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이별하기 좋은 날...

주방보조 2016. 12. 26. 16:09

비가 내리고

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비가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내리고

 

명란젓색깔의 파커를 입고

명란젓색깔의 파커에 어울리는 캐리어카를 끌고

명란젓색깔의 파커에 어울리는 캐리어카에 세째 딸 아이의 짐을 싣고

 

아비는 

아비는 뒤돌아서는

아비는 뒤돌아 뒤돌아서는

 

나란히 걷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말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아내와 딸 사이에다 말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아내와 딸 사이의 공간에다 대고 말했다. 

 

오늘은

오늘같은 날은

오늘같이 비 내리는 날은

 

이별하기 좋은 날이라고

이별하기 정말 좋은 날이라고

이별하기 정말 정말 좋은 날이라고...

 

 

 

 

 

 

 

 

 

  • 주방보조2016.12.26 16:20

    세째딸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가는 날입니다.
    아내와 함께 건대역까지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매주일마다 오겠다는 딸에게...오지말라고 했습니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말한 것처럼...말입니다.

    시간을 천금처럼 아껴 공부하라고 했습니다. 말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답글
  • 들풀2016.12.26 22:39 신고

    비가 내렸습니다 이곳도.
    주방보조님 가슴팍에도
    비가 내렸군요.

    언제나 이별은 젖게 만듭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12.27 06:37

      앞으로4년 넘게 헤어져 있게 됩니다.
      당장은 45분이면 가서 볼 수 있는 거리지만...
      곁에 두고 있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마음이 헛헛합니다.^^

  • malmiama2016.12.27 07:16 신고

    에구~~이쁜 따님과 이별이라......
    비오는 날엔 울어도 빗물이라 우길 수 있다지만...
    시원은 없고 섭섭하시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12.27 13:48

      집이 텅 빈듯 합니다.
      진실 나실 교신 마눌님이 아침에 바이바이를 했고...여전히 주말 알바만 하기로 한 충신이가 곁에 남아 꾸물거리고 들락날락하지만...
      아무도 없는 듯 느껴집니다. ㅎㅎㅜㅜ

  • 한재웅2016.12.27 07:26 신고

    가슴에도 비가 내리는군요.
    신춘문예에 응모하심이 어떨런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6.12.27 13:49

      딸이 없는 분이 부럽습니다. 이 시점에선...ㅎㅎㅎ

      그리고 탁월하신 위로에 웃음을 조금 되찾았습니다.^^

  • 김순옥2016.12.28 08:03 신고

    기숙사가 참 정갈해 보이네요.
    원경이가 지척의 기숙사에 입소를 했군요.
    하루 여행만 떠나도 빈 자리는 커보이는 효과가 있는데 많이 허전하시겠지요.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건 부모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갈수록 예뻐지는 원경이가 힘든 훈련과정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하리라는 것을 믿으니까요.
    원경이와 남은 가족들에게 응원 보내드립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12.28 16:36

      열정이 필요한 딸이지요. 다른 것은 다 갖춰져 있는데...열정만 더 한다면...이게 다 욕심인줄 알지만 말입니다.
      기숙사생활도 잘 견디고, 훈련도 잘 버텨주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요조2016.12.31 19:55 신고

    원경이 미소가 예쁩니다.
    제 보기연 가슴에 비가 촉촉히 내리는 건 씨 뿌린 흙에 좀 기다리면 예쁜 새싹이 돋아 날 듯 합니다.

    두 양주분 표정도 한겔 밝아 보이는데요 뭘 ㅡ
    개앤히 ㅡ

    나처럼 믹쿡으로 시집 보내면 쓰나미가?천지개벽이?
    ㅋㅋㅋㅋㅋ

    답글
    • 주방보조2017.01.01 01:28

      이별연습인 것이죠^^
      이런 작은 이별들이 쌓여 큰 이별을 감당하게 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시집을 잘 가서 미국에 있다면 별로 안 섭섭할 듯^^ 당연한 일이니까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