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호> [개념] 앎과 믿음(4) | 2001년 11월 18일 |
지금까지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중구난방이 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기독교의 믿음과 앎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앞글에서 보았듯이 믿음은 어원을 따라 "설득당하다"로 쉽게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앎의 뜻은 어원분석을 통해서나 사전의 뜻풀이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쉬운 말이고 무지하게 많이 쓰는 말인데도 "알다"가 무엇인지 정의를 하려니까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실마리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앞의 웹스터 사전 뜻풀이 중간쯤에 디선(DISCERN)이라는 말이 박혀 있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이번에는 책으로 된 다른 한국어 사전을 보니까, "알다"의 황당한 풀이들 중에 "분별하다"가 끼어 있는 게 아닙니까? 디선과 분별하다. 같은 말입니다. 둘 다 "나누어서 가르다"는 말이지요. 우선 야후와 연세대의 한국어 사전을 다시 보았습니다. 분별의 뜻이 "①서로 구별을 지어 가르다, ②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다, ③세상 물정에 대해 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다"(이상 야후), "①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어 구별하다, ② (무슨 일을) 사리에 맞게 판단하다"(이상 연세대)로 풀리어 있습니다. "바르게 (혹은 사리에 맞게) 판단하다"는 새김은 아무래도 이차적인 풀이입니다. 그 이차적인 뜻을 위해서는 분변(分辨)이라는 더 적합한 말이 있습니다. 일차적인 뜻은 "나누어 가르다"입니다. 분별(分別)의 한자들을 보십시오. 분(分)은 "칼(刀)든 사람(人)"을 가리키고, 별(別)도 "칼( )로 살을 발라내고 완전히 뼈(骨에서도 육달월(月)을 뺀 부분)만 남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분(分)과 별(別)이 모두 "나누다" 혹은 "가르다"입니다. 영어의 디선(discern)도 비슷한 뜻입니다. 다만 나누어 가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만 좀 다릅니다. 디선은 "나누다, 구별하다"는 뜻의 라틴어 디세르네레(discernere)에서 유래된 것인데, 그것은 "따로"라는 뜻의 디스(dis)와 "체질하다"는 뜻의 세르네레(cernere)가 합해진 말입니다. 칼대신 체를 사용해서 나눈다는 말이지요. 그럼 "나누어 가르는" 것이 "아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복잡한 것, 섞여 있는 것, 딱 붙어 있는 것을 나누어 갈라내는 것이 아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콩 한말과 팥 한말을 섞어서 마당에 엎질렀다고 합시다. 그리곤 아들 녀석에게 "콩은 이 자루에, 팥은 저 자루에 담아라"고 시켰다고 칩시다. 짜증나는 일이겠지만 부모님이 시키시는 일이라 할 수 없어서라도 하겠지요. 시간이 되어 살펴보니 콩과 팥이 제 자루에 나뉘어 담겨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는 "아, 이 녀석이 콩이 무엇인고 팥이 무엇인지 '아는구나'"하고 할 것입니다. 반대로 콩과 팥이 마구 섞여 있으면 "콩이 뭔지 팥이 뭔지 전혀 모르는구만" 하겠지요. 조정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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