쩜쩜쩜/잡문

검정 고무신 예찬...^^

주방보조 2016. 5. 1. 20:02

반세기만에

신고 다니는 검정 고무신은 정말 여러가지로 저를 즐겁게 해줍니다.

아무도 제가 신고 다니는 것이 검정고무신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

그 비밀스러움이 주는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가지 유익을 경험하거나 상상하게 해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

 

첫째로 가격이 쌉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3천원이면 한켤레를 살 수 있습니다. 택배비까지 해도 겨우 5천원정도밖에 안 합니다.

둘째로 가볍습니다. 그동안 애용하던 짝퉁 크룩스보다 더 가볍습니다.

세째로 발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햇볕을 수직으로 받습니다. 아마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비타민 D를 생성할 것입니다.

네째로 뒤꿈치가 적절한 습도로 인해 갈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특별히 제게 어마어마한 유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반질이 필요없어졌습니다.

다섯째로 발바닥이 마치 맨발로 걸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걷고 있는 보도를 예민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자유가 느껴집니다.

여섯째로 한강에 놀러 갔을 때 작은 물고기를 담아 둘 용기가 따로 필요 없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도 해보았던 일이지만 조만간 실천에 옮겨볼까 생각중입니다.

 

게다가

이 검정 고무신은

교훈적이기까지 합니다.

빨리 달리면 벗겨지니...모든 일에 서두르지 말 것을 알려줍니다. 

가볍게 여기고 돌아다니면 뒤꿈치에 물집이 잡혀 일주일은 고생하게 히니...유비무환의 정신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리고 아직 경험은 없지만 유리조각이나 쇠조각에 찔리는 일이 예상되니...주변을 두루두루 잘 살피는 섬세함을 가르칩니다.

 

...

 

불황이라는데

 

거꾸로 신을 고무신만 돌아다니게 말고

 

수입산 고급신발 대신 ...고무신을 신고 돌아다녀보심은 어떨지...

 

물론 우리집 다섯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좌우 150도로 휘휘 저어대었지만 말입니다.^^

 

 

 

 

 

 

 

 

 

 

  • malmiama2016.05.02 08:56 신고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동참할 마음 있습니다.
    출퇴근 땐 사람들 한 눈 팔다 사고날까봐 자제하고ㅎㅎ
    출근 후 헬쓰 클럽 다녀올 때 신기로 작정.
    오늘부터 일 터 근처 헬쓰장으로 옮겼지요.
    일단 오늘 주문할 터.
    지나치게 키가 큰 이에게도 유익^^

    답글
    • 주방보조2016.05.02 09:08

      뒤꿈치에 밴드 한장 미리 붙여 두시면...유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김순옥2016.05.02 10:59 신고

    고무신 만드는 회사에서 글을 읽을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자기가 좋은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전 아직도 높은 신발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답니다.
    컴플랙스 극복이라는 저만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05.02 15:59

      저의 추억팔이 감성입니다.^^ 옛 것에 대한 기울어진 호감같은 것이지요.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면...거기 한없이 그리운 그 시절 개구장이 소년의 모습이 보이거든요.

  • 들풀2016.05.02 11:44 신고

    암튼 개성만점!
    유행의 선두주자까지 되시는건 아닌지

    답글
    • 주방보조2016.05.02 16:04

      전...아웃사이더, 비사회성이 특징이라...유행의 선두주자는 어려울 것입니다.^^ ㅎㅎ

  • 한재웅2016.05.02 18:09 신고

    검정고무신 한짝을 구부려 한짝에 구겨 넣고 자동차 놀이 했던거 기억나네요^^
    무론 송사리나 올챙이 어항이 되기도 했죠.

    답글
  • 주방보조2016.05.04 00:32

    -왜 이름을 고무신이라 지었나.
    "고무신이라는 게 참 독특한 물건이다. 흔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던 신발로 알고 있지만. 역사를 따져보면 고무신은 약 110년 전 일제 강점기 때 이완용의 '대륙고무'란 회사를 통해 들어왔다. 원숭이 꽃신 이야기를 생각하면 된다. 신발이 필요 없는 원숭이에게 오소리가 신발을 선물로 주자 신발의 편안함에 중독된 원숭이는 결국 신발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신발은 귀족들이 신는 가죽신 모양에 재료만 고무로 했다.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 통치 하에 있던 동남아 같은 곳에서 고무를 가져다 조선에 팔았다. 그 시대의 아이폰 같은 느낌? 그 시대의 첨단 기술의 집합체. 게다가 광고 모델이 순종이어서 ‘임금님도 신는 고무신!’이란 명품 느낌이었다."


    -그게 이름의 이유는 아닐 텐데.
    "내가 어렸을 적에 고무신은 모든 것으로 활용 가능한 물건이었다. 당연히 신발로도 쓰고,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서 담고, 신발 날리기 놀이도 하고, 놀잇감으로도 쓰고, 쥐불놀이에도 쓰고. 아이들에게 내가 고무신이 되고 싶다. 여행갈 때도 부모님이 허락 안 해주시면 ‘고무신이랑 같이 가는데…’해서 허락을 받는다든지. 같이 놀기도 하고, 아이들 편에서 아이들 맘대로 하게 해주는 장치로써의 고무신. 또 하나는 과거의 엄마 아빠 세대에는 고무신을 신었고 지금은 고무신을 보는 세대이다. 만화·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등 여러 미디어의 소재로 사용되며 ‘세대를 잇는 물질’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또 고무신은 질기고 오래가고 다 쓰면 쥐불놀이 할 때도 쓸 수 있고. 그런 학교면 좋겠다."
    http://news.joins.com/article/19974097?cloc=joongang|home|newslist3

    답글
  • 이요조2016.05.05 20:53 신고

    ㅋㅋ 그래도 안탔나봅니다. 발등이 보이는 신발을 신고는 지난여름부터 발등이 벌개지기 시작터니 햇빛 알러지 증상이...
    아무에게나 통용되지 않는 비타민D랍니다.
    멋져요~~

    답글
    • 주방보조2016.05.05 23:01

      그런 문제가 있군요^^...오늘 비오는 날 한강을 걸었는데...정말 좋았습니다. 물 한방울 새지 않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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