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최후의 심판...^^

주방보조 2019. 9. 28. 18:15

교신이의 무릎을 먄먼저 검사한 이는 군병원의 군의관이었습니다.

엑스레이와 엠알아이를 찍었지만 이상한 게 있는데 "잘 모르겠다"였습니다.

두번째 의사는 최고의 명문의대를 나오고 대형병원에서 상당기간 일하다가 독립한 50대의 우리 동네 전문의였습니다.

뼈조각이 박힌 것 같은데 관절경으로 뚫어보아야 알 것같다고 했습니다. 이일로 2일 병가를 사용했습니다. 

개인병원에서 관절경으로 뚫어 보는 일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신 넘버1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학병원에서 살펴보게 해야한다고 하셔서 대학병원으로 몇주를 기다려 가게 되었습니다. 

세번째로 교수아래서 일하는 펠로우에게 보였습니다. 

괜찮은 것같기도 하고 불분명하니 여하튼 교수님이 보셔야 할 것같다고 했습니다. 며칠전에 수술이나 입원외에는 병가가 없어져서 휴가 하루를 썼습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

엇그제 목요일이 최후의 심판날이었습니다. 

 

관절에 구멍이라도 뚫게되면 

일단 입원을 해야하고 

탈이라도 있어서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장기간의 입원과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신경질쟁이 막내놈의 뒷치닥거리는 온전히 제 몫이 될 것이니 

5년전의 경험이 주는 트라우마를 느끼며 저는 

7시30분에 택시 타고 부대에서 출발했다는 놈의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뒷골이 팍 아파왔습니다. 

 

다행히 

진실이와 원경이가 우연히도 휴가를 낸 날이라서 함께 가게되었습니다.

 

우리 셋이 9시 20문쯤 도착했고

아침을 굶은 교신이가 9시50분쯤 도착하여 누나들이 사준 샌드위치와 천도복숭아주스를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지금은 곧 은퇴할 교수가 유명하지만 실재로는 이 교수가 우리나라 최고의 실력자이니 믿어라...고 넘버1님에게 배운대로 아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순서를 기다려

10시 10분쯤 무르팍 촤고수인 교수의 방으로 교신이가 원경이와 같이 들어갔습니다.

 

10분쯤 뒤에 나온 아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버지 소원대로 되었어요"

5년전 꿰멘 것 안정되게 잘 있고 다른 탈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며 수술할 필요가 없고

당분간 멍든 뼈와 손상된 인대부분이 아물때까지 안정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울증 덩어리가 절반쯤 찍 찢겨 떨어져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병원을 나와 넷이서 기분 좋게 (실제로 기분이 좋은 것은 저만 그런듯^^) 점심을 먹고 

4시까지 들어가야 하는 군인의 운명때문에 마구 불평을 쏟아내는 눈빛을 한 교신이를 떠나보내야 햇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출인데 왜 자기 휴가를 하루 빼야하느냐면서 너무 억울하다고 하면서...교신이는 이것으로 또 하루 휴가를 썼습니다. 

수술 받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이 하나도 기쁘지 않은 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속으로 적당히 수술받고 몇개월 재활하면서 군생활을 즐겨보리라는 야무진 꿈이 깨진 비통함이 

그 짜증난 눈빛의 숨겨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얌마, 그래도 군대에서 정한 것은 따라야지 돼,  앞으로는 더 좋아지겠지.  잘 가라 ...수술 안하게 된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 응?

저는 진심으로 입에바른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놈의 눈빛이 어떻든

이렇게 즐거운 최후의 심판은 자주 받았으며 좋겠습니다. 핫핫핫...

 

 

 

 

 

 

 

 

 

 

 

  • 들풀2019.09.28 23:33 신고

    우와 정말 잘됐네요
    그동안 마음 고생 하신거
    모두 내려 놓으셔야겠습니다
    교신이도 훗날 수술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겁니다.
    함께 병원을 따라간 누나들이
    너무 이쁘네요 든든하시겠어요^^♡

    답글
    • 주방보조2019.09.29 00:17

      충신이는 교신이가 부대 들어가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합니다. 수술도 안 하는데 엄살부린 것이라고 ...
      교신이 말은 자기는 형같지 않으니 걱정말라고하고요^^
      정말 다행이지요. 수술하면 그만큼 몸이 망가지는 것이니까요.
      아이들 이쁘게 뵈주셔서 감사합니다.^^

  • malmiama2019.09.29 06:55 신고

    어쨌든 잘됐습니다. 두루~~^^

    답글
    • 주방보조2019.09.29 09:52

      정형외과는 참 어려운 듯 합니다. 작은 병원은 즉시 수술을 권하고 큰 병원은 대하는 기간이 너무 길고...그럼에도 블구하고 큰 병원을 찾는 이유가 정확한 진단때문입니다. 관절경으로 즉시 입원하여 알아보겠다는 병원의사의 말에 많은 갈등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결단이 옳다 생각하고 ...결과가 좋게 되었습니다.

  • 김순옥2019.09.30 10:37 신고

    다행이네요.
    교신이가 많이 마른 것 같아서 짠하기도 해요.
    진실이랑 원경이가 기특하네요.
    동생의 진정한 응원군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 괜찮다고 하니 어서빨리 회복해서 멋진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9.09.30 15:34

      교신이는 입이 너무 짧아서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군대밥은 너무 맛이 없어 못 먹겠고, 스트레스가 조금만 있으면 입맛이 없어 못먹겠고
      그날도 점심을 남겼습니다.ㅜㅜ 저하고는 너무 달라서 이해가 안되는 영역이지요. 아들이지만 다른 차원에 사는 존재같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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