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자다가 막 일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부부싸움 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세번째 자식을 낳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며칠전 승진이나 진급의 기회를 놓치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그는 나의 전화를 무척이나 매정하게 받았습니다.
큰 마음 먹고 긴 여정 끝에 그의 집 앞에 도착하여 한 전화인데...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서
널 보고싶어 온 식구를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길건너 공원에서 그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우리끼리 놀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년도 더 흘러
그가 날 찾았습니다. 심각한 병을 앓고 나니 내 생각이 났다면서...
이미 난 그에게 무덤인데 말입니다.
아무나 원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벗이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기대가 만드는 것이 원수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