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실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워낙 없었는데다 ... 서울 시내의 웬만한 곳은 자전거로 다 커버하게 되었고... 원경이와 교신이가 부쩍 자라면서 일곱식구가 한꺼번에 탈 수 없어 꼭 한 두 사람 떨어뜨려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오랜 친구 은빛 현대 엑센트는 언제나 그 자리에 가엾은 뒷 모습을 우리 쪽으로 돌려댄 채 꾸구려 앉아 있는 신세가 되었었습니다. 라디오와 카세트는 이미 오래전에 망가져 있었고 뒷 범퍼는 페인트가 벗겨져 절반은 검은 반점으로 추했고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중노동이 되었으며 뒷 문짝들은 열고 닫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요란했지만 그런 것은 우리집 가풍상 그리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여름 오랜만에 경포대로 원경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