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호> [개념] "헤아리다"에 대하여 (9) | 2002년 01월 21일 |
이제 국어 사전에서 제시한 "헤아리다"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풀이, "미루어 생각하다"와 "짐작으로 살피다"가 무슨 뜻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앞글에서 "생각하다"를 "사물을 차이에 따라서 나누고 관계에 따라 묶다"는 뜻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활동의 결과로 우리는 지식을 얻게 된다고도 정리했습니다. 말하자면 "생각"의 결과는 곧 체계적인 "앎"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살피다"는 일차적으로 "자세히 보다, 관찰하다"는 뜻인데, 이는 곧잘 "생각하다, 따지다, 판단하다"는 등의 파생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생각하다"와 "살피다"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간략히 정리한 다음, 주로 "미루다"와 "짐작하다"라는 두 낱말을 집중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헤아리다"의 세 번째 뜻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헤아리다"의 세 번째 뜻인 "미루어 생각하거나 짐작하여 살핀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앞에서 이미 짐작(斟酌)에 대해서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루어 생각하다"는 뜻만 살피면 되겠습니다. "미루다"는 뜻은 사전에서 "이미 알려진 사실로써 다른 것을 헤아리거나 짐작하다"로 풀려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헤아리다"와 "짐작하다"가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뜻임을 보았기 때문에 이 풀이말들이 그다지 정확해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보다는 요즘의 어법대로라면 아마도 "추측하다"가 더 정확한 말로 보입니다. 그래서 "미루다"는 "이미 아는 사실을 통해서 다른 것을 추측하다"로 풀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그것이 곧 "헤아리다"의 세 번째 뜻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번에는 추측(推測)이라는 말을 보십시다. 측(測)은 "재다"는 뜻입니다. 야후 국어사전과 연세대 한국어 사전을 종합해 보면 "재다"는 "①(어떤 물체나 물질의 길이·넓이·부피·무게·속도·온도·압력 등을 자·저울·속도계·온도계·압력계 등의 도구로) 수치가 얼마인가 알아보다. 측정하다. ②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이 가져올 결과나 이해득실을 이모저모 따지다. (여러 가지 측면으로) 헤아리거나 따져 보다"는 뜻입니다. "재다"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더 자세히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추(推)자를 보겠습니다. 추(推)는 수(手)와 추( )의 형성(形聲)자로 추( )는 소리를 수(手)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파자를 통해서는 "손"이라는 뜻외에는 다른 해석을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자전에 나타난 추(推)의 첫 번째 새김은 "옮다"입니다. 사물이 시간과 공간상으로, 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동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그로부터 공간적으로 옮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밀다," 시간적으로 옮기는 행위를 가리키는 "미루다"는 뜻이 파생됐습니다. "책상을 밀었다"가 전자의 예문이라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었다"는 후자의 예문입니다. 또 사물을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 옮기는 것도 "미루다"로 개념화됐습니다. "책임을 상사에게 미루었다"가 그 예문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추(推)와 측(測)의 뜻풀이에도 불구하고 추측(推測)의 뜻이 좀 더 명확해 지지는 않습니다. 야후 국어사전과 연세대 한국어 사전에서는 "추측하다"를 "미루어 생각하다, 미루어 헤아리다, 미루어 짐작하다" 등으로 풀고 있습니다. 이런 뜻풀이들은 "미루다"를 포함시킴으로써 추측의 추(推)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측(測), 즉 "재다"는 뜻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위의 뜻풀이 대로라면 측(測)은 "생각하다, 헤아리다, 짐작하다"는 뜻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사전적인 의미상으로나 어법상으로는 "재다"와 그 파생적인 의미가 "생각하다, 헤아리다, 짐작하다"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헤아리다"는 지금 살펴보고 있는 "추측하다"를 가지고 밝히려는 낱말입니다. 그러므로 "헤아리다"를 가지고 "추측하다"의 뜻을 정의하는 것은 별 소득이 없는 일입니다. "짐작하다"의 경우도 오늘날의 어법과 원래적인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 나타난 이상, 그것으로 "추측하다"와 "헤아리다"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또 이미 앞에서 "헤아리다"의 두 번째 뜻으로 "가늠하여 짐작하다"를 정의한 바 있으므로 그 말을 다시 "헤아리다"의 세 번째 뜻을 밝히는 데에 사용하는 것도 역시 무의미합니다. "생각하다"는 앞에서 정리된대로 "사물을 차이에 따라 가르고 관계에 따라 묶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람이 마음을 사용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가장 넓은 의미를 갖는 낱말이므로 "미루어 생각하다"는 "미루다"에 더 이상의 의미를 더해주지 못합니다. 조정희 드림. (성경의 한국 개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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