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호> 화염병은 안됩니다... 2001년 06월 22일 철이 들고 나서 무참하게 박살나버린 이미지가
있다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믿음입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의 좋은 나라라고 하면 착하고 어질고 약한 사람을 잘 도와주는 군자들의
나라를 생각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별호에 가장 적절한 나라로서 우리나라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세상을 제대로 열어
바라보니 좋은 나라는커녕 참 나쁜 나라였습니다. 착하면 바보가되고 어질면 언제나 변방으로 밀려나고 약한사람은 더욱 더 짖밟히며 사는 것이
당연한 나라였습니다. 그제서야 가난한 내 어머니의 모든 통곡이 왜 그리도 절절했는지...새벽기도시간의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들의 그 애절한
호소들이 왜 있어야만 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결코 좋은 나라가 아니라 참으로 나쁜 나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약자는
언제나 강자에게 짖밟히고 그 억울함을들어줄 그 어떤 단체나 조직도 없는...전태일은 분신의 죽음으로 말하고...광주의 시민들은 꽃같은 이들의
분투의 죽음으로 말해야만 하는....그리고 모든 마음약한 약자들은 눈물을 삼키며 살아야 하는... 그런 나쁜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모두 강해지기 위해서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살벌한 긴장감은 날로 더해가고 눈치껏 줄서기를 잘해야 하고 뇌물이 판을
치고 조폭이 떵떵거리고 충성을 서약하지 않으면 안되고 출세를 위해서 친구의 뒤통수를 때리지 않으면 안되는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
그러므로 약자를 대신하는 노동운동은 이 나쁜 나라에서 핍박을 받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필설로
기록할 수 없는 약한자들의 억울함이 분노로 나타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개인의 권력보다 이성과 법이 그리고 양심이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될 때까지는 ... 다시말해서 정말 좋은 나라가 될 때까지는 ...어쩔수 없는 숙명같은
것입니다.
...
노동자를 대표로 우리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약한자들은 최소한의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강한자들의 핍박을 최소화하고 생존권을 보존해야 합니다. 나는 당연히 그들을
지지합니다.
...
그러나 화염병으로 무장해서는 안됩니다. 화염병을 만들고 던지는 이것은 대학생들의 짓이라
여겨지지만....그들을 등에 업어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리하면 "똑같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한자나 약한자나
똑같이 폭력의 논리로써 대결하는 것은 ... 더욱 더 우리나라를 나쁜 나라가 되어 버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에게서 이전보다 더 나쁘게 타락한 나라를 물려받게 될
것입니다.
...
그러므로 화염병과 각목과 보도블럭이라는 무기를 포기하고 강한자들이 제멋대로 말도안되는
여러조항을 가진 채 만든 "법"일지라도... 그 법아래서...투쟁해야 합니다.
마침내... 이나라가 법과 이성과 양심에 의해
움직이는 좋은 나라가 되게하기위하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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