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판 성상파괴운동?…프랑스서 잇단 교회 파손
등록 :2019-04-03 14:59수정 :2019-04-03 22:14
2월 이래 각지에서 교회 파괴 행위 10여건
분뇨 낙서, 방화, 성상 파손 등 이어져
신성모독 의도 뚜렷…동기 놓고 추측 무성
지난달 17일 파리 생쉴피스교회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생쉴피스 교회 트위터 갈무리
연말 이래 이어지는 ‘노란조끼’ 시위로 뒤숭숭한 프랑스에서 가톨릭 교회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예수상과 성모상을 부수고, 분뇨로 낙서를 하고, 불을 지르는 등 노골적 신성모독 행위에 교회와 치안 당국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3일 종교 전문 매체 <릴리전 뉴스 서비스> 보도를 보면, 지난 두 달여간 프랑스 각지에서 10여건의 가톨릭 교회 파괴 범죄가 발생했다. 2월 초 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님의 노트르담교회에서 누군가 벽에 대변으로 십자가를 그린 뒤 성찬식 빵을 붙여놨다. 예배실도 부쉈다. 그 뒤 파리와 가까운 우유에 있는 생니콜라교회에서는 침입자가 성모상을 파괴하고 제단을 쓰러뜨렸다. 라보르와 디종의 교회에서도 방화와 절도가 잇따랐다. 일주일 새 교회 5곳이 당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런 충격적 행위는 모두가 비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교회 파손은 이어졌다. 사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의 예수 조각상 머리가 잘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생질크루아드비의 교회에서는 예수상 머리가 잘려나갔다. <웨스트 프랑스> 누리집 갈무리
파리에서 노트르담 다음으로 큰 생쉴피스교회에서 지난달 17일 발생한 화재가 일련의 파괴 행위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17세기에 건축된 교회에서 난 불로 대형 문과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소실됐다. 이 교회는 영화 <다빈치 코드>의 촬영 장소였다.
범인, 동기, 배후는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 파리 경찰은 생쉴피스 교회 방화는 노숙자가 한 게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모방범죄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프랑스 언론 등은 단일한 동기나 배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성년자들의 장난이나 절도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있다. 예전부터 도금한 접시 등 교회 물품은 도둑들의 표적이 돼왔다. 교회에 오는 사람들이 줄면서 주중에는 비워놓는 곳이 많아 범죄에 취약하다.
로버트 사라 추기경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곳곳에서 신성모독 행위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사상적’ 배경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집단이 교회를 부수고 싶어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현대에 들어서는 교회의 퇴조가 이어지지만,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주요 보루로 여겨져왔다. 일각에서는 사탄을 숭배하는 극소수 집단의 행위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극우 정치인들은 무슬림들에게 눈을 흘긴다.
프랑스 가톨릭교회는 사태를 주시하면서도 드러내놓고 비상벨을 누르지는 않고 있다.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인 조르주 퐁티에 대주교는 “이것을 박해에 대한 얘기로 발전시키고 싶지는 않다. 항의하려 하지 않는다”며 전체 교회 차원에서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자제’ 분위기에는 사제 성폭력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건까지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프랑스 최고위 성직자인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은 다른 사제의 아동 성폭력을 신고하지 않은 죄로 지난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시민 비율은 2010년 3분의 1 정도였으나, 최근 현지 가톨릭 매체 <테무아냐주 크레티앵>이 1천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50%가 넘었다. 사제 성폭력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의 사건 동기가 무엇이든, 배타적이고 반문화적인 움직임 내지 정서 확대와 어떤 식으로든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집계된 반유대인 범죄는 541건으로 2017년보다 74%나 증가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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