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섭섭하다 딸들...

주방보조 2015. 5. 30. 21:55

원경이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아침을 먹으러 왔습니다.

짧은 것이야 그렇다 치고

진실이가 입고 다니던 것이라 원경이에겐 너무 헐렁거려 보였습니다.

게다가 중간쯤 주욱~ 갈라진 틈도 있고...

반강제로 엄마의 7부바지로 갈아입혔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보수적이라 큰 일이예요.

전철역으로 함께 걸어가는데, 예쁜 원경이가 소요산의 여인이 되어 종알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시집은 어떻게 보내시려고 그러세요. 반바지도 못 입게 ...칫!

 

...

 

나실이가

전날 장충체육관에서 김연아와 삼성전자여자부사장과 이스라엘 사람이 윤종신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에 원경이와 다녀왔습니다. 그것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결국  토익학원 강의를 놓쳤습니다.

 아이들 외할머니 계신 요양원에 아내와 함께 생선전 조금과 토마토 갈아 만든 쥬스를 가지고 가는 길에 한마디 하였습니다.

오늘 강의는 무엇인지 학원에 물어보거라. 어제 빠졌으니 오늘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 않느냐? 전화 해 보거라.

믿음직한 나실이가, 불퉁거리며 대답 했습니다.

전화 해봤자예요, 아버지는 알지도 못하시면서...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 마세요!

 

...

 

요양원갔다가 작은 처남부부와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9시 30분쯤 돌아와서

이미 1만 5천보는 걸었지만

착한 진실이가 늦게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건대입구역으로 데리러 가려고 11시경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11시 40분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디냐?

새집이요.

엥? 아까 왜 전화 안 받았어?

전화 걸려온 적 없었는데요?

확인해봐. 그리고 너는 왜 늦게 오는 날도 전화 안 하냐? 앞으론 네가 전화 안 하면 안 나가마...

네~!!

헉!!!

 

...

 

이젠 늙은 아버지가 필요없어진 게 분명합니다.

피곤한 날이었는데,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한강에 나갔더니,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 장미 공원 벤치에 한동안 누워서 불빛이 마치 폭포처럼 흐르는 강을 보며

Don't look so sad~~ ㅎㅎ

 

...

 

그래도

나실이가 확인 전화 안 하고 갔다가

강의 시간이 토요일로 옮겨졌다는 것을 몰라 헛탕 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ㅎㅎ

참 고소하다...했다는 것 아닙니까? ㅋㅋㅋ 

 

 

 

 

 

 

 

  • malmiama2015.05.31 09:00 신고

    자칫 시집가면 '섭섭시원'이겠습니다.^^

    답글
  • 한재웅2015.05.31 11:21 신고

    자식들에게 섭섭하다는 생각이 늘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징조인데요^^

    답글
    • 주방보조2015.05.31 17:36

      예전엔 제가 말을 하면 일단 자기들 말 그치고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이젠 자기들끼리의 말에 열중하여...아예 듣지를 않습니다. ㅎㅎㅎㅎ
      진짜 나이든 것 실감중입니다.^^

  • 김순옥2015.05.31 12:33 신고

    아이들 키우면서 어디 섭섭하기만 한가요?
    밉고, 답답하고, 야속하고, 섭섭하고...

    원경이까지 대학생이 되었으니 아버님의 관심이 좀 심하신 편이긴 해요.
    관심이나 배려가 간섭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수시로 포기하면서 스스로를 다스리면서 살아갑니다 ㅎㅎ

    답글
  • 들풀2015.06.01 21:36 신고

    ㅋㅋ
    귀여우신 아빠!

    답글
    • 주방보조2015.06.01 22:47

      맞아요...애들이 저를 그 수준으로 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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