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동행...

주방보조 2016. 1. 11. 02:28

진실은 처음부터 손을 내저었습니다.

나실은 저녁먹고 나가면 안 되요? 어제 많이 걸었는데요...하며 사양했습니다.

원경은 하하 또는 호호 웃으며 동조해 주지 않았습니다.

교신은 방바닥에 널부러져 꿈쩍도 하지 않으므로 무슨 말에도 꿈쩍 않으리라는 단호한 결의를 드러냈습니다.

이상은 저와 아내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자식들의

오랜만에 함께 한강 산책을 나가자는 우리들의 제안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날이 좀 더 추워진 듯 하여 한강산책 대비 보온을 더할 요량으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충신이가 자기 교회에서 돌아와 우리와 마주쳤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인천에 가서 놀다가 12시 다 되어 동네 친구들을 만나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하고

아침 10시 주일학교 선생노릇한다고 부지런을 떨며 나갔던 통합측 장로교회 교인이 된 아들입니다.

 

아들!

우리 한강 나가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

 

우리의 예상은 대략 이와 같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피곤해서 쉬어야겠어요...

죄송합니다, 날 좀 따뜻해 지면요.

 

그러나

우리의 예상을 깨고 충신이는 흔쾌히 동행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장남이라서 다르군... 에서부터

구부러진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더니...에 이르기까지

온갖 농담을 다 던지며 ...고마워했습니다.^^

 

...

 

바람이 좀 불었지만 날이 맑고 차면서도 선명한 빛들이 시야를 즐겁헤 해 주었습니다.

털빠진 갈대들은 여전히 바람에 순종하고

하늘에 길게 줄지어 날아가는 가마우지 떼는 바람을 거스려 날며 어딘가에 있을 잠자리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잠실대교까지 가서

우리와 함께 해준 고마운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하였습니다.

 

거기서 찍은 이 사진들의 제목은

위에 것은

"그래도 처참하게 외롭진 않았다"로  

아래 것은

"한시간의 산책도 거절한 딸들을 그리워 하며"로 할까 생각중입니다. ㅎㅎㅎ

 

 

   

 

 

 

 

 

 

 

 

 

  • malmiama2016.01.11 07:14 신고

    위에 것은

    "이래서 행복하다"로  

    아래 것은

    "교신이와 딸들을 사랑하며"로 ㅎ

    답글
    • 주방보조2016.01.11 20:26

      ^^...

      딸들 왈 주일엔 쉬고 싶다...입니다. 그래서 점 점 멀어지고 있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시집가고 나면...1년에 몇번 만나기도 어려울듯합니다.

  • 김순옥2016.01.11 11:07 신고

    '황혼은 아니고 중년의 로맨스'쯤은 충분한 멋진 모습이네요.
    저는 언제쯤 어깨동무를 했는지, 서로 마주 본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충신이가 효자네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나들이에 동참을 한다고 해도 외롭지 않으시겠지요?
    오늘은 날씨가 더 춥네요.
    충신이 제대해서 전방이 어수선해도 걱정은 좀 덜 되시죠?

    답글
    • 주방보조2016.01.11 20:27

      충신이가 효자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군대이후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전방에 문제가 터진 기사를 읽으면...한빛이가 떠오릅니다.

  • 한재웅2016.01.12 19:52 신고

    결국 자식들은 제갈길로 가겠지만 부모는 같이 있고싶어 하는 마음인데 장남이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읽었네요.
    이제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표겠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6.01.13 02:03

      네, 군대가 사람을 좀 만들어서 보내준듯 합니다.
      여전히 흡족함에는 못미치지만^^ 기대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할 수 있습니다.

  • 들풀2016.01.14 19:58 신고

    허걱
    언제 돌아 오셨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고요?
    주방보조님이 블러그 문을 닫는 바람에
    저도 아예 블러그 근처에 얼씬도 안했습니다. ^^

    가족과 산책.
    즐거운 한때 보내셨네요
    장남의 부모님 배려하는 마음도 기특하고..

    저는 막내가 거제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채 저는 지금 거제에 있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01.14 23:13

      1월1일에 블로그를 다시 열었습니다.

      정말이지 맏아들이 많이 기특해진 것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돈많은 집 아들이 부럽다...같은 철없는 말을 툭툭 던지긴 하지만 말입니다.^^

      막내따님 취업 축하드립니다. 진짜 효녀입니다. 요즘은 취업하는 자녀를 가진 사람이 복있는 사람입니다.

  • 이요조2016.01.16 18:26 신고

    내아들 군대가면 길고 남의 아들은 눈깜짝 할 새 라더니 정말이군요.어른돼서 돌아왔군요.든든하시겠어요.

    두분의 사진을 보며 아들의 동행이 없었다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만큼 분위기 멋져보입니다.
    점빵 다시 문 연 것을 축하드리고 손님이 들끓어 장사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6.01.17 02:43

      한달반만에 문을 다시 열었는데...손님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친구분들만 여전하시구요.

      자식들이 자라면 ... 부모는 든든해지면서도 외로워져 가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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