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재정 21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정삼지 목사가 8월 14일 가석방됐다. 정 목사는 교도소를 나와 교회로 직행했다. 사진은 지지 교인들과 교회 3층 본당에서 기도회를 하고 있는 정 목사의 모습. (사진 제공 제자교회 임병수 집사)

'꿈과 희망을 주는 교정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안양교도소의 외정문 상단에 걸린 커다란 글귀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8월 14일 오전 10시, 외정문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재소자의 가족과 지인들이었다. 이 중에는 가석방되는 정삼지 목사를 보기 위해 1시간 전부터 기다린 목동 제자교회 교인 10여 명도 있었다.

지정된 시간이 되자 재소자 10여 명이 외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교인들은 재소자들 사이에서 정 목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재소자를 인솔한 한 교도관은 가석방자들이 빠짐없이 다 나갔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확인 결과 정 목사는 같은 시각 차량을 이용해 교소도를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나온다고 강조한 외정문 교도관의 표정이 굳어졌다. 교인들의 거센 항의에 사회복귀과 총무계장이 달려와 진위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어제(13일) 정 목사 측으로부터 몸이 불편하니 차량을 이용해 외정문을 통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총무계장이 "그 정도로 몸이 불편하냐며 되묻자 '아랫사람으로서 정 목사를 모시고 싶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 가석방자들 옆으로 한 대의 차량이 내려오고 있다(사진 위). 정 목사 반대 측 교인들은 이 차량에 정 목사가 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목사가 차량으로 교도소를 빠져나간 사실을 안 교인들이 교도소 측을 상대로 항의하고 있다(아래).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 집사 차량으로 교도소를 빠져나간 정 목사는 교회로 향했다. 정 목사는 지지 교인들이 있는 목동 제이월드빌 2층 교육관을 찾았다. 지지 교인들은 정 목사가 복귀하자 두 손을 들어 환영했고, 정 목사는 교회를 지켜 준 것에 감사하다며 큰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 교인들과 만난 정 목사는 오후 1시경 교회 3층 본당을 찾아 기도회를 했다. 기도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승리를 선포한다"고 시작해 부흥과 축복을 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지 교인 80여 명은 정 목사의 기도에 맞춰 "아멘"을 외쳤다. 기도는 민족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갔다. 정 목사는 더러운 귀신과 이단의 권세도 물러가게 해 달라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준비하는 영광스러운 교회로 인도해 달라"고 했다. 이날 정 목사의 모습은 몸이 불편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기도할 때의 손짓과 몸짓은 역동적이었고, 거동에도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기도회는 20여 분 정도 진행됐고, 정 목사 반대 측 교인 10여 명이 달려와 '맞불 기도'로 맞섰다. 이들은 정 목사가 기도할 때마다 "도둑놈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기도회가 끝난 후 정 목사는 잰걸음으로 예배당을 벗어났고, 남은 교인들은 한동안 막말을 주고받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 정 목사와 지지 교인 80여 명이 오후 1시경 본당에 들어와 기도회를 열었다. 20분 동안 진행된 기도회에서 정 목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승리를 선포한다"고 했다. 반대 교인들은 정 목사가 기도할 때마다 "도둑놈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사진 제공 제자교회 임병수 집사)
   
▲ 기도회 이후 양측 교인들은 막말을 주고받으며 승강이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