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세상에 대하여

나의 우울증...그리고 우울증 유발자들...

주방보조 2009. 3. 20. 01:07

전 아주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시절까지 뒤에서 저를 까불이란 별명으로도 가끔 불렸던지

재수하면서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창놈이 '너 요즘도 까부냐?'로 첫 대화를 트는 것을 듣고 황당해 한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성격은 내성적이라서 멍석 깔아놓으면 오히려 아무 것도 못했지만...멍석깔기 전엔 좀 소란을 피우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중3 봄 소풍 때, 서서하는 팔씨름?은 제가 반에서 제일이었는데, 못된 담임이 보는 앞에선 계속 지기만 했다는...

왜 못된 담임이냐면...2학년때 지각많이 했다고 중3 된지 며칠 안되어 교무분실로 데려가 무조건 팼던...잊을 수 없는 사람^^이므로.

그것이 맞을 이유인지...생각하기도 전에, 허옇게 살찐 반장놈 들어와 벌개진 제 얼굴 힐끗보고...가고...쩝

그래도 운동장에만 나가면 철봉과 평행봉에서... 공부 못하는 친구놈들과 날이 어둑해져 배고파지기 전까지 낄낄거리며 즐겁게 놀았었습니다. 

 

고1은 잠재되었던 우울증이 드디어 꽃이 피던 시절이었습니다.

세상이 저를 우울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공장에 보내지 않고 공고나 상고도 아닌 인문계 고등학교를 보낸다고 잘사는 동생과 가까운 친척들로부터 어머니는 공격을 받았고

그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갓 결혼한 누나는 공립 고등학교의 겨우 6천 몇백원인가 하는 입학금을 대기 위해 결혼패물로 받았던 금반지와 금 목걸이를 팔아야 했습니다.

어머니의 비참한 삶의 이유와 누나의 지난한 결혼생활을 모르지 않았던 저는 깊고 깊은 한숨과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겠다'는 무모한 말들을 비수처럼 휘둘러 언제나 아픈 어머니의 가슴을 여러번 더 아프게 하였습니다. 

왕십리의 어두운 골목길 구석들은 저의 아지트가 되었고, 버스의 맨 구석 자리의 차창에 비친 제 얼굴만이 저의 가장 친한 벗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저는 우울한 아이가 되어 가고 어떤 이의 눈에는 참으로 못된 놈으로 비쳐지기까지 하였습니다.

만약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정 문화가 제게 없었더라면...희망 없는 젊은이로 어긋나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타고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그랬던 것같이...이 세상의 거의 대부분의 우울증들은 나중에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중3까지는 가난하고 헐벗기는 했어도 그리고 수줍음은 많았어도 명랑한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깨이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면서부터

명랑이라는 것은 솔직히 지금까지...제게 다시 다가온 적이 없습니다. 명랑한 사람들은 그래서 참 부럽고 신기합니다.

지금도 저는 자주 우울증을 앓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제 눈엔 계속적으로 비판적으로 보이는 일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을 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의 말씀은 제게 찾아오는 모든 종류의 우울증들에 대하여  유일하게 효과있는 처방이 됩니다.

 

저는 우울증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 어느정도 우울증적인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좀 더 비판적이고 비관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뻔뻔스럽게도...저는 예수님도 어느정도는 저와 같은 우울증을 가지고 계셨을 것이다 생각합니다.

주님의 말씀들이 특히 제 우울증에 딱 맞는 해결책을 안겨주는 것을 보면...어찌 그렇지 않으셨다 말할 수 있겠는가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

 

이번에 자살한 장자연씨를 비롯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이 사람들의 자살 원인은 우울증이다라고 하는 말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그렇찮아도 높은 제 우울지수가 폭주하는 것을 느낍니다.

 

젊은 연예인들을 성노리개로 삼아 그들의 인격과 인생을 그토록 황폐하게 만들어 죽게 하였음에도

그로 인하여, 우울하게 된 것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어...그들이 자살한 것은 "주된 원인이" 우울증때문이라고 못박아버리니

이것이야말로 언어유희가 아니며 죽은 자들을 또 다시 죽이는 짓이 아니겠는가 말입니다.

 

직장에서도 상사들의 술자리 성추행이나 언어폭력에 시달리던 여직원이

우울하여 날카로워지면

그 원인은 어디로 갖다 버리고...함께 일하기 불편한 사람이라고 내쫓아 저의 밥줄을 끊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공부공부...그것으로 아이들을 미치게 만들어 옥상에서 뛰어 내리게 해 놓고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이었다라고 간단하게 말해버리면 다 되는 세상은 ... 불타는 지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원인은 다 재껴두고 부정적인 결과만 가지고 떠들어 댐으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드는 일이 어디 그것뿐이겠습니까만...

 

...

 

누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기사를 혹 또 읽게 되신다면

그 자살한 사람이 얼마나 못나고 가엾은 사람인가를 생각하고 끝내지 마시고

 

그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깊이 고민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저 객관적인 고민을 하는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자신의 주변을 살펴 보시면 좋겠습니다.

 

혹 내가 내게 주어진 권력이나 돈이나 지식으로...다른 이를 우울증에 빠지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자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나의 아내나 남편이  나의 자식들이 그리고 나의 동료들이 그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결코...

 

...우울증 유발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