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엄마와 아들...

주방보조 2014. 7. 28. 18:54

 

 

 

이 편지를 읽은 교신

그동안

잘못 행동한 것들에 대하여 마음 아파하고

엄마에게 죄송해 하고

고마워하고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장문의

답장을 엄마의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 놓았을까요?

 

...

 

오늘 오전 10시 조금 넘어서

교신이가 손에 뭔가 흰 봉투를 들고 안방쪽으로 가길래 물었습니다.

그건 뭐냐?

엄마가 편지를 써 주었네요.

뭐라고 쓰셨는데?

세상 똑바로 살라구요.

근데 그걸 어디로 가져가는거야?

엄마한테 돌려주려고요.

왜?

다 읽었으니까요.

허걱!!

 

정신을 가다듬고 나무랐습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편지를 받았으면 잘 보관해 두어야지.

대답이 벼룩 튀듯 나옵니다.

제가 보관하면 잘 없어져서요.

아, 속으로 '릴랙스'...하고 다시 말 했습니다.

그래도 그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네가 가져가서 보관해라.

아버지의 참는 분위기를 조금  파악 했는지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네, 그러겠습니다. 

 

그리고

교신이와 저와 아내는

원경이 재수학원에 가서 점심을 같이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못내 궁금하여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뭐라고 썼길래 녀석이 그런 거야 라고.

아내는 교신이 책상에서 편지를 가져다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스캔을 해 역사에 남기고

아내는 제 옆에서 자조적으로 한 마디 했습니다. 편지를 참 잘 썼고만...호호호...

 

...

 

저는 참 고약한 녀석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내는 ...

아들이 뭘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는데 1%의 가능성을 더 두고 싶어 합니다.

 

머리 깎으러 나간지 6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이 아들놈을 말입니다.

 

 

 

 

 

 

  • 김순옥2014.07.28 22:14 신고

    부모님 마음으로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정말 대화가 안 될 때 저는 가슴을 심하게 치면서 울었던 적이 있답니다.
    나중에 제 가슴은 멍이 들었었구요.
    하지만 한빛이는 별 반응이 없었어요.
    한편은 자존심도 상했어요.

    교신이가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올건데
    사춘기라는 특수상황에서는 타협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교 학생회장을 거듭 하는 아이면 모범생이지 않을까요?
    교신이가 아마 많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답글
    • 주방보조2014.07.29 10:55

      공부하기 싫어합니다. 듣기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공부소리 안 하기로 작정하고...안 합니다.
      깨우면 일어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왜 깨우셨어요. 할 것도 없는데.
      그래서 안 깨웁니다.
      오후 1시쯤 일어나면 웃는 얼굴로 잘 잤느냐고 문안을 먼저 합니다.
      나갔다 오겠다면, 잘 다녀오라고 합니다.
      8시든 10시든 들어오면 웃는 낯으로 잘 다녀왔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웃는게 웃는게 아닙니다만
      정말...녀석이 그렇게 해서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줄 작정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그렇게 부부가 함께 하기로 했구요.
      그런데, 아내는 엄마니까^^...이 부부단합공을 깨곤합니다. 참기어려운가 봅니다.

      스스로 요청하는 것은 돈 말고는 다 들어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녀석은 입을 굳게 다물고 버팁니다.
      다섯아이가 시끔럽게 지저귀던 칠스트레일리아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ㅎㅎㅎ

  • 들풀2014.07.29 14:50 신고

    ㅎㅎ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우리 아이들.
    그래도 저들이 우리에게 아픔도 주지만
    이런 예상밖의 웃음들을 선사하니
    감사하지요?

    우리에게 자식을 주신 이유....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답글
    • 주방보조2014.07.29 16:44

      아들들은...전생의 원수^^ ㅎㅎㅎ
      아니, 아버지를 디스하기 위해 보낸 하나님의 전사?
      그것도 아니면 불효에 대한 천벌...정도?

      그런 아들들을 결혼시킨분들은 ...정 말 존경스러기 그지 없습니다.

      얀마
      너처럼 발끈발끈 하면 어떤 아가씨가 너랑 결혼해 주겠냐?...이 말이 제가 녀석에게 한 최고의 공격적 용어였습니다. ㅋㅋ

  • malmiama2014.07.30 06:58 신고

    본이되는 엄마의 편지..믿음이 와닿네요.
    기도로 키운 자식..망할리 없겠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07.30 11:57

      아내가 이 막내 때문에 특별히 우울하지요. 삶의 엔돌핀이었는데...ㅎㅎ

      기도할 뿐입니다.

  • 김충신2014.07.30 19:50 신고

    캬...복받은 놈이네 교신이 ㅋㅋㅋㅋㅋㅋㅋ

    답글
  • 이사야2014.08.06 01:57 신고

    ㅋㅋ 저 역시 말 잘 안듣는 아들을 둘이나 두고 있어
    님의 타는 속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때마다 육박전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광분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제 이렇게 자신을 다독입니다.
    네 그 나이 때를 생각해봐라 원근아...
    넌 네 아들보다 어디가 어떻게 괜찮았느냐? 라고...
    그래도 주님의 섭리 안에서 아들들은 무럭무럭 성장할 것이라고... 철부지 탕자였던 네가 그랬듯이...
    음... 주제 넘은 말씀을 드려서 송구합니다.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헌데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원필님과 제 청년 시절을 비교하는 건 무리이겠습니다.
    사실 전 너무나 후회막심한 과거를 가진 불효자였으니까요. 에혀...

    답글
    • 주방보조2014.08.06 11:48

      전...저의 아들들보다 훨씬 못난이였습니다. 고3 딱 1년 공부한 것 빼면...정말 찌질하게 살았씁니다. 어머니 속도 까맣게 태우고요. 뭘 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해서요. 얼마나 한숨을 쉬어대며 살았었는지...
      그에 비하면
      제 두 아들은 활발하고 친구 좋아하고 운동 잘하고 음악 좋아하고 글도 잘쓰고?^^한숨 별로 안 쉬고...당시 저 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서 참는데 많은 도움이 되긴합니다만...
      그래도
      요즘같은 세상에 이토록 공부를 안하면 어쩌느냐...속으로 외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 맡긴다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