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 매달리느라 생업은 뒷전…학부모들의 속사정
2010년 07월 14일 (수) 06:16 노컷뉴스
[[학부모로 산다는 것]② "학부모 울리는 한국이 싫다"] [CBS사회부 김효은 김정남 기자]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왜 학교에서 살아야 할까? 교통지도부터 시작해 화장실 청소, 급식 당번, 독서 지도에 이르기까지 일선 학교의 고된 일은 죄다 학부모들의 몫이 된 지 오래다.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맞벌이 부부는 행여나 자녀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CBS는 교육 권력의 교체를 기회로 교육계의 비정상적인 구습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감에 따라 학부모들이 학교에 얽매여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14일은 그 두 번째 순서로 학교 일에 매달리느라 생업까지 뒷전이 된 학부모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학교운영위원회와 녹색어머니회, 급식소위원회, 교복공동구매위원회, 바자회, 샤프론봉사단, 현장학습 보조교사와 시험감독, 예절수업 도우미, 교실청소 도우미까지.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이런 활동 가운데 한두 개쯤은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부모 임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학부모 우모(44.여)씨는 불과 3년 전 학교 관련 업무를 보느라 학교에서 살았던 기억만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현재 고3인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반장을 맡으면서부터 학교에 출근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학부모 반 대표를 맡았던 우씨는 급식 및 청소 당번에 바자회까지 쫓아다니느라 일하던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학부모 회장직을 떠안고 나서부터는 365일 학교 일에 얽매여 지냈다. 교장 또는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만사 제쳐두고 학교에 달려갔던 적이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 이민갈 생각까지 했다. 우씨는 "학부모 회장을 하면서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대한민국이 너무 싫어서 이민을 가려고 했다"면서 "한동안 우울증에 빠져 지냈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 때문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자녀의 학교에서는 임원을 맡지 않았다. 대신 1년에 세 차례 학교에 출석하는 명예교사만 신청했다. 하지만 우씨는 "학교 일에 덜 참여한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과 다른 엄마들의 눈치를 본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모(38.여)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일을 하는 '직딩맘'이다. 이 때문에 급식 당번이 돌아오는 날이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느라 진땀을 뺀다. 오전 11시 30분까지는 학교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12시에 맞춰오면 맞벌이 엄마들은 점심을 거르기 일쑤고, 회사 일로 오지 못한 일부 엄마들은 도우미 할머니를 대신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전업 주부인 다른 학부모에게 대신 배식해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잦아지면 학부모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다"고 김씨는 전했다. 가장 힘든 것은 학교 일에 자주 참여하지 못해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안겨준다는 사실. 김씨는 "엄마가 학교에 자주 가면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해지고 표정도 밝아진다"며 "한 번은 아이가 '엄마도 학교에 왔으면 좋겠다'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울먹였다. 학교 일에 매달리다 보면 심지어 자신의 자녀조차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녹색어머니회 회원인 우모(44.여)씨는 교통 지도가 있는 날이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아이들 등교 시각에 맞춰 오전 8시부터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씨는 "신랑 출근시키고, 아이들까지 챙기다 보면 시간이 빠듯하다"며 "아침식사만 차려놓고 아이들보다 먼저 집을 나서느라 정작 내 아이들의 등굣길은 지켜보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전업주부들은 특히 2군데 이상의 모임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며 "학교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아이들 밥도 못 해준다"고 지적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의 박부희 실장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맞벌이 부부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자녀에게 임원을 시키지 말든지 저녁을 한 번 거하게 사든지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초엔 학교 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학부모의 참여를 권장했는데, 본래 취지가 왜곡돼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africa@c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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