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 이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친구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6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정씨의 친구’라고 밝힌 A씨의 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서 A씨는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며 “내 친구는 같은 방에 있던 남녀 학생 20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글에 따르면, 당시 정씨는 남학생 3명과 여학생 17명과 한 방에서 게임을 했다. 처음에는 ‘좀비 놀이’(불이 꺼진 방안에서 눈이 가려진 술래가 다른 사람을 잡는 게임)를 했고, ‘왕게임’(제비뽑기로 왕을 뽑아서 그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게임)이 이어졌다.
A씨는 정씨가 왕게임 도중 “여자 17명이 제 친구를 제압했고, 남자 3명이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같이 있던 여학생 17명은 이에 대해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A씨는 숨진 정씨가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하루 밤을 지내기가 겁이난다”며 MT 참가를 꺼렸다고 전했다. 정씨와 한 방에 있던 학생들은 같은 학부생이었지만, 전혀 친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친구는) 과대(표)에게 못간다고 했지만, ‘안가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말에 가게된 것”이라고 했다.
숨진 정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재수 끝에 ‘미술학도’의 꿈을 이뤘다. A씨는 “친구는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고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글의 말미에서 “이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라며 “학교 쪽에서는 쉬쉬 묻으려고 한다. 억울한 제 친구의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당장 경찰에 가서 증언하라”, “이 글이 사실이라면 MT에 간 사람들은 성폭행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숨진 정씨는 지난 1일 구례 송원리조트로 학부생 100여명과 함께 MT를 떠났다. 이날 밤 정씨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고 호소했으며, 사흘 뒤인 지난 4일 새벽 자신이 살던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6일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시신을 부검했으며, 보름 뒤 정밀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정씨와 한 방에 있던 학생들과 해당 학교 측은 성폭행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