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아들이 전화를 했습니다.
제 시 읽어보셨어요?
아니
엄마한테 보냈는데요.
난 안 읽었어
엄마는 뭐래요?
응, 잘 썼데
아빠도 읽어보세요.
알았다.
보내드릴까요?
그래 그럼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엄마는 그 시를 못 읽으셨답니다. 이메일 주소가 잘못되었는지 받지를 못하셨다고...
엄마가 읽고 좋았다고 한 것은 ... 그랬을 것이라는 제 상상력의 소산이었지요.
오늘 이메일 받았습니다.
이 병영문학상이라는 것에 당선되면 상금 300만원에 시인이 된다는데 그것을 기대하지는 않고, 포상으로 휴가나 3일 받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습니다.
시를 읽은 소감은...소망을 이루기는 힘들겠지만...나보다는 훨씬 낫다^^ 였습니다. ㅎㅎㅎㅎㅎ
...
그 어느 나라에
육군 제 3기갑여단 90기계화보병대대
일병 김충신
그 어느 나라에
새벽이 지나면
돌을 쌓는 바보가 있었네
그 어느 누구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지겨운 그 일을 그는 반복하네
내 생각에 그건
아픈 마음의 이야기
머물지도, 떠날 수도 없는
그의 눈빛을 나는 아네
언제나 크나큰 폭풍이 불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질 꿈을 꾸지만,
이 길 위의 모든 사람들 그를 보며 비웃네
그런 바람은 없다고
지금까지 이 마을에 불어온 그 모든 바람들은
널 위한 게 아니라고
그 어느 나라에
새벽이 지나면
돌을 쌓는 바보가 있었네
내 생각에 그건
깊고 지독한 이야기
머물지도, 떠날 수도 없는
나의 눈빛을 너는 알까
언젠가 크나큰 폭풍이 불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질 밤이 오지만,
이 길 위의 모든 사람들 나를 보며 비웃네
그런 행운은 없다고
지금까지 이 마을에 불어온 그 모든 바람들은
널 위한 게 아니라고
그 어느 나라에
새벽이 지나면
돌을 쌓는 바보가 있었네
2.
별들의 노래
육군 제 3기갑여단 90기계화보병대대
일병 김충신
별들의 노래는 언제나 내게
끝없이 이어지는 여행을 선물해
차가운 마음에 불어오는 바람
내 곁엔 항상 니가 있었네
별들의 노래는 언제나 내게
끝없이 흩어지는 시간을 선물해
먼 하늘 노을에 새겨지는 얼굴
내 곁엔 항상 니가 있었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늘 꿈꾸던
나를 위해 준비된 그 곳
이젠 믿음과 걸음 모든 것들이
흐려져 난 볼 수가 없네
수 없이 많은 언덕과
고갯길을 넘고 돌았지만
내게 허락된 땅 한 조각이 없네
이젠 웃음도 호흡도
이 답답한 가슴도
모두
그들의 룰에
별들의 노래는 언제나 내게
3.
회의
육군 제 3기갑여단 90기계화보병대대
일병 김충신
해마다 찾아 오는 이 계절은
날 부수러 왔나
날 부수러 왔나
저 멀리 혼자
큰 소리를 지르며 , 날 보며 웃네
그 때 마다 날 흔들던 사랑은
날 입히러 왔나
날 태우려 하나
아직 저녁엔 혼자
우리 함께한 그림을 다시 보곤 해
멍청히 입가에 미소가 걸려
아직은 반으로 나누고 싶지 않아
아직은
해마다 찾아 오는 이 계절은
날 부수러 왔나
아님 나의 벗으로 왔나
결국엔 혼자
남아 있는 기억을 줏어모으지
아직도 마음이 남아 있는 이기적인 나의 몸
그러곤 입술을 열어 묻고 대답하지
다음 번 , 다음 곳 에선
다음 곳 에선
다음 곳 에선
너무 아플 만큼 꼭 쥐진 않을께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줄께
서로의 마음과 가고픈 길이 달라
놓아야 할 땐
스르르 편히 쉽게
웃으며 안녕 인사 하고 갈 수 있게
다음 곳 에선
다음 곳 에선
-
-
-
-
뭐 시가 심오하다기보다는...시적 화자가 '군인' 이며 '병사' 라면 아마 공감할걸요.
답글
첫번째 시는 '새벽이 지나면 돌을 쌓는 바보' 라는 부분에서, 쓸데없는 짓을 애써서 하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줘요.
두번째 시는 그냥 행군하다가 별이 많이 보이길래...노트에 끄적였던 내용을 시로 만든것이고
세번째 시는 벌써부터 사회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내 모습을 보며 쓴 글이에요.
시를 제출할때 간부들한테 보고를 해야되서 뜻을 다 숨긴것일뿐이고
절대 어려운 글이 아닙니다 ㅋㅋ [비밀댓글]-
주방보조2014.08.05 23:57
^^...아이구 귀여운 놈... 아버지의 시론강의다^^ 읽어봐라.
어머니는 네 시를 여러번 읽으시더니 펑펑 우셨다. 왜? 냐고 물으니 너믜 슬픔이 가슴 깊이 느껴지셨단다.
너는 그정도의 깊은 슬픔의 시는 아니라 엄마를 이해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는 쓰는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네가 네 시에 상 주는 것이 아니라 네 시를 읽은 사람이 상을 주든 말든 결정하는 것이지.^^
그러니 읽은 분이 심오하게 느끼셨으면...네 시는 심오한 것이다. 네 것이 아니라 읽는 분의 것이 되었으니...
이 아버지 시론의 심오한 뜻을 알겠느냐? ㅋㅋ
-
충신이가 문학적 소양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글
물론 제가 문학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충신이러럼 의식이 강하고
현실에 대한 심오한 사고와 묘사해 내는 실력등...대단해요.) 없을 거예요.
아버님의 교육철학이 나실이는 물론 충신 그리고
독수리남매들에게 큰 힘을 발휘해 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충신이가 문학상을 획득한다...에 한 표 던집니다.
한빛이의 경우는 군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이며
컴퓨터 사용의 연속이며 ..심오한 사고가 나올 여지가 없어보여요.
일전에 편지를 보냈다고했더니 전화 자주 하는데 무슨 편지까지...라더군요.
극기야는 CD플레이어에 이어폰까지 주문했다가 사태를 파악하고 취소했다는...ㅎㅎ
아직 이병의 현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 탓 아닐까요? -
저는 아드님의 시를 보고
답글
가슴이 저몄습니다.
별 볼일 없는 제 가슴이지만...
그럼 훌륭한 시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정직했습니다. 너무도...
어떤 이념이나 사상에도 기대지 않고
그로 인한 위안이랍시고 시적 허세를 부리는 어떤 가식적인 시와도 다른...
아팠습니다.
이토록 솔직한 시를 전 자주 대하지 못했습니다.
수식이나 기교가 탁월한 시만 시겠습니까?
그런 수많은 쓰레기에 비하면
아드님의 시는 제 가슴을 진정으로 통렬하게 후볐습니다. 울렸습니다.
진심입니다.
괜한 찬사 따위가 아닙니다.
충신이는 님의 예상 밖에 그 위로 훌쩍 크게 성장한 청년이 된 것 같네요. -
저도 충신이 시에서 자주 나오는 반복 후렴구처럼 또 쓰고 쓰고 하다가 지우고 지우고...
답글
종내 그냥 빈칸 만들고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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