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10시 30분 원경이를 맞이하러 뚝섬유원지역으로 나갔습니다.
또 목이 아프다고...벌서 몇 번째인지, 여름이래로 내내 목 감기를 달고 사는 듯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험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자기 건강은 스스로 잘 관리해야지, 정신상태가 해이해진 것 아니냐...꾸지람을 하였습니다.
잔혹한 아버지죠...저는.
11시 30분 나실이가 귀가했습니다.
표정이 창백하고,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하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교수들은 각자 멋대로 돈 되는 일에만 집착하고 잘못은 모두 자기에게 돌리고 시도 때도 없이 명령만 내리고, 동료들은 책임을 미루기만 하고, 아프리카에서 온 연수생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뻔뻔스럽게 모든 것을 다 해달라고 요구만 하고, 결국 연수생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24시간 관리하라고 하여 기숙사에 들어간다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아버지의 희망대로 남을 돕는 일을 하려고 뛰어든 일인데, 돈은 정말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고, 복지 혜택은 전무한데, 무조건 헌신 봉사하기만을 바라고, 정부에서 나오는 돈 나눠 먹기에 급급해 하는 꼴들만 보니, 과연 이것이 자기 길인가 회의가 온답니다.
그러니 세상물정 모르는 저는...참 어리석은 아버지입니다.
12시 조금 안 되어 진실이를 건대입구역 지하에서 만났습니다.
원경이는 아프고, 나실이는 울고, 아버지가 힘들다...하니, 제가 있잖아요 하며 팔짱을 낍니다.
인턴이나 정규직이나 똑같이 최저생계비보다 몇만원 더 주는 회사 다니는 딸, 날마다 야근, 오전 8시에 나가서 다음날 새벽 0시 20분에 집에 돌아오고, 주말이면 마치 죽은 것같이 잠만 자고 더 이상 자기 계발은 꿈도 꿀 수 없는 데도, 자신이 행복한 줄 압니다. 팔짱을 낀 진실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ㅎㅎ, 한숨 쉬지 말랍니다. 행복한 맏딸이 있으니까...오는 길 동쪽하늘에 오리온자리가 밝게 떠 올라 있었습니다. 와~ 저 별들이 오늘은 더 밝아 보여요...소리치는 맏딸에게...
미안한 아버지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일찍 기숙사에 들어갈 여행용가방을 꾸린 나실이를 다른 때와 달리...택시 태워 뚝섬 유원지역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어제 흘린 눈물은 어느덧 사라지고 밝게 웃으며 빠이빠이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준비해 주지 못한 아버지란 자책감이 우울하게 밀려왔습니다.
한강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 태양이 막 떠 올라 한강 물을 황금빛으로 물들여 가고 있었습니다.
허~
저 태양같은 아버지이기를 바랬는데
강변에 고개숙인 털 빠진 갈대가 지금 제 모양입니다.
출세보다는 아이들, 강제보다는 자율, 돈보다는 이상, 투쟁보다는 견딤, ...
우리가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 아닐까요?
어떤 소위 요즘 잘 나가는 집안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아내의 이 질문에 대하여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속으로 말했습니다. 그럴리가요!!
잘 나간다고 잘 산 것이 아니며 힘겹다고 잘못 산 것이 아님을 압니다.
울며 흔드리는 털 빠진 갈대라도,
봄, 여름, 그리고 가을 바람과 비와 공해속에서도 열심히 살았으면,
그것으로 족하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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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였던가요..
답글
나만 혼자 남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문득 돌아보니 내 가는 이길이 맞나 싶습니다.
홀로남는다는 것의 두려움이 큽니다.
계속 이렇게 가야 합니까?
당신의 목소리만을 따라 이렇게 홀로 가야합니까....
그럼요.....
세상의 평가는 정말 헛된 것임을 이미 보여주셨기에
그리고 그분앞에서의 평가만이 의미있음을 보여 주셨기에
가끔 흔들리며 간다 할지라도
외롭게 가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 길 가다기 이렇게 만나는 친구들 있으면
서로 위로하며...갑시다요...
7천명이 남아 있다는 말씀 기억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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