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이날 지인을 통해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했고, 이 진술서는 바로 경찰에 보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검사의 진술서를 뜯어보지 않은 채 봉해진 상태로 경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진술서에서 “김 판사와는 공판검사로 근무할 때 알게 된 사이로,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말 박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검사에 대한 조사 시기와 방법은 박 검사와 협의한 뒤 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오는 7일까지 휴가를 냈다. 박 검사와 전화로 조사 일정을 조율하려고 했으나, 박 검사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김 판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서면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께 김 판사에게 질문지를 우편으로 보내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당시 기소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기소 청탁이 (판사의)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경찰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만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입력 : 2012.03.06 04:31
어제 경찰에 서면진술서 제출 "나꼼수가 안 경위는 모르겠다"
검찰, 유출 경위 조사 나설 듯… 나 前의원은 "청탁한 적 없다"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검사에게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청탁을 받은 사람으로 지목된 부천지청 박은정(40) 검사가 "김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 전화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의 서면 진술서를 5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직전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는 "2005년 김 판사가 검사에게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 김모씨를) 기소만 해달라. 그러면 법원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고 방송했다. 서울경찰청은 나 전 의원 측이 이 방송 공동 진행자인 주진우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나꼼수는 지난달 말 방송에서 '청탁 전화를 받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양심선언을 했다'며 박 검사의 실명을 거론했다. 박 검사는 이 일로 파문이 일자 지난 2일 사표를 냈으나, 대검이 반려하자 남편 이모(43·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와 함께 휴가를 냈다.
박 검사는 진술서에서 "김 판사로부터 '(문제의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았고, 당시 김 판사는 검찰이 기소해 주면 판결은 법원이 알아서 하겠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나꼼수 측과 같은 취지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남편은 2005년 당시 해외 연수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박 검사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판사도 경찰에 제출한 서면 진술서에서 '기소 청탁 주장은 허위'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검사는 자기가 경험한 일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나꼼수의 주씨 측에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선 박 검사와 가까운 사람이 주진우씨 측과 매우 가깝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에선 일단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되,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이후엔 정보 유출 경위 등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의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검사는 서면 진술서를 보낸 5일에도 휴대전화기를 끈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