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호> [믿음] 국어 사전의 "믿음" | 2001년 08월 04일 |
바로 지난 글까지 "믿음" 개념에 대해 여러 가지로 살폈습니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습니다. 한국어 사전에서는 "믿음"을 어떻게 풀었는지 살펴 보지 않은 것입니다. 개념이란 "특정 분야에서 독특하게 쓰이는 말뜻"이라고 일단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국어 사전의 말뜻은 각 분야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두루 쓰일 수 있는 일반적인 말뜻입니다. 그래서 각 분야의 개념은 사전의 말뜻과 꼭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국어 사전 살피기를 건너뛰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전의 말뜻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념으로서의 말뜻도 원천적으 로는 사전의 말뜻에서 비롯되게 마련이고, 개념이 완전히 성립한 뒤에도 근본적인 의 미가 서로 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오늘날의 한국어 사전들은 "믿음"의 말뜻을 살펴서 개념으로 다듬어 가는 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고대나 중세의 어원과 용례를 제시 한 예가 없는데다가, 현대의 뜻풀이도 부실한 것이 많습니다. 특히 동어반복에 머무 는 것이 많습니다. 예컨대 야후 국어 사전에는 믿음이 "①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좋은 기대가 어그 러지지 않으리라 믿는 마음. ②(종교 일반) 어떤 종교를 믿고 교의에 따라 행하는 일. 신앙"이라고 풀려 있습니다. 첫 번째의 풀이는 "-라고 믿는 마음"입니다. 믿음을 설명하는데 다시 "믿다"는 말을 썼습니다. 동어반복입니다. 더구나 "믿음"을 "--라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믿음 은 마음일까요? 물론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믿음의 주체가 마음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은 연관을 갖더라도 "믿음"을 "마음"이라고 푸는 데에 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그게 "믿는 마음"이라면 동어반복의 오류까지 범 하게 됩니다. 두 번째의 풀이가 그리스도교의 믿음을 밝히는 데에 더 유용하겠습니다. 괄호 안에 종교적 용례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다시 "믿다"가 나옵니 다. 게다가 동의어로 "신앙(信仰)"이라는 한자어가 나오는데 거기에 다시 "믿다(信)" 가 나옵니다. 엄격히 말하면 이런 풀이는 제대로 된 풀이로 볼 수 없습니다. 연세대 한국어 사전의 풀이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거기서는 믿음을 "① 믿는 마음. ② 종교적 신앙. 신심"이라고 풀었습니다. 첫 번째의 "믿는 마음"이라는 풀이는 야후 사전에서처럼 좀 성의없어 보입니다. "마음"이라는 뜻이 추가되어 있을 뿐 "믿다"는 동사를 쓴 점에서 동어반복에서 벗어나지도 못했습니다. 두 번째의 "종교적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信仰)에 이미 "믿다"는 신(信)자가 있어서 같은 말로 같은 말을 설명합니다. "우러르다"는 뜻의 앙(仰)자가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동의어로 추가된 신심(信心)에도 "믿다"(信)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 심(信心)은 첫 번째 뜻인 "믿는 마음"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굳이 항목을 나누어 설 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결과적으로 국어 사전의 뜻풀이는 "믿음"의 사전적(일반적) 뜻풀이의 면에서도 그다 지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념적 뜻을 다듬는 데에도 그다지 도움이 안됩니다. 어떤 말이든 일반적으로 두루 쓰이는 뜻이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으면 개념을 다듬을 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어사전들이 기초적인 낱말이라 하 더라도 성의 있는 뜻풀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알바니에서. 조정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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