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우리/교회에 대하여

어느 시골 교회 목사의 넋두리...(교계뉴스, 풀향기)

주방보조 2015. 2. 26. 08:48

어느 시골교회 목사의 넋두리

Date: 2015.02.26, 2:52:12

기독교뉴스    |    gyogyenews@gmail.com

  • [편집자 주-블로거 <풀향기>가 게재한 ‘어느 시골교회 목사의 넋두리’라는 제목의 글이 페이스북 등 SNS에 회자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시에서 풍족하게 목회하는 이들이나 교인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글이어서 뒤늦게나마 소개해 본다.]

 

삼십 년 된 시골교회

부임한지 십년이 지나도 사십 명이 안되는 교회

도회지로 나간 성도가

남아 있는 성도보다 더 많은 교회

일꾼이 없어 장로를 세울 수 없는 교회

노회에서는 미조직교회로

나는 언제나 임시목사로

그렇게 세월만 죽이면서 예배당 하나 다시 지었다

 

교회 설립 삼십 주년 기념으로

이십 만원짜리 돼지 한 마리 잡아

동네 노인들 모셔놓고 잔치하고 싶었으나

가난한 성도들 호주머니 생각에 그냥 넘어갔다

그 주간 교계신문에 서울 어느 교회는

교회설립 삼십 주년 기념예배 광고가

신문 반 장이나 차지했다

 

주님이 가라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다고 찾아온 시골교회

십년이 지나도 전 주민 복음화는 고사하고

아직도 사십명이 안되는 성도

그 중에 절반은 예순이 넘었다

일구역 성도 중에 가장 젊은이가

예순 일곱 표순덕 권찰님

 

겨우 겨우 전도해서

예수 믿고 주일 성수 십일조 하더니

도시로 나간다며 인사하는 젊은 부부

이사가는 곳 심방 가서

가까운 교회 친구목사에게 소개해 주고

먼길 운전해서 오던 그날 밤

아내와 나는 울면서 돌아왔다

 

첫돌 지난 첫째를 안고

백일도 채 안된 둘째를 업고

갈 바를 모르고 찾아온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라서 어느듯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

믿음없는 나는 아이들 교육을 걱정하는데

도시의 친구들은 하기좋은 말로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해주실 거야!” 위로를 한다

 

어쩌다 도시로 나간 성도가 고향교회를 찾아오면

반가운 마음에서 마주앉아 끓는 정을 억제하는데

그의 마음속에서 고향교회는 이미 사라지고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는

개척 몇 년에 성도가 수백 명이라고 자랑을 한다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이 앞에

나는 그만 기가 죽는다

 

나도 부교역자 청빙광고 한번 내어 봤으면

장로도 세우고 위임식도 해봤으면

미자립교회 딱지 떼고

선교비도 구제비도 좀 많이 보내 봤으면

그래 이왕이면 동창목사들 초청해 놓고

지난날 신학교 시절 밥표 얻어 시장기를 면했던

그 빚을 한번 갚아 봤으면

 

아니

청년교사들이 있어서 주일학교도 힘있게 하고

성가대도 임명해서 찬양 좀 하게 했으면

주일이면 온 동네 다니면서 노인들 좀 부축해 오고

하루 종일 시끌벅적 교회 안이 요란했으면

일에 시달리고 삶에 지친 성도들이

언제나 기쁨으로 예배당 오고싶어 했으면

 

강건너편에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면소재지에 개발바람이 불어도

그린벨트

군사보호지역

낙후된 시골동네

그래도 주님이 사랑하시는 영혼이 있어

누군가가 지켜야할 시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