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교회에 대하여

교회세습=물질세습, 아름다운 계승은 포장(뉴스미션)

주방보조 2013. 1. 18. 14:52

교회 세습=물질 세습, ‘아름다운 계승’은 ‘포장’
[신년기획 ②]
이동희 (dong423@newsmission.com) l 등록일:2013-01-17 13:54:22 l 수정일:2013-01-18 14:08:10
본지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사안은 바로 교회 세습.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 온 교회 세습 문제의 현상과 대안을 짚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교회 세습은 한국교회의 타락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측면에서 교회 안팎으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회 세습’을 ‘영적 계승’, ‘아름다운 승계’라며 옹호하고 있지만,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은 결국 한국교회의 공신력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교회 세습이 행해지는 이면에 ‘예수의 정신’이 사라진 세속화된 종교, 교회가 사업체가 된 탐욕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직 승계, 한국교회 병든 모습 ‘증상’

교회 세습은 ‘아들이나 사위가 담임목사직을 물려받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대로라면 최근 세습을 마친 왕성교회(길자연 목사) 외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교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령운동을 부르짖는 모 교단에서는 이미 여러 교회들이 세습을 마쳤고, 또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는 교단이다 보니 더 자연스럽고 편만하게 세습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세습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교회의 분위기에 있다. 남들이 보기엔 분명히 병들었는데, 정작 본인은 건강하다고 건강함을 자랑하는 꼴과 비슷하다. ‘교회 세습’이 아무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는 한국교회 그 자체로서 이미 병적 증상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원인에 주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대중 좌담회에서 발제한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는 한국교회가 ‘왜 세습을 하는 데까지 오게 되었나’를 한국 개신교의 성장과 관련지었다.

목회자가 개척해 성장·부흥한 교회일수록 담임목사가 예산과 행정, 인사를 책임지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며 사유화 되기 시작했고, 이는 교회를 중심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교회가 구조적으로 이런 모습을 띄게 되면서 개인적 윤리도 문제이거니와 구조적으로도 세습을 할 수밖에 없는 특유의 배경이 마련된 것이다.

또한 영락교회, 경동교회 등 비교적 한국교회 초창기 후임자 선정이 있었던 교회들에서 외부에서 청빙된 목회자들이 여러 차례 경질을 거쳐 바뀌는 불안한 과정이 있었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느 정도 규모의 담임 목회자들로 하여금 결국 ‘아들’을 대안으로 떠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교회 세습의 역사, 타락한 인간 본성

교회 세습은 교회사적으로도 문제가 된 바 있는 해묵은 문제다. 로마 가톨릭이 주교좌성당의 세습을 막기 위해 성직자 독신주의를 시행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또한 주교좌성당 세습은 그 어느 때보다 타락이 극심했던 당시 중세 가톨릭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안이다.

숭실대 김영한 교수는 ‘교회세습금지의 신학적 근거를 들면서 로마 가톨릭이 성직자 결혼금지 제도를 도입한 까닭에는 ‘사교회화’를 막고 ‘공교회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세에 천주교 주교좌성당의 경우 명예롭고 돈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에 당시 성행하던 세습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성직자 독신주의였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에서 볼 때 한국교회에서 드러나는 교회 세습은 중세 시대 주교좌성당처럼 지금의 한국교회가 ‘돈과 명예’가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한편, 교회가 ‘사유화’ 돼 타락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확한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일간지 등 주요 언론을 비롯해 사회 일각에서 교회 세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 역시 교회 세습이 단순히 목사직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재산권과 인사권 등 교회에 속한 모든 권한을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영역을 떠나 사회적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교회에서도 세습은 ‘논란거리’

그렇다면 교회 세습은 한국교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미국교회에도 세습은 있다.

미국에서도 유명 목회자들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일한 사역을 하는 경우는 많다. 빌리 그래함 목사나 존 비비어 목사 등의 아들도 아버지의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일부 흑인 대형교회나 교단이 없는 교회에서는 세습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교회의 세습 문제가 국내에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세습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파산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수정교회’는 대표적인 세습의 예다.

초대형교회인 수정교회는 화려한 건물과 시설로 유명했지만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뒤 가정 불화로 아들이 교회를 떠나고 이어 딸이 목회직을 맡았지만 결국 파산해 버리고 말았다.

세습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교회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역시 목회자의 의지대로 행해지는 세습에는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한 매체가 목회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 목회자들은 목회 세습이 주로 행해지는 흑인교회에 대해 “대형교회가 한 가족이 운영하는 소형 제국과 닮았다는 점에서 좋게 보지는 않는다”며 “미국 내 많은 교회에서도 세습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주로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자립교회 세습, ‘예외’가 세습의 근거가 될 수는 없어

지난 9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입법의회에서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 통과 이후 감리교 내부에서는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농어촌교회’에서 후임자로 아들을 청빙하는 것까지 막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즉 ‘아름다운 승계’도 있다는 것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대중 좌담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서도 ‘그런 상황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최근 목회자 수급 균형이 많지 않아 공급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그 조차도 불평등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청어람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미자립교회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해 아들이 물려받아 교회를 이어가는 여러 사례를 알고 있다”며 “세습에 대한 예외를 둔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둘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예외일 뿐 예외가 논리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박득훈 목사 역시 “세습은 특권을 물려받는 것이기에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며 “모든 것이 가하나 옳은 것이 아니듯,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좋은 직업과 목회 환경을 버리고 아버지가 시무하는 작고 초라한 농어촌 목회로 임지를 옮긴 목회자들의 헌신이 분명히 있다. 미담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극히 예외일 뿐 ‘세습’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는 세습이 분명 이와 같은 예가 아닐진대, 이런 사례를 들어가며 세습을 옹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목회자도 인간이기에 욕심 때문에’, ‘교회가 내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라는 이유 외에 세습을 설명할 근거는 억지에 불과하다. 한국교회 리더십 교체가 ‘세습’을 배제하고 공정하고 바른 청빙 절차에 따라야 할 이유는, 기독교의 정신을 올바로 지켜가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