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스트레일리아/다섯아이키우기

원경이 수능...

주방보조 2014. 11. 15. 23:55

택시는 울렁거린다 하여

기어코 전철로 무학여고에 갔습니다.

우리 동네 최강자인 대원외고 아이들이 진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자기 학교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대원여고 아이들도 플랭카드를 들고 어울려 응원 하였구요.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는, 바람까지 세게 불어 얼마나 추웠는지 한동안 잊혀졌던 입시한파라는 단어를 상기 시켜주었습니다.

 

별로 감흥이 없다는 제법 담대한 원경이를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이 겁많은 아비는 앉거나 눕거나 걸어다니거나 오로지 실수 없기만을 빌고 빌었습니다.

아이의 아침을 차려주고 점심으로 전복죽을 쑤어 주기 위하여 이틀이나 휴가를 낸 아내의 스마트 폰으로부터

시시각각 수능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저 안절부절하는 것이 체질에 맞고

아내는 무엇이든 더 알아서 의문을 푸는 것이 체질에 맞는가 봅니다.

그거 알아서 무엇합니까: 알아야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어쩌라구요...가 대립하였습니다.

위 두 언니들과 오빠 때에도, 아니 오빠는 수능과 관계없이 수시로 붙어서 이런식의 걱정을 크게 하지는 않았네요...초조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원경이는 재수까지 하고 치는 시험이라서인지 더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좋아하는 티비와 인터넷도 일절 끊고 전전긍긍하며 기도했습니다. 심은대로 거두게 하소서... 

 

아내와 함께 4시20분쯤 집을 나서서

지금쯤 원경이는 제2외국어로 선택한 베트남어를 찍고 있을꺼야 ... 농담을 하며 택시를 타고 무학여고로 마중나갔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5시 20분까지 40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근처 지하 책방에 들어가 한참동안 추위를 피하였습니다.

정신이 붕 떠서 뭐가뭔지 모르겠는데, 국어는 어려웠고...수학은 쉬웠고...영어는 너무 쉬웠고...가장 자신있던 사탐은 모르는 것말고도 두 개나 실수를 하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베트남어는 찍을 때마다 답을 피해 가는 느낌이었다고^^

아내는 꼬치꼬치 궁금한 것을 더 물어보시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이미 끝난 것 더 이상 아이를 괴롭히지 말자고 설득하였습니다.

외식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는 원경이의 소망대로 건대롯데시네마 3층에 새로 생긴 식당가에 가서 까르보나라떡볶이?를 사주었습니다.

 

밤 10시경, 원경이는 가채점 결과를 알려주었습니다.

국어 수학은 등급컷에 걸려있고 사탐 하나는 가장 자신 있던 것인데 작년보다 두 등급이나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작년보다는 조금 더 상승했다는 것에 만족하는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모두 함께 티비 앞에서 재잘재잘대며 아쉽지만 편안한 미소를 주고 받았습니다.

 

...

 

오늘은 모 대학의 논술이 있었습니다.

내일은 또 다른 대학의 논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경이는

논술하면...한비자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아비의 말을 듣고 ... 한비자를 읽다가 잠이 들었을 것입니다.

 

올해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어느 곳에 합격하든지 감사할 것...누구보다도 저 자신에게 다짐에 다짐을 주었습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중얼거리며...

그리고

성실하게 공부한 것으로, 무사히 시험을 치른 것으로...충분히 감사가 넘치기를 스스로에게 권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

 

염려하고 응원하고 기도해 주신 블로그 친구분들께 정말...감사를 드립니다.   

 

 

 

 

  • malmiama2014.11.16 08:43 신고

    추운 날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결과로 행복한 ..더 행복한 가정 되리라 믿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11.17 13:18

      예, 원경이가 여유로워지니까 확실히 모두가 마치 얼음에서 녹아내린 것같이 서로간의 간격이 가까워졌습니다.
      가족이란 정말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주연들입니다. 누구도 조연이 없다는^^
      고맙습니다.

  • 김순옥2014.11.16 19:58 신고

    수능 이래 제일 추웠다는 올 수능의 한 가운데에 원경이가 있었네요.
    성실하게 공부했으니까 역할을 다했으리라 믿고
    좋은 결과로 열매를 맺기를 기원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11.17 13:22

      실수했다지만...실수도 실력이니 덤덤합니다.
      올해는 어떻게 하든 아무 대학이나 가야한다고 했더니, 시원하게 네...라고 하였습니다.
      성실했으나...독하지 못했다. 이것이 제 총평입니다.^^
      수능이 오년째인데도...저는 여전히 초보구나 생각했습니다. 초조하긴 매번 마찬가지이니...ㅎㅎ
      항상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들풀2014.11.16 20:38 신고

    스스로 권유하고 계신가요...
    부모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군요.
    부모는 그런가 봅니다.
    이런 부모아래 피어나는 자식들이니
    어떤 결과 앞에서도 담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쓰셨습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11.17 13:28

      고맙습니다.

      원경이는
      재수생활이 매우 보람되었다고 자평합니다.
      아직 대학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성실하게 공부할 뜻과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실천합니다.
      막내가 방학하면 함께 도서관으로 가자고 동생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 다 타고난 것인듯 합니다.

      부모는 애만 씁니다. ㅎㅎㅎ.

  • 한재웅2014.11.17 14:59 신고

    작년보다 등급이 올랐다니 1년간 애쓴 보람이 있군요!
    곧 좋은 소식을 기대합니다.

    답글
    • 주방보조2014.11.17 21:22

      감사합니다.

      성실했음은 틀림없고
      성적이 오른 것도 틀림없는데
      욕심엔 안 찹니다. ^^

  • 김충신2014.11.19 20:35 신고

    뿌린대로 거둔것같아서 다행인것같네요...
    아 12월에 휴가나갈것같아요

    답글
    • 주방보조2014.11.20 17:30

      그럼 면회 안 가도 되나?^^

    • 김충신2014.11.22 14:03 신고

      음;또 일정때문에 어찌될지 모르겠네요.12월에 알려드릴게요 다시

    • 김충신2014.11.27 19:53 신고

      12월 20일에 오실수있어요?그때밖에 안될것같은데 ㅋㅋㅋㅋ
      휴가는 못나갈것같아요

    • 주방보조2014.11.27 23:40

      원경이 정시원서 접수기간인데...
      나실이 다음주에 귀국하면 연구해보고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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