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아침고요수목원에 가다...

주방보조 2015. 7. 25. 11:31

월 화 ...나실이와 원경이가 샘표식품 알바를 이틀 뛰었습니다.

시간당 5천800원, 9만 8천원을 벌었답니다.

나실이는 다음주부터 하루 일당 7만원짜리 알바를  일주일간 뛰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3개월간의 휴직을 마치고 아내의 직장복귀를 열흘쯤 앞둔 엇그제 목요일

진실이와 충신이를 뺀 나머지 5인이 하루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처음엔

남이섬을 가자고 제가 먼저 제안을 하였습니다.

아내도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한번 가본 곳이고

저도 대학2학년때 한번 가본 곳입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을 것같아서...

지도를 들여다 보고 남이섬이 있는 가평이 왜 요즘 뜨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평에...쁘띠프랑스, 자라섬, 이화원, 아침고요수목원 등등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남이섬에서 쓸 비용을 계산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나실이가 아침고요수목원을 외쳤습니다.

자기가 들은 바에 의하면 환상적인 곳이라고...남이섬보다 비용도 싸고...운운

 

이젠 우리 집의 리더쉽이 우리 부부에게서부터 아이들에게로 확실히 이전되는 시기

나실이를 2015년 칠스트레일리아 여름휴가 대표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름만 들어 왔던,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아침고요수목원에 가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나실이가 시간표를 짜고 비용을 계산하고 ...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

 

오전 8시 40분

집을 출발하여

7호선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서 경춘선을 갈아 탄 뒤 청평역에 내렸습니다.

거기서 15분쯤 걸어가 터미널에서 37-7번? 시내버스(30분에 1대)를 타고(환승이 되더군요) 20분 정도 걸려 수목원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10시 50분

 

입장료...평일 성인8천원, 학생 6천원...합 3만8천원...를 지불하고 아침고요수목원에, 그 이름 한번 참 잘 지었다 하며 들어갔습니다.

 

 

 

...

 

 

 

시간이 참 더디간다.

이것이 수목원 관람의 총평입니다.

 

입구에서 가까운 언덕배기 팔각정 하나를 차지해

도시락으로 싸간 샌드위치와 삶은 계란을 일단 먹어 치우고

어슬렁 거리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평소 못 보던 풀, 꽃, 나무가 많았고, 백합이 큰 입을 벌리고 도열한 길 끝에  8명이 앉을 수 있는 하얀 예배당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운 날씨 탓이겠지만 허브동산에 허브향도 별로 나지 않았고

양쪽이 탁 트인 양반집 대청마루조차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삶의 무게에 눌리신듯 그리 밝지 않았으며

우리 다섯식구도

입으로는 야 참 신기하다, 대단하다, 좋다 하면서도...속으로는 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방보조: 아차산이나 어린이 대공원에 가는 것이 더 나았겠다...

마눌:예쁘고 좋긴 한데 나이 들어 다니자니 덥고 정말 피곤하다...

나실:괜히 이곳에 오자고 해서 눈치보인다. 그래도 책임자니 무지 좋은 척 버텨야지... 

원경:그런대로 괜찮은데, 아버지는 이런 데 오면 전통차나 빙수나 둘 중 하나는 사주고 해야지...구두쇠...에잉...

교신:가족여행이라 따라오긴 했는데 별로다...친구가 가자고 한 콘서트 못 간 것이 원통하다...엉엉...

 

그런데 시간이 아직도 오후 2시도 안 되었다니...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니 뻘쭘한 시간이고

눌러 있자니 마땅히 더 볼 것도 없고

나실이는 마지막으로 전망대가 있다는데 거기 가보자고 하고

나머지는 올라가는 것 싫다며 반대하는 중

입구쪽으로 어정거리며 걷다가 자판기 음료수 하나씩 사주고,

물에 발이나 담그자며 그 바로 옆 정말 보잘 것 없는 조그만 개울가로 내려갔습니다.

 

의외로

우리에겐 거기가 놀기 딱 좋았습니다.

잘 닦인 의자나 정자나 평상이 없어도

바위마다 축축하고 미끄럽고 울퉁불퉁 해도

그늘이 충분하고 다른 이들의 소음도 없고

그 작은 개울물 웅덩이 속에 잘자란 손가락보다 긴 물고기부터 손톱길이만한 물고기까지 가득?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들이 우리 마지막 남은 간식 치즈케잌 한개 반을 모두 꿀떡 삼켜버리는 모습을 실컷 즐겼습니다.

 

아침부터 축 늘어졌던 교신이도 물고기 한마리 잡아보겠다고 비닐봉지에 우산에 먹이를 넣어가며 마치 물만난 물고기마냥 뛰어 놀았습니다.

시간이 휙 지나갔습니다, 1시간 30분이 금방이었습니다.  

 

 

 

...

 

3시30분 버스를 타고 수목원을 나와

가던 길의 역순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5시 50분.

 

건대입구역에 내려서 찹쌀 탕수육 먹고 싶다는 딸들과 집에서 먹자는 남자들이 가위바위보를 하여

남자 승!!

집에서 청양고추 듬뿍 넣은 된장찌게에 고등어구이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만

두 번이나 먹는 일에 소원을 이루지 못한 원경이의 뒤끝이 두렵습니다.^^

 

 

 

 

 

 

 

 

  • 한재웅2015.07.25 19:28 신고

    수목원 갔다 오셨군요!
    수동에서 자전거타고 몇번 수목원 방향으로 넘어갔더랬습니다.
    수목원은 두번인가 가봤는데 저도 별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수목원 오기전 행현리 마을회관 쪽으로 올라 가면 저수지 방향으로 가는길인데 서리산 자락의 잣나무 숲이 볼만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5.07.25 21:29


      참 예쁘게 만들어졌지만 10년 뒤에나 한번 다시 올까 생각해 봐야겠다고 제가 말했더니
      나실이는 가을에 오면 더 좋을 것같다고 계절에 책임을 미루었습니다. ^^
      아기자기함을 즐기는 여성취향의 사람들이라면 좋아도 할듯한데
      저는 물고기랑 노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으니...그 정원을 꾸미고 가꾸느라 수고한 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수목원 근방이 상당히 높은 지역에 있는 것같았는데...잔차로 거길 통과하셨군요.

  • 김충신2015.07.25 22:11 신고

    예배당에 써져있는 글귀가 우리학교 교훈인데요 ㅋㅋㅋㅋㅋㅋ

    답글
    • 주방보조2015.07.26 00:55

      이제 딱 한달 남았구나. 그 며칠후면 저 교훈을 보며 학교도 다니고...
      잘 견디고 행복하게 얼굴보자.

  • malmiama2015.07.26 16:13 신고

    그래도 가족이 함께 움직였다는 게 어딥니까^^

    저는, 이번 주 금~토요일에
    아내,유민이와..설매재 자연휴양림에...
    교회 여름 수련회로,
    늘 그렇듯 잘 먹고 잘 쉬고..그러다 올겁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5.07.26 17:56

      일곱식구 모두 함께 1박2일 다녀온 것이 벌써 3년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인이 되어가면 갈수록 모여서 놀러가는^^ 일은 어려워 질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냇가에서 물고기 잡아 매운탕이나 끓여 먹어야 딱 제격인데...여자동무들은 별로 내켜하지 않고 남자동무들은 더 재미있는 놀거리들을 찾아갈테니...외톨이가 될 개연성만 높아져 갑니다.^^

  • 들풀2015.07.27 07:26 신고

    나실이....벌써 가족들의 여행지를 책임지는 딸이 되었네요
    어찌되었건 기특합니다.
    물고기 잡느라 정신없는 교신이도 이쁘고요.

    보기 좋습니다.
    우리 딸들은 아빠랑 같이 물고기 잡는 시간이 까마득한데...

    답글
    • 주방보조2015.07.27 09:08

      나실이 덕분에 시간절약, 돈 절약...신경을 쓰지 않고 따라간다는 것이 참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란 존재는... 결국 외롭게 되는 존재입니다.
      아들ㄷ르은 제 멋대로 떠나버리고, 딸들은 엄마와 공감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아버지와 멀어지지요.

      들풀님이 자주 함께 해 드리십시오^^ 물고기 잡는 남편께...ㅎ

  • 김충신2015.07.29 22:17 신고

    진실이 누나한테 들었어요.죄송합니다 ㅜㅜㅜㅜ
    수정이(대학친구)랑 통화한것도 있고, 집에다 전화한것도 있고...7만원나왔어요.
    근데 통장 잔고가 3만원이어서 그거 다 빠져나가고 4만원 연체료가 있더라구요.
    8월10일에 월급이 들어오긴 하는데, 원 전역일이 11일이므로 5만원밖에 안들어와요.
    그러면 훈련을 못나가서 ㅜㅜ 죄송합니다
    전역하고 꼭 갚을게요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15.07.29 23:44

      괜찮다. 죄송한 줄 아니 고맙다. 무사귀환만 기도중이다, 말 조심, 행동 조심 하거라. [비밀댓글]

    • 김충신2015.07.31 22:10 신고

      아 그리고 오늘 행정반에서 전역일을 보니까 8월 31일이더라구요...저번에 영창갈때 영창15 + 복무연장 4일이 있었데요.저는 몰랐는데...제가 깜빡했던거겠죠.

      8월 31일이 개강날이니, 부대에서 바로 학교로 가야할것같아요.
      교재값은 최대한 아껴볼게요.동기들한테 물려받던, 뭐건...일단 수강신청이나 전공교재 등등은 동기애들이 다 해준다고 하니까 다행인것 같아요.

      더 상심하실것 같아서 말씀 안드리려다가, 미리 말씀드리는게 나중을 위해서 더 나을것 같아서...죄송합니다.괜히 27일이라고 말해서... [비밀댓글]

    • 주방보조2015.07.31 22:35

      26일인 줄 알고 있었다...
      알겠다.
      부모한테 안 배우고 세상에서 배우면 ... 혹독한 법이다.
      그래도 군대니, 그 정도로 "끝"나는 것이지.
      사회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 명심해라... [비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