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들이 살고 있는 새집...이라 불리는 공간은 23평짜리 아파트 전세입니다.
2005년에 그곳에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9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1억2천에서 시작하여 1년 한번 2년 4번 계약금이 올라 현재 2억3천입니다. 올해 9월이면 계약 만료가 됩니다.
집 주인이 항상 2개월 전에는 전화를 주어 계약금 인상분을 통보해 주었는데
이번에는 20일이나 늦게 전화를 주었습니다.
시세가 요즘 2억 7천이니 거기 맞춰 재계약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준비된 돈은 2천만원정도여서
오래 살았으니 좀 사정을 봐달라 하고 1년 계약에 2억 5천으로 하자 제안을 하였습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감사하다 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후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돈이 모자라는 것은 월 10만원 월세로 해서 1년이든 2년이든 계약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딸아이 입시가 있으니
그럼 계약기간을 6개월만 해서 2억5천으로 하자 하였습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감사하다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습니다.
6개월 후면 내년3월인데 이때는 비수기이니 12월이나 1월로 하자는 것입니다.
시험은 11월이면 끝나고 학교는 다니지 않찮느냐 하며 겨우3개월 연장해 주겠다는 것이지요.
사정을 했습니다. 입시가 2월이 되어야 끝이난다. 3월에 계약기간이 끝나도 이사들어오기 전에 전세금 달라 조르지 않을 것이다.
알았다 했습니다.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시간쯤 뒤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3월까지 2억5천으로 하되 어차피 중간에 나가는 것이므로 부동산비를 우리에게 부담하라는 것입니다.
음,,, 불쑥 오기가 올라왔습니다.
정 그러면 올해 9월로 계약을 끝내자. 집을 내놓으시라 하였습니다.
은행빚을 더 이상 지지 않으려는 저와, 한푼이라도 이익을 놓치지 않으려는 주인과의 혈투^^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런 결론은 결국 둘 다 손해라는 것, 주인보다는 세입자가 이사해야 한다는 상황때문에 3배정도 더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내라는 돈 다 내고 웬만한 것들은 직접 다 수리하여 주인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살아온 세입자의 설움같은 오기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습니다.
까짓것 이번 기회에 그동안 미뤄오던 우리 칠스트레일리아도 대개혁을 이루자...마음을 먹었습니다. 시골로 내려가는 것도 구체화 해보고...
그리고 식구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였습니다.
진실 나실은 이제까지의 호사를 버리고 이번 기회에 독립을 하라. 원룸을 얻으면 보증금은 대주겠다.
원경이는 언니들과 있든지, 헌집^^으로 돌아오든지 하고
원경이가 돌아오면 교신이는 거실에서 잠을 자도록하면 된다.
새집에 있는 피아노는 팔고 냉장고 세탁기는 버리고, 식탁이나 책상들도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도록 하자.
운 좋게 21평짜리 2억5천짜리 아파트가 나온다면 다행이고...
...
병가중인 아내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여졌습니다.
그리고 반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월세10만원 주고 2년 계약하는 것이 낫겠다. 왜냐하면
1.진실 나실 모두 아직 정규직도 아니고 수입도 최저임금수준인데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이므로 적어도 내년은 지내봐야 독립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2.원경이 시험이 11월인데 9월이나 10월에 이사하는 것은 아무리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온다해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3.가격에 맞춰 21평형으로 줄인다 해도 이사비용 부동산중계수수료 200만원은 족히 든다는 점에서
...
저녁시간에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2억7천에 2년 계약합시다. 생각해 보니 딸아이 입시때문에 도저히 안되겠네요.
그러지요.
네 고맙습니다.
ㅎㅎㅎ...가족때문에 천하의 주방보조가 항복을 했습니다.^^
...
저야 과분하고 여유있는 공간이었고 증가된 은행대출금이란 짐을 짊어져야 하는 정도로 이 실갱이를 끝낼 수 있습니다만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은 정말 서러운 경우가 많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2년에 4천만원을 올리면 매달 160만원은 저축해야 한다는 ... 전세금이야 어디로 도망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주인장에게 손해를 조금 보게 할 뻔했던 저의 제안이 어리석었다는 결론과
제 오기로 갑자기 찾아올 뻔한 ...
우리 칠스트레일리아의 대개혁은 2년 뒤로 일단 미뤄졌습니다.
2년 뒤엔 대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내일 일도 모르는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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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인이 되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답글
저희도 많은 이사를 하면서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주인의 편리를 봐줘도 막상 이사할 무렵에는
세입자에게는 전혀 편리를 봐주지 않더라는...
요즘은 전세가 없고 거의 월세라고 하더군요.
저희집 아파트 가격과 전세 가격이 비슷하네요.
하긴 요즘은 아파트 값이나 전세나 별 차이가 없다고들 해요.
없는 사람들이 서울살이 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세상입니다.
특히 결혼하는 사람들...그래서 결혼이 늦어진다고도 하구요.-
주방보조2014.08.08 13:44
집값은 3억5천...전세값은 2억7천...그렇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전세값이 올랏는데, 우리 사는 이 동네가 좀 심하다더군요.
인구 줄어들 걱정이 코 앞이고, 집은 나날이 늘어가는데....이러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모두 추락하고 말것아닐까...궁금하곤 합니다. 다들 그런 걱정이라서 집을 안 사고 전세만 들어 전세비가 상승한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집주인 입장도...남들 다 보는 이익을 조금이라도 잃고 싶진 않겠지요. 그게 세상 원리이구요. 우린 몇년 후엔 별 수 없이 시골로 가야 할 듯 합니다.^^ 너무 외진 곳이 아니길 소망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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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이런 복잡한 일이 있었네요.
답글
여기 진해는 그돈이면 충분한하고도 남는돈인데....서울은 짐작하기도 힘드네요.
서울사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그나저나 사모님 건강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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