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한강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사흘을 꼼짝 못하고 끙끙 앓다가
오늘에서야 기운을 차리고 간만에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가는데 아내가 따라 붙은 것입니다.
날도 많이 풀렸고
한강에 오리떼들도 듬성듬성이지만 제법 모여들어 있었습니다.
10시정도였으니 한강 건너편 위에 해가 한강을 가로질러 비스듬이 금물결을 우리 앞에 연출했고
거기 미끄러지듯 드나드는 오리들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로는 너무 미진한 장관이었습니다.
잠실대교까지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만보계에 6천보가 찍힙니다.
그래서 목적지는 당연히 잠실대교 아래까지였고 ... 아이들 이야기로 우리의 대화는 꽃을 피우다가
잠실대교 거의 가까이 도달했을 때 옛 이야기가 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내가 말이야
저 위에 살 때(우리는 결혼초 잠실대교 북단 바로 근처의 집에 세들어 살았었습니다)
진실이 나실이가 세살 두 살 때쯤 되었을 때지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진다 뉴스만 나오면 아이들 강하게 키운다고 옷 단단히 입혀서 바로 여기로 데리고 왔었어.
한강에 돌도 던지게 하고, 찬 물에 손도 담가보게 하고 그랬지.
근데 강해지긴 커녕 물러 터지기만 했으니...쩝"
그리고 제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살만 디룩디룩 찌고"...
그때 아내가 제 팔을 잡아 채며 깔깔 웃었습니다.
진실이 나실이가 살찐 이유를 "알았다"고 하며...
"애들이 그러니까 강하게 되기도 전에 당장 눈 앞에 닥친 추위에 먼저 적응한 거예요.
피하지방을 잔뜩 쌓아가지고 말예요. 겨울잠 자듯 잠만 만이 자고 ...지금도... 호호호...
그러니까 살만 쪘죠...진실이 나실이 살찐 것은 순 당신 때문이예요."
허걱~~
너무 그럴듯한 분석 아닙니까?^^
우리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딸들의 비만이 비극이든 아니든...^^
...
두 딸을 데리고 추운 한강에 나와 놀던 일도 벌써 15년이 넘은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놀던 곳엔
그때 없던 자전거 도로가 생겼고, 다리 바로 아래에는 운동기구들도 설치되었고, 요즘은 수륙양용 버스입구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예쁘고 아장거리던 딸들이 다 커서 거의 어른이 되었고 그 아이들과 놀던 젊은 아빠는 반백의 늙은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강은 여전히 아름답게 흐르고...
우리들 인생도 고달프지만...역시 아름답다고...
(14년전...좌진실 우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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