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충신이 두번째 면회...

주방보조 2015. 7. 6. 11:32

작년엔 나실이와 교신이를 대동하여 면회를 다녀왔었습니다.

이번엔 아내와 원경이가 함께 했습니다.

지난 4월 휴가 이후 처음 보는 것인데

살이 훌쩍 빠져 있었습니다.

녀석의 말을 들으면 도하중 고장난 장갑차 아래 용사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분명히 무공훈장이라도 받아야 할 일이었는데,

옆자리 무능한 장교에 대하여 혈기를 이기지 못한 행동때문에

오히려 1계급 강등되고 타부대로 전출되고 휴가도 모두 몰수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8월말 제대할 때까지 꾹 참고 잘 견디라는 말밖에 해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 일이 5월말에 있었다니까, 한달동안 10키로 가까이 살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나 봅니다.

 

지난번 영창 갔을 때도 그러더니 이렇게 힘들었는데 아버지한테는 왜 안 알렸어?

별일 아닌데요, 걱정만 하실꺼구요.

그래도 임마, 나도 군에 아는 사람이 없지 않다. 무시하냐?

ㅎㅎㅎ...그런 것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러니까...혈기를 자제해야 한다.

네...

제대할 때까지라도 절대 싸우지 말고

네...

구속이 안 된 것이 그래도 다행이구나

네, 여단장님이 대대장 이하 간부들의 의견을 막아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고마운 분이구나.

네, 이곳 대대장에게도 군종일은 계속 보게 하라고 지시해 주셨습니다. 그래도 재주가 많은 놈이니 잘 활용하라 하셨답니다.

군종일은 할만하냐?

예배당은 있는데 모이는 인원이 10명도 안 됩니다. 전 그냥 예배후에 청소만 하는 정도구요. 운운...

 

지난번 부대는 커서 내부에 식당이 있었는데

이번 부대는 밖에 나가야 했습니다.

부대 직영식당이라는데, 삼겹살과 돼지갈비를 시켜서 먹이고

싸 가지고 간 수박과 방울토마토를 내놓았습니다.

식사 후 노래방에 가면 좋다고 원경이와 녀석 둘이서 들 떠 있었는데

17분 뒤 예약에도 불구하고 당나라 군대인지 중간에 다른 팀이 끼어 들어 우리들은 노래방 구경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씩씩 거리고 울컥 한마디 했을 놈인데, 그냥 나가죠...하는 모습에서 이번에 툭툭히 배운 것이 있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부대셔틀버스가 왔지만 일찍 들어가기 싫다 하여

그 식당 정원 나무 그늘아래 둘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여전히 밝고 명랑해서 너는 아버지보다 10배는 훌륭하다 진심으로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다만 개미들이 얼마나 많은지... 옥의 티였습니다.

 

...

 

다시 충신이 근무하는 부대로 돌아와 주민등록증을 돌려 받고 충신이와 작별을 한 뒤

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시동리 그 길을 조금 걷다가

2시간에 한대 꼴로 오는 버스 타는 것은 포기하고,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

 

동부터미널에서 집으로 걸어오는데

한강길조차 뿌연 연막이 쳐진듯 공기가 맑지 못했습니다.

강원도 공기가 좋긴 좋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오전 8시에 출발하여 오후 6시에 도착...

녀석이 자기가 식비를 내겠다고 하여 말리면서...너 돈 많구나 하고, 용돈을 주지 않은 것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 김순옥2015.07.06 12:59 신고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많이 힘들었을텐데 잘 극복하고 있으니 다행이고
    앞으로 사회에 나와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충신이의 장점이 잘 순화되어 가다보면 꼭 필요한 훌륭한 인재가 되리라는 것두요.

    한빛이는 휴가 다녀 갔고 7월에 잇다는 유격마저 취소가 되었다는군요.
    유격 한 번 안 해보고 전역하게 되는 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네요.

    더위에 충신이가 건강하게 남은 군생활 잘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5.07.06 20:31

      예전에 이 말 안 듣는 아들을 혼내면서 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배우지 않으려 하면 이 세상이 가르쳐 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가르쳐주는 것은 정말 아프다...

      다행히, 군대에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세상이 아닌...

      한빛이야 군에서도 모법생이니...그래도 무탈하게 제대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들풀2015.07.06 13:20 신고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니겠죠..
    충신이가 많은 것을 배우고 소화하고 있으니 뿌듯하시겠어요
    용돈...마음아픔...아비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훌륭한 아드님이시니
    이제 훌훌 잊으세요...
    곧 아버지 앞에 나타날 터이니까요

    답글
    • 주방보조2015.07.06 20:37

      아슬아슬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하는 놈입니다.^^

      이제 남은 50일...하루 하루 세어가며 살아야 할 것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제대하여 눈 앞에 나타나면, 그 날 밤부터 게임 그만 하고 자거라...싸울 일도 아득합니다.

  • 한재웅2015.07.06 14:19 신고

    충신이가 큰일을 겪었군요
    대표적인 상명하복 기관인 군에서 상관에게 덤비는 행위는 군간부들이 가장 참지 못하는 일입니다.
    형사처벌은 사단급이상에서 가능한데 여단장이 대대장이나 참모들의 의견을 누르고 처벌을 자체적으로 한것같습니다. 여단장의 은혜를 입었네요.
    말년이니 몸조심하라고 하세요 [비밀댓글]

    답글
    • 주방보조2015.07.06 20:47

      여단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랍니다.
      평소 성가대에서 열심히 반주도 하고 지휘도 하고 특송도 하는 등...교회일을 성실히 한 것이 여단장의 결정에 여향을 준 것같다 합니다.
      중학교때부터 나타난 그 똘끼가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평소 명랑하게 잘 지내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침착성을 잃고 물불을 안 가리고 덤비거든요. 휴... 혼도 많이 내고 타이르기도 많이 했는데 ... 군대가서 좀 좋아졌다 생각했는데, 결국...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대가 20일 늦어져서, 2학기 등록도 아승아슬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밀댓글]

  • malmiama2015.07.07 06:50 신고

    세상에서 특히 군대에서 가르침 받는건 정말 아프지요.

    답글
    • 주방보조2015.07.07 13:56

      울었느냐? 물었더니 안 울었다고 하더군요.
      울진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얼긴 했겠지요. 제대말년에 하나님께서 특훈을 하신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