 추억이 될 것이고 ...녀석의 인생에 큰 교육이 될텐데 말입니다.

 

...

 

아래는...짤렸다는 말 듣기 바로 직전까지의 충신의 2일간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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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하면 남자 사회복지사는 노가다라는데...ㅜㅜ
    이것보다 힘드려나
    ㅜㅜㅜㅜㅜㅜㅜ
     3시간 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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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하면서 mp3라도 들을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래도 음악이 에너지원이 될텐데
    이어폰이랑 mp3가 짬밥에 빠질가봐 ㅜㅜ
    그리고 이어폰에 냄새 배기면 감당 못하고...(귀에서 짬밥냄새가 날듯 하다)
    ㅜㅜ
    갈때는 솔샘이랑 같이 가니까 mp3를 못듣고
    아 mp3가져가도 돌아올때밖에는 소용이 없구나 ㅜㅜ
    · 3시간 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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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아픈데 피곤하지가 않아서 컴중.
    아빠가 빨리 와서 야식이나 같이 먹으면 좋겠다
    아빠랑 밥먹고싶다 진짜...
    · 어제 오전 12:15 ·
    •  
    • 문성원님이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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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실 ㅇㅂㅇ 그래서 먹었어???
        13시간 전
      •  
        김충신 ㄴㄴ 1시가 다되도록 안들어오셔서 그냥 교신이랑 잤어 ㅋㅋㅋㅋ
        12시간 전
      •  
        김진실 ㅋㅋㅋ 나중에 아부지나가시기 전에 말씀드려봐~!!
        같이 야식먹자구ㅋㅋㅋ
        4시간 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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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몸을 고생시키는 일을 해서 둘째날 받은 돈.5만원.
    오늘 아침 일찍 갔을때 사모님에게 어제 오늘 수당을 달라고 했는데 오늘 예약손님이 너무 많아서 10만원도 현금이 안들어왔다고 했다.그래서 5만원짜리 한장을 주셨다
    너무 기뻤다.그리고 돈이 쉽게 벌리는게 아니라는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우식이야 같은 남자니까 그렇다 쳐도
    솔샘이는 여자애가 나랑 비슷하게 힘들어하니까;;좀 걱정된다
    · 토요일 오후 11: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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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12시간...건대 병원으로 출장뷔페...
    미치는줄 알았다
    서빙을 미친듯이 했다...
    · 금요일 오후 10:44 ·

    주현님, Jae Sung Lee님과 Dongjae Lee님이 좋아합니다.

     

      •  
        김진실 ㅋㅋㅋㅋ 힘든일 했구만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오전 6:04
      •  
        이우식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 오후 1:02
      •  
        이주현 이제야 사회인? 첫월급 타면 부모님께 팬티한장이라도 사드려라 ~
        토요일 오후 10:38
      •  
        김충신 오늘은 오전 8시에 가서 10시 20분에 끝났어요...그리고 어제 수당으로 우선 5만원 받음!!
        토요일 오후 11:34
      •  
        이주현 고생이다...하루종일 일하고 5만원이라니...그래도 첫경험이니 열씨미해!!!!! :)
        15시간 전
      •  
        김진실 헐 5만원밖에 안줘???? 너무 적게 주는거 아니야?
        13시간 전
      •  
        김충신 ‎5만원 준거는 우선 5만원만 준거야...예약손님들 때문에 현금이 거의 안들어와서 계산이 복잡해질까봐 우선 5만원만 준다고 하셨어....
        13시간 전
      •  
        김진실 아~ㅋㅋㅋ 그런거였군!ㅋㅋ 첫 월급이니까 엄마아빠랑 맛있는거 먹으러 가던가 해~ 아부지가 말로는 안하셔도 기뻐하실거야ㅋㅋ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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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야2011.12.05 02:56 신고

    충신이 참 고생 많았을 겁니다.
    아버지 입장에서 가르칠 것도 못마땅한 것도 계시겠지만
    우리 쌍둥이 아들 경우에 비쳐보더라도
    알바란... 정말 끔찍한 것입니다.
    얼마나 열악하고 불공평한지...
    이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청춘들에 대한 악질적인 대우...
    개선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12.05 08:33

      저도 같은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배려가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솔직히
      이틀만에 짤라버릴 수밖에 없는 녀석의 단점이 무엇이었는지
      확인 차원에서 그 사장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을 못해서인지
      돈을 달라해서인지
      투덜거려서인지
      인상이 안 좋아서인지
      왜 고용계약서같은 것을 작성하지 않느냐고 물어서인지...참 궁금합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2011.12.05 21:50 신고


    아무리
    걱정스런 밉살스러운 내용으로 글을 주셔도,
    아버님의 염려에 공감하면서도,
    ... 근데도 이상하게 충신이가 이쁘네요.

    짜식~, '고용계약서' 얘길 했군요.
    뼝아리가 겁없이 말입니다.^^*



    글고 무엇보다... "아빠랑 밥먹고싶다 진짜..."
    이 말이 찡하게 와닿는데요?
    지치고 피곤한 몸,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난 세파에서 끌어올려진 말 아니겠습니까?
    충신이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힘의 근원, 삶의 원천~
    크~~~~ "아빠랑 밥먹고싶다 진짜..."


    진실이가 "아부지"하고 부르는 거~
    저도 '아버지'가 아니라 '아부지'라고 불렀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그말이 바른 말인줄 알았답니다.
    '아빠'라고는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구요.
    아빠라고 부르지 않고 아부지라고 부르는 스스로를 훌륭하게 생각하던 오만한 아이였습니다. ^^*

    답글
    • 주방보조2011.12.06 12:31

      충신이가
      마음 착한 부분에선 저보다 세갑절은 훌륭하답니다.
      그 사장도 금방 용서하고...그저 좀 속상했다는 정도죠.

      저같으면...이를 박박 갈면서 온갖상상을 하면서 열흘은 족히 신음하고 있었을텐데...ㅎㅎ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둘겨 패도 금방 풀어버리거든요. 저는 오랫동안 속상한 것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저보고 아빠 뒤끝 짱...이라면 감탄하곤 합니다.

      린님처럼
      저도 아버지를 아빠라고 한번도 못불렀어요. 아버님이라고 했지요. 누님이 아빠 아빠 거리면 속으로 참 경망스럽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ㅎㅎ
      린님도 뒤끝 짱...은 아니신가요? 저랑 많이 닮은 듯하니 말입니다.

  • malmiama2011.12.06 15:43 신고

    짧았지만...그래도,좋은 체험을 한 것이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1.12.07 00:06

      자기 반성이 뒤따른다면 정말 좋은 체험일텐데
      그런 것이 없이
      너무 밝고 해맑아요^^ 바보같아요ㅜㅜ

  • 김순옥2011.12.07 09:33 신고

    단지 충신이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내심이 많지 않아 보여요.
    어떤 형태로든 경험이 되었을 것이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시행착오 과정이겠지요.
    무슨 일이든 다 할 것 같으면서도 학생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편안했던가를 깨달아 가겠지요.
    예전에도 늘 그랬듯이 충신이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생각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15일 수술을 앞두고 병원 가는 일이 많고 한얼이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답니다.
    저희들이 다할 수 있는 최선은 없네요.
    그냥 믿음이 가든 안 가든 의사들이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자격은 없지만 기도해 주세요.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11.12.07 19:01

      항상 충신이 편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아비면서도 충신이 편을 못들어 줍니다. 특별히 부족한 점이 있고, 거기 더하여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한얼이가 수술을 받는군요. 많이 염려가 되시겠습니다.
      저는 수술이 잘 되도록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비밀댓글]

  • 한재웅2011.12.07 17:20 신고

    20대 취업율이 50대 보다 떨어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취업걱정 없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세상은 꿈이겠죠?

    답글
    • 주방보조2011.12.07 19:10

      년간 경제성장이 최소 5%를 넘어야 고용이 증가한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경제성장은 둔화되었고, 게다가 그나마 있는 성장분도 대기업이 독식하여 고용으로 연계시키지 않고 있으니
      20대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요.
      50대는 창업 또는 일용직 취업이 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딸들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데, 확실히 한국의 고용환경보다는 한 수 위인 것같아 보이더군요. 물론 ㄷ거기서도 한국인들은 부당한 임금착취를 하고 있는 듯 했지만요.

      우리나라 20대들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국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