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가
젊어서 가장 좋아하던 책은 분명히 빨강머리 앤이었던 것같습니다.
결혼할 때 너덜너덜하기 이를데 없는 문고판 전집 빵강머리 앤을 보물단지처럼 가지고 와서 끔찍히도 아끼며 짬짬이 읽었었거든요. 저도 1편만 만화로 보았었다가 하두 좋다고 권하는 바람에 다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사를 많이 하면서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지요.
그러더니 얼마전 아이들에게 영어로 읽히면 좋겠다고 7권인가되는 영어로 된 전집을 사시더니...일찍 읽히는 것도 좋겠다며 새로 한글로 된 전집을 사서 아이들 책꼿이에 꼭 끼어 놓았습니다.
두 번째로 좋아하던 책은 제인에어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취향이 느껴지시나요?
며칠전 제 이름으로 인터파크에서 주문하여 상 하로 된 두 권의 제인에어를 사더니 방구석에서 꼼짝 않고 읽고 그 분위기에 빠져 들어가셨습니다.^^
이렇게 대화가 시작되었지요.
신기해.
뭐가요?
난 두 번 일은 책이 별로 없는데, 특히 소설같은 건...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해요.
그래 재미있어?
그럼요...
그러다가 아내가 제게도 읽기를 권하였고 저는 피식 웃어주었는데 그것이 발단이 되었지요.
당신은 세인트존같은 사람이에요.
음..잘 기억이 안나는데 세인트존이 별로 안좋은 사람인거 아냐?
한번 읽어보면 알잖아요.
옛날에 분명히 읽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어떤 사람이지?
읽어보면 알 잖아욧! 결혼해서 처음에 그 사람처럼 나를 힘들게 했었어요.
퍼허허...나쁜 놈이로군. 남편을 나쁜 놈에다 비유하다니...쩝
아니라니까요! 읽어보라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그럼 당신은 제인에어 닮고?
뭐라고욧!!누가 그렇대욧!#$%%^^&&&***%$$#@
...
어제하고 오늘하고 시간을 내서 하권을 다 읽었습니다.(왜 읽었는지는 아내를 두신 독자들^^이 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나실이도 같이 읽었나 보더군요. 시험공부하는 척 엎드려선지 화장실에 죽치고 앉아선지 모르지만.
다시 조금 전(저녁7시쯤)에 대화가 재개되었습니다.
여보, 나 세인트존하고 닮은 데가 없어, 아무리 읽어봐도.
제가 뭐 다 닮았다고 그랬나요 아주 쪼끔 닮았다는 거지
음...제인에어를 구해주었다는 것 말이지? ㅋㅋ
아니요. 그런게 아니라 당신은 옛날에 좀 원칙주의자였잖아요 요즘은 아니지만...
에..그래도 아니야 제인에어를 보자마자 못생겼다고 말해버리는 걸 봐도 난 아냐.
이때 나실이가 끼어들었습니다.
아빠가 세인트존하고 어디가 닮았어요? 아니예요 .
그리고 나는 로체스터씨도 별로예요.
이때 아내가 펄쩍 뛰듯한 표정으로 그러나 약간은 기가 죽어서^^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난 로체스터같은 사람이 이상형이었어. 네가 아직 사랑을 몰라서 그래!^^
이것 참...
그래서 난 세인트존같고 자기 이상형은 로체스터씨고 ... 불만이 뭐요?
똘똘한^^ 아내는 이렇게 정리하더군요.
"당신은 거의 로체스터씨 같고 약간 세인트존같다"고...ㅍㅎㅎ
...
나실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자신이 누구같다고 생각되세요?
나?
나는 제인에어지 . 나는 주인공 아니면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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