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이가 보충수업 끝나고 몸이 아프다며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교신이를 떨어뜨려 놓고 충신이와 원경이 저 셋이서 자전거를 타게 되었습니다.
원경이는 몇번이나 함께 자전거 타자는 제 청을 거절한 죄책감에
충신이는 요즘 1시간씩 컴퓨터를 하게 해준 아버지의 자비에 대한 보답으로
날이 추움에도 불구하고 떨치고 나왔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슬픈 것은
아이들이 커가고 점점 아비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게 되는 일입니다.
교신이만 해도 같이 갈까 하는 제안을 일언지하 거절해버렸습니다.
"저는 태권도장에서 운동 충분히 했고요, 너무 추워요"
뭔가 동행을 구걸하는 것같아서 저도 쌀쌀맞게 말했죠.
"그래 알았다, 넌 감기도 잘드니 잘 되었다."
충신의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충신의 요청대로 한강 가서 저와 자전거 바꿔 타기로 하고
셋이서 집을 출발하였습니다.
가는 길이 약간의 역풍이었는데...제일 좋은(비싼^^) 자전거인 제 것과 그다음 좋은 자전거인 원경이 것은
고물이 되어가는 충신의 것을 따라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자전거의 문제보다 그것을 탄 사람이 문제니까요.
이젠 도저히 녀석을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약도 오르고 이 늙어가는 욱신이 좀 한심도 하면서... 동시에 제법인데 하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한강에 중량천이 진입하는 곳에서 충신이와 자전거를 바꿔 탔습니다.
제 것은 안장이 딱딱하여 힘들고 속도가 빠른 그런 자전거이고 녀석의 것은 쿠션이 좋아 앉기 편한 자전거입니다.
신이 난 녀석...앞으로 휙 먼저 가버리고, 저와 원경이 앞서거니 뒷서거니...살곳이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몇 개월만인지...이렇게 아들 딸 데리고 이곳에 와 본것이...
목 마르다는 녀석들에게 귤 한개씩 주고...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순풍을 힘입어 다시 달려봤지만 충신이 녀석에게 다시한번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에게 '진다'는 것.
그것 그리 기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뭔가 녀석을 눌러두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만들더군요^^
마침 녀석의 자전거 브레이크가 왼쪽은 망가졌고 오른쪽은 헐렁하여...꾸지람을 해 주었습니다.
"이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사고나면 어쩔 것이냐! 고칠 때까지 타지마라!"
한강과 중량천의 오리떼들도 추운지 별로 움직이지 않는 ...겨울 강변의 자전거...
오랜만이라 참 즐거웠습니다.
...
원경이가 집에 거의 와서 말했습니다.
"아빠 다음 주엔 자전거 타지말고 아차산이나 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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