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라
원경이를 언니들에게 데려다 주러 나가면서
티비를 보고 있는 마눌님에게 ...눈이 올 것같아~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곁에 있던 원경이...눈 안와요~ 하고 바른 생활 소녀답게 실상을 알렸고
저는... 반드시 눈이 온다 내기할래? 하고 원경이를 부추겼습니다. 흐흐... 100원 내기를 하였죠,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라
구의역까지만 원경이와 걷기를 하고(3천보^^)자양골목시장에 접어드는 즈음
한두개 팔락이던 눈송이들이 제법 보기좋은 눈발이 되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원경이의 용돈이 2700원으로 줄어드는 순간이었죠.^^ 녀석의 후회막급한 표정이란...
원경이를 새집(딸 셋이 따로 사는)앞에 데려다 주고
제가 집에 도착했을 때까지 여전히, 그동안 바쁜 일로 거의 외면했던 티비 앞에 진을 치고 앉았는 마눌에게 눈이 온다는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두 아들놈들에게도 알렸습니다.
나가자...하는 저의 한마디에
충신이와 교신이는 카메라를 알아서 챙겨 주머니에 넣고
별로 나가기 싫어하는 엄마까지 끌어내었습니다.
그런데 눈이 내리지 않는 겁니다.
거봐...눈이 온다는데 별로 반가워 하지 않으니...선녀들이 삐졌잖아...
저와 아들 둘은 마눌을 눈이 내리지 않게 한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놀려대었습니다. 겁도 없이...
그러나 무서운 마눌님은 남자 셋과 데이트를 나온 것이 그래도 기분좋은 일이었는지...웃기만 하였지요. 호호호...하고...
눈은 그쳤지만 밖에 나온 김에 최근에 외형이 완성된 건대 스타시티 구경이나 가자고 하여 윤허를 받고...아내와 손을 잡고 가는데
밤 산책을 포기하지 않은 우리들의 넉넉한 마음씨에 선녀들이 마음을 풀고 다시 눈을 내리기 시작했고
곧..,우리는 환상의 커플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눈이 예쁘게 내리는 것인지...가로등들은 그 현란한 요정들의 춤을 그윽히 조명해주고 우리는 그만 넋을 잃고 허파속의 묵은 공기들을 다 토해놓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우리 둘이 한참 힘이들 때...우리가 서 있는 고즈녁한 가로등 근처 저 아래 차를 세우고 와이퍼를 천천히 움직여 시야를 확보하고는 가만가만 내리던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로에게 새 힘을 북돋웠던 애틋한 추억도 살아나고...^^
...
늙은 개와 새끼 강아지처럼 또 다른 환상의 커플이 된 두 아들 놈들을 앞세우고
딸들이 있는...새집을 방문했습니다.
눈을 오늘 처음 보는 진실이뿐 아니라 약간의 눈 맛을 보았던 원경이도...밖에 펄펄 쏟아지는 눈을 보며 환상을 질렀고, 아직 학기말 시험 중인 나실이만 퀭하게 자다 깬 얼굴로 ...홑이불을 둘러쓰고 춥다며 꿈쩍 않았지요.
그때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한집 건너 할머니
시끄러워 잠을 못자시겠다며...한마디 하셨고
우리는 ...얼굴이 벌개져 딸들에게 잘자라 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눈이 이렇게 멋지게 내리는데
아이들은 없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서...부모가 아이들을 깨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미
눈이다~~를 외치며 온동네를 시끄럽게 할만한 아이들이 ...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
저는 지금 어린 아이가 되어 잠을 잊고
창밖을 보며 눈을 감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완벽하게 핀 가로수의 눈꽃들...새벽 두시,
아직도 차분하게 내려오는 ...
하얗고 따뜻한 친구들을 즐거워 하며...
-
여기도 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답글
지금도 눈은 내립니다.
눈만 내리면 저는 문 밖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한 발만 잘못 디뎌 넘어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지라..
그래서 주일인데 집에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 교회신문이 나오는 날인데...
S집사가 오늘 예배 마치고 미국으로 간다는데...
이것저것 교회소식이 궁금하기만 합니다.
궁금증을 풀려고 살포시 다녀갑니다.
흰눈처럼.. -
언젠가는 눈 오신다고 무셔운 마눌님 감히 깨워서 베란다에서 눈구경 하셨잖아요~.
답글
그 추억도 떠올리셔야지요.^^
눈 온다고 밤에 애들 몰고 밖에 나가
동네 시끄럽게 하는 쩜.님을
예전에 누가 영감이라 했는고?? -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자정 훨씬 넘어 집에 온
답글
형민이가 쌓인 눈으로 유민이를 위해 쬐그만 눈사람을 만들어 놨답니다.
소식듣고 깬 유민이는..
어제아침 마당에서 손발이 꽁꽁 얼도록 20분간 놀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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