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걷기 조직^^ 광화문파의 탄생...

주방보조 2010. 4. 1. 02:17

 

 

 올 1월부터 매일 1만5천보를 걷고 있습니다.

약은 늘어나는데 혈당은 가라앉지를 않고

배고프면 먹는 것을 참기는 어렵고

결국 좀 더 걷기로 결정을 내린 탓입니다.

 

그런데 매일 1만5천보를 걷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점차 올려온 것이긴 하지만 감기 몇번 앓고 별다른 일 한 두번 있으면 그냥 수천보가 밀리고 그것이 쌓이면 몇만보가 밀리는 것이 여러차례 반복되었습니다.

한강길을 평소처럼 걷는 것말고도  그 밀린 걸음 빚을 갚기 위해 코 앞의 슈퍼를 가지 않고 멀리 돌아 다른 대형 마트들을 순회하거나  책방도 동네의 반디 대신 강건너 교보를 간다거나 '추노'를 보는 내내 제자리에서라도 뜀박질을 하였지만

3월말이 다 되어 가는 즈음에 밀린 걸음 수는 6만보를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나랑 청계천길로 광화문까지 걸어가고 싶은 사람?"

몇번의 포고문^^을 내걸었으나 별 반응이 없었고

거기에 '맛있는 것 사준다'는 부칙^^을 달아 내었을 때

마침 놀토를 맞는 원경이가 외롭게 걸어갈 가엾은 아빠를 도와 줄겸,  명동교자도 먹을겸 용감하게 자원하였습니다.

 

우리는

맞바람이 꽤 세차게 부는 지난 주 토요일 오전 10시50분 집을 나섰습니다.

먼저 한강으로 나가 삼각김밥과 음료수를 사 주었고(늦게 일어나 아침을 안 먹었으므로)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올라가 중량천 새로난 자전거길로 접어들었고 살곶이 다리를 건너 청계천 자전거길로 그리고 홍매화, 대나무등을 따라 계속 걸어 고산자교까지, 이어서 좀 지저분한 개천 바닥에 실망하면서 그래도 물고기들을 여기 저기서 발견하면서^^청계천의 시작점까지 도착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함께 다닐 때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거든요. 이방원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공부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대통령에 대하여...

 

청계천이 시작되는 곳 소라기둥 아래서 만보계를 꺼내 보니...21680보...이구동성 "애게~~~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3만보는 넘을 줄 알았거든요. 그때 시간이 2시30분이니 총 3시간40분을 걸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슬쩍 살펴보고

원경이  소원대로 명동으로 가서 명동교자를 한참 줄서서 기다린 뒤 만두까지 시켜 맛있게 먹고^^

을지로 3가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걸은 것과 광화문 광장 구경하고 명동을 헤집고 다니고 을지로 3가까지 걷고 하여 3만여보를 채웠으나 여전히 3만여보가 남아 있었습니다.

...

 

 

다음날

즉 지난 주일 오후 

남은 녀석들에게 다시한번 포고문을 공표하였는데

진실, 충신...절대 안감

나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겠음

교신 ...한번 가보죠 뭐...^^

 

3시50분에 출발하였습니다.

전날 원경이와 갔던 것과 거의 똑같은 코스로 청계천길을 따라 광화문까지 교신이와 함께 걸었습니다.

대화는 원경이와 나눈만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길 앞잡이 메뚜기처럼 녀석이 계속 제 앞을 먼저 달려 가서 기다리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기록을 깨고 싶다나...ㅎㅎ

덕분에 저도 젖먹은 힘까지 짜내어 걸어야 했고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었고 마침 점심 혈당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결국 저혈당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청계천 4가 정도였을 것입니다. 층계를 통해 청계천 산책로를 벗어나 재래 시장을 들러 입구 맨 처음에 있는 시장음식점 의자에 앉아 오뎅과 순대를 시켜 급히 먹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거기서 좀 더 가다가 청계천2가정도에서 다시 풀빵을 사 먹어야 했구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풀빵...

있는 힘을 다해 청계천 소라기둥에 도착했을 때가 7시 20분 ...3시간30분 ... 다행히 교신이의 소원대로 기록을 10분 단축하였습니다.^^

그러나 몸이 너무 힘들어서 교신이에게 '명동교자는 다음에 사줄께 빨리 집에 가자' 하였습니다. 

"예 저도 배불러요. 다음에 사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이거 막내답지 않은 소리지요?

시청에서 전철을 탔는데...정말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자릴를 잡고 앉아... 바닥에 쓰러짐을 면하였습니다.

 

 

...

 

그래서 6만보 다 갚았냐구요?

ㅎㅎㅎ...다음날과 다음날 몸살이 나서 다시 걸음빚은 늘어났습니다.  만5천보의 빚...

 

어제 저녁엔

마침 원경이와 교신이와 저 셋이서 새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와~~ 우리 광화문파만 모였네"...웃고 서로를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나누었다는 것 아닙니까?^^

 

광화문파가 된 너희들은 뭐든지 잘 할 수 있어...

당근이죠^^...

 

뭐 그런...염화시중의 미소랄까?^^ ㅎㅎㅎ

 

 

 

 

  • 주방보조2010.04.01 07:13

    원경이 사진이 없는 것은 첫날 카메라를 깜빡 잊은 탓이요
    교신이 얼굴이 사나운 것은 녀석도 꽤 힘이 들었다는 증거입니다.^^

    답글
  • 김순옥2010.04.01 16:38 신고

    시내에서 3시간 이상을 걷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대단하세요.
    물론 원경이랑 교신이의 아빠사랑과 인내력도 그렇구요.
    원경이의 최근이 궁금한데 아쉽네요., 교신이의 롱다리포스도 부러워요.

    건강의 중요함은 누구를 막론하고 언급할 여지가 없지만
    요리왕님이나 저희집은 더더욱 그렇지요.
    건강하고 바른 사고를 갖고 있다면 반 이상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을 거예요.
    저희집은 가족공동체의식이 워낙 희박하기도 하지만
    두 아이들의 체력이 늘 걱정이기도 합니다.
    한얼이는 어찌된 게 갈수록 체중이 줄어만 가네요.
    불규칙한 생활에 먹는 것도 부실하고 나름 신경쓰는 일도 많구요.
    한빛이는 한빛이대로 고등학생 노릇하느라 쉽지 않아 보입니다.

    걷기 운동 열심히 하시고 부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0.04.01 23:00

      원경이는 착실한 범생이니까 그냥 곱게 잘 자라고 있지요. 키 안 큰다고 좀 고민하긴 하지만^^
      예전엔...다른 것은 몰라도 건강 하나만은 자신했었는데 요즘은 제일 자신없는 것이 건강이 되어버렸습니다.^^

      체질도 기질처럼 타고나는 것이라 ... 생각합니다.
      한 얼이나 한 빛이나 모두 태권도 고수들이니 기본 체력은 잠재해 있을 것입니다. 다년간의 수련이 헛되지 않겠지요. 잠시 살이 빠진다고 너무 염려 마십시오. 우리 교신이도 바짝 말라서리 좀 걱정햇었는데...이번에 강단을 제게 좀 보여주었습니다.

      나이든 우리 세대에겐 ...정말 건강이 하나의 큰 재산이 되는 시대입니다. 수명은 길어졋지요, 죽을라 해도 잘 못 죽지요...그러니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잘사는 왕도입니다.
      알면서도 잘 안되니 탈이지만요.

  • 한재웅2010.04.01 19:44 신고

    3만보는 운동이 아니라 노동하는 심정이겠네요^^
    저는 자전거타는거로 운동량이 초과되니 마눌이 같이 걷자고해도 혼자 걸으라고 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0.04.01 23:05

      ㅎㅎㅎ...사모님이 많이 섭섭해 하시지 않습니까?
      저는 마눌이 산보하자는 것 거절했다간 뼈도 못추립니다만...거의 그런 일이 없는 탓에 삽니다^^

      약 1만8천보 정도 걸었을 때 그러니까 3시간가량 쉬지않고 보통 걸음으로 걸었을 때 피곤이 밀려오더군요.
      그래도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옆에 있으니...그리 노동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혼자서 그 길을 갔다면...중노동이었겟지요.^^

  • malmiama2010.04.02 13:26 신고

    만보계를 차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해서,
    하루 만보걷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지요.

    매주 목요일을 자가용 쉬는 날로 등록하고 전철을 타고 다니기로 작정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저는,
    헬쓰클럽에서 자전거 타는 정도가 고작이니...ㅉㅉ

    이제 날씨도 풀렸으니..새벽 기도 갈 때, 걸어가야겠습니다.
    왕복 1키로쯤 되겠지요만.

    답글
    • 주방보조2010.04.02 18:16

      우리동네 정형외과 의사양반이 신문에 나왔더군요. 김학윤원장...그 사람은 제게 무조건 뛰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관절이 아프고 운운하면 괜찮으니까 뛰세요...입니다. 게다가 당뇨이니 5시간 걸어야 하는데 1시간만 뛰면 된다면서요^^. 가끔은 그래서 걷다가 뛰기도 합니다만...
      많이 걸으세요. 건강하게 오래 아름답게 사셔야 하잖아요^^

  • 리닙니다2010.04.02 18:28 신고

    저는 매일 오르내리는 계단수를 세는 것도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고집스레 세곤 하는데,
    어디서 틀려도 꼭 틀리더라구요.^^*
    결국 제가 센 계단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어떠한 형태로든 '셈', "수" 하고는 친해지질 못하네요.
    그런데 요리왕님은 만보 이상의 걸음수를 세고 계시니...
    저로선 놀라울 따름입니다.

    예전에 동대문에서 종각 또는 광화문까지 종로거리를 지날라치면
    버스편이 얄궂어 '차라리 걷자' 하고 항시 걸었더랍니다.
    뭐 그뿐이겠습니까?
    종로를 비롯한 청계로, 을지로, 충무로, 퇴계로...
    죄다 도보로 커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학로를 돌아 성대앞길 창경궁을 지나 종로로 들어서는 코스도 많이 이용했지요.
    버스편은 잘 몰라도 걸어서 가라면 얼마든 찾아다닐 정도로~
    "시간 참 많다" 하시겠죠? ㅋㅋㅋ

    에니웨이 건강과 상관없이 걷는 자체를 좋아했던 저인데...
    이제 정작 건강을 위하여 걸어야 할 때가 되선... 전혀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네요.

    ^^*

    답글
    • 리닙니다2010.04.02 18:38 신고

      참! 저 한 밤 중에 한강 다리도 몇번 건너 보았습니다.
      천호대교도 둥근달 보며 두 번인가 세번인가 건넜는데,
      다리 위에선 겁날 게 없지만...
      다리 위로 오르기 위한 길이 장난아니게 긴장되게 했답니다.
      지금은 어찌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동서울터미널 강변역에서 주차장 같은 다리 밑으로 기어들어가
      대교로 올라가는 길이 복잡도 하고 좋진 않았습니다.
      험해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사고위험성이 아주 많아 보여서 였지요.
      사람이 보일라치면 되려 무서웠던 거 같아요.
      저 지금보다 쪼꼼 젊었던 시절엔 정말 겁이 없었네요.
      돌이켜보면 진짜로 "하나님이 보호하사'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

    • 주방보조2010.04.02 18:54

      만보계...를 차면 자동으로 몇보걸었는지를 체크해 줍니다. 엉터리 만보계는 주로 까먹고요...좀 괜찮은 것은 거의 정확하게 재줍니다.
      저도 젊은 학창시절 참 많이 걸어다녔습니다. 차비가 없어서 그런 적도 혹 있지만 걷는 것 그 자체를 무척 즐겼었지요.
      함께 하는 친구들은 아마 좀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나 봅니다. 늙어서 만났는데 그때를 상기시켜주는 녀석도 있었으니...'광화문에서든 종로에서든 너만 만나면 남산을 올랐었잖아' ㅎㅎ

      요즘은 한강으로 연결해주는 나들목이 많이 생겨서 참 좋습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좀 복잡하지요. 횡단보도도 한 두개 건너야 하고...
      동서울터미널 강변역에서 잠실철교로 나가는 길은 아주 편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가끔 전철지나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하지만 잠실철교 지나면 성내역까지 곧장 갈 수 있는 길도 새로 생겼구요.
      혼자 한밤중에 다리를 건너는 것은...그리 추천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자살하려는 이들도 가끔 있을 수 있으니...

      많이 걸으세요^^ 신발도 좋은 것으로 준비하시고...

  • 리닙니다2010.04.02 19:26 신고

    오래간만에 요리왕님의 블로그 산책하고 이제 막 나가려다,
    주신 댓글보고 입이 근질거려 한 마디 더 남겨 놓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김산'이라 하는 조선인으로서 중국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한 인물과
    '님 웨일즈'라는 영국인 여성기자의 공저로 알려진
    '아리랑'이라는 책에서 입니다.

    당시 조선의 한강은 그 물이 너무도 맑고 투명했는데
    일제의 압박하에 처절한 민생고에 시달리던 이들이
    그 맑디맑은 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보면
    그 깊은 한을 끌어안고
    저도 모르게 물 속으로 뛰어들어 버리곤 하였더랍니다.
    그래서 "자살금지'라는 푯말을 세워놓고 일본인 순사가 지키기도 했더라네요.

    그런데... 지금의 한강은 가까이 가서 보면 볼수록
    죽을맛을 상실케 하던걸요?
    '죽어도 여기서 말고 딴 데 가서 다음에 죽자!'하고 말입니다. ㅋㅋㅋ

    답글
    • 주방보조2010.04.03 00:53

      저도 그 책을 읽었더랬습니다. 그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요.

      그런데
      요즘의 우리동네 한강은 많이 깨끗합니다. 특히 잠실대교 상류쪽은 뛰어들어도
      오염되어 죽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작년 겨울에 잠실철교 인도에서 물에 뛰어든 이를 수색하고 난리가 난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허망하고 어리석다 생각하였습니다. 물이 깨끗한 탓인줄은 미처 생각지 못하고ㅜㅜ제가 지금 무슨 소리를...허거걱^^

  • 잔느2010.04.05 12:32 신고

    광화문파.. 정말 기특한대요? 걸으면서 원경이와 이런 저런 대화 나누었을 모습이 상상되어 흐뭇했습니다. 3시간이 넘게 걸을 수 있는 요리왕님과 아이들의 체력에 놀랐고요. 저는 임신전에도 1시간 좀 넘게 걸으면 주저 앉는 저질 체력이거든요. 운동도 무지 싫어하고.. ^^;;; 남아있는 걸음빚 한 번에 갚으려 하지 말고 좀 나눠서 갚으세요~ 또 쓰러져서 몸살 나시면 빚만 늘잖아요. 매일 5천보씩만 더 갚는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제 친정어머니도 당뇨가 있으신데 운동은 안하시면서 자꾸 배가 더 나온다고 걱정 하시길래 제발 공원에서 산책삼아 30분씩이라도 걷기 운동을 하시라고 권했습니다. 어릴적부터 엄마가 운동하시는 모습은 못봤어요. 제가 운동싫어하는 건 엄마를 닮은 덕분인것 같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금도 아침마다 1시간 반씩 운동하시고 식사도 삼시 세끼 규칙적으로 하시는 시아버님 뵈면 존경스럽습니다. 밀린 걸음보를 갚으시려는 요리왕님도 존경스러워요!
    참, 혈당에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역시.. 식이요법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하네요. 친정아버지도 당뇨셨죠. 요리왕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현미밥과 채소 많이 드세요~

    답글
    • 주방보조2010.04.05 18:44

      걷기를 늘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거이 먹기를 줄이는 것이랍니다. 일단 쉬운 쪽을 택했는데 이 15000보가 한계인듯 싶습니다. 이젠 앞으로 먹는 것을 줄여야겠지요.
      휴...삼시 세끼 조절하시는 시아버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입니다.
      젊으실 때...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몸에 배게 하세요^^
      앞으로 100살 넘게 사는 시대가 될터이니...건강이 정말 중요한 삶의 자산이 될겁니다.
      염려해주셔서...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